[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지난 24일 KBS가 특집으로 꾸민 ‘뉴스9’ ‘“지뢰, 북 소행 증거 없어” 천주교 신부 발언 논란’제목의 리포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KBS가 북한의 무력도발과 남북고위급접촉이라는 한반도 위기국면에서 종일뉴스특보체제를 가동하지 않는 등 국가재난방송 주관사 답지 않게 부실 보도했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해당 리포트의 문제도 제기된 것이다.

KBS 공영방송노동조합(위원장 황우섭, 이하 공영노조)은 25일 KBS의 부실보도를 지적하면서 “게다가 월요일 밤 뉴스에서는 수원교구 김00 주임신부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확인되지 않은 친북성향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24일 KBS뉴스는 김00 주임신부의 ‘북한이 사용하는 목함지뢰라고 보기에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너무 많다. 다 떠나서 북한이 와서 설치하고 갔다고 하면 CCTV 보여주면 될 것 아니예요’라는 일방적 주장을 반론이나 해설 없이 그대로 방송했다.”며 “군 당국의 반론이나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아, 해당팀에서는 이들의 발언의 문제점을 ‘비판’하기 위해 이 아이템을 단독으로 리포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확실한 증거도 없이 문제를 일으킨 군당국과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것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북한협상대표단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KBS ‘뉴스9’ 해당 리포트 내용을 살펴본 결과, 김모 주임신부 발언의 문제점을 비판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컸다. 

▲ 24일 특집 <뉴스9> 방송

리포트는 “비무장 지대에서 우리 병사 2명이 지뢰 폭발로 다친 것과 관련해, 한 천주교 성당의 주임신부가 미사 강론에서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라며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주 북한의 포격도발이 북한 소행이라는데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SNS에 올리고, 이에 비난을 받자 종북몰이라고 강변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라고 앵커의 멘트로 시작했다.

이어 천주교 성당 김모 주임신부의 녹취 발언을 전하고, 이를 불편하게 여겨 녹음한 신도의 발언도 전했다. 

방송에서 김모 주임신부는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했고 봤다는 증거를 보여줘. 한미 합동 수사를 했는데도 그 증거가 안 나오는 겁니다.”, “그제부터 우리나라의 주권이 잠시 없어졌어요. 전시작전권이 미국으로 넘어갔어요.”,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북한이 사용하는 목함지뢰라고 보기에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너무 많다…. 다 떠나서 북한이 와서 설치하고 갔다고 하면 CCTV 보여주면 될 거 아니에요?” 등의 발언을 했다.

녹취한 신도는 “(북한 지뢰라는) 증거를 못 댔다는 건 우리가 상대방에 없는 사실을 뒤집어씌우는 것 같은 그런 뉘앙스를 제가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비판 인듯 비판 아닌 비판 같은' 비겁한 리포트는 누굴 위해?

문제는 KBS가 앵커 멘트로 김모 주임신부의 문제적 발언을 충실히 전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파문이 일고 있다”며 비판적 서두로 시작한 것에 비해 내용은 전혀 알맹이가 없었던 것이다. 

김모 주임신부 발언에 대한 가치평가도 없었고, 이 발언을 비판하는 출연자를 등장시키지도 않았다. 단지 김모 주임 신부의 발언을 불편하게 느꼈다며 신도의 이 같은 코멘트만 내보냈다. 

공영노조가 “군 당국의 반론이나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아, 해당팀에서는 이들의 발언의 문제점을 ‘비판’하기 위해 이 아이템을 단독으로 리포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확실한 증거도 없이 문제를 일으킨 군당국과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고 비판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KBS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일방적 의혹제기를 한 문제의 발언들을 단독 리포트 했으면서도 이도저도 아닌 맹탕리포트로 낸 것과 관련 KBS 조대현 체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근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 겸 시사미디어비평가는 “좌우의 눈치를 모두 본 끝에 나온 리포트 같다. 비판하는 모양새는 취하되 실제 비판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내용 아니냐”며 “만일 제대로 비판했으면 언론노조 KBS 본부노조나 미디어오늘과 같은 매체들이 비판할테니 그 눈치를 본 것 같다. 공영방송 KBS가 분명히 문제 있는 인사들의 발언하나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겁쟁이가 됐다. 이런 뉴스는 조대현 사장의 색깔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아니냐”고반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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