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KBS 광복70주년 특집프로그램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 출연자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른 것을 놓고 미디어오늘이 ‘사유화된 KBS가 정권의 프로파간다로 몰락했다’며 비판에 나섰다. 

광복70주년이란 뜻 깊은 날에 대통령이 공영방송에 출연 애국가를 제창한 것을 놓고 언론이 상식 밖 비판에 나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KBS ‘광복 70주년 특집 프로그램 국민대합창-나는 대한민국’ 1부 ‘특별 게스트’로 소개받고 무대에 등장해 “오늘은 우리나라가 광복 70주년을 맞는 축제의 날이다. 이 뜻 깊은 날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광복의 기쁨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애국가’를 참가자들과 제창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함께 출연한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와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방송의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 같았다. 출연 시간은 비교적 짧았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이날 방송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미디어오늘은 박 대통령이 방송에서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우리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뭉쳐서 세계가 놀란 경제 발전과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왔다’며 산업화의 긍정적인 부분만 언급”했다면서 “‘광복의 기쁨을 완성하는 마지막 길이 되는 한반도 통일을 이루기 위해 모든 국민들의 힘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 세력과 보수 언론이 최근 띄우고 있는 ‘건국절’과 ‘통일’ 주장의 완곡한 변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KBS의 한 PD는 “KBS본부나 PD협회 등에서 대통령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에 대해 ‘국가주의 행사’나 ‘정부 홍보 방송’이라는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사측은 처음부터 대통령을 출연시킬 목적으로 움직였던 것 같다”며 “정부 행사를 중계한다면 모르지만 특정한 목적으로 세팅된 자리에서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도록 한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며 “KBS가 북조선TV와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영방송에 나와서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도 난센스로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애국가 제창은 보수 진영으로부터 ‘사심 없이 대한민국을 새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될 것”, “광복절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과 조대현 사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각자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 이벤트로 전락했다”고 비평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미디어오늘 까마귀 고기 먹었나? 공영방송 사유화는 노무현 대통령 때”

당초 ‘광복 70주년 특집 프로그램 국민대합창-나는 대한민국’은 방송 전부터 KBS내부에서 조대현 사장의 연임 프로젝트용이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KBS노동조합은 정부 행사와 비슷한 행사를 KBS가 50여억 원을 쏟아 부어 따로 진행하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취지로, 조대현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KBS를 사유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조대현 사장 연임 논란과 별개로 공영방송인 KBS 광복 70주년 기념 프로그램에 대통령이 출연해 기념사와 애국가를 제창한 것을 놓고 ‘대통령 개인 홍보’ ‘북조선 TV와 유사’ 등으로 비판하는 것은 몰지각하다는 지적이다.

김승근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 겸 시사미디어비평가는 “대통령이 공영방송의 대한민국 광복70주년 기념 방송에 출연해 의미를 되새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걸 두고 KBS 사유화, 정치이벤트, 북조선 TV와 유사하다고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을 헐뜯기 위한 정략에 불과할 뿐”이라면서 “KBS를 정권의 프로파간다로 전락시켰던 건, 노무현 정부 때로, 공영방송사들이 노 대통령을 띄워주기 위해 얼마나 자주 출연시켰나. 까마귀 고기를 먹은 듯한 미디어오늘은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역 대통령 중 최다 TV출연자로 손꼽힐 정도로 공영방송에 자주 출연했다. MBC 백분토론이나 취임을 기념하는 KBS 특별대담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은 물론 일반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했다. 

노 대통령은 2005년 MBC 연말 성탄특집 '희망콘서트'에 출연한 적이 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사전에 녹화됐던 이 프로그램에선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월드비전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 등과 함께 '사랑으로'를 불렀다. 

같은 해, 노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의 가을풍경을 배경으로 부인 권양숙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KBS 1TV `도전 골든벨' 300회 특집에 출연하기도 했다. 권 여사가 직접 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앞서 2004년 연말에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출연했다. 당시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23일 "노 대통령이 22일 담낭암 말기로 투병중인 어머니와 초등학생 동생을 돌보며 어렵게 살고 있는 서울 신림동 이혜진양(18)의 집을 방문했으며 25일 방송되는 KBS 이웃돕기 프로그램 <사랑의 리퀘스트>를 통해 방문 모습이 방송된다"고 밝혔었다. 전형적인 대통령 홍보용 방송이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공영방송 사유화와 정권의 프로파간다’ 역할 면에서 박 대통령의 광복70주년 기념 프로그램 참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박근혜 대통령 비판에 몰입하다 또 한 번 자기발등을 찍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