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지난 4일 북한이 우리 군 인명살상을 목적으로 매설한 목함지뢰에 우리 장병 2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등 중상을 입은 충격적 도발을 보도하는 미디어비평지들의 비평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에 남북불가침 협의를 무시한 북한의 도발을 먼저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모든 건 북한 책임”이냐는 식의 황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북한의 도발 때마다 반복되던 우리 정부와 군당국 탓도 여전했다. 아무리 경계를 꼼꼼히 해도 예상치 못한 도발이 있을 수 있는데도 그럴 때마다 우리 군의 책임 소홀이라는 논리로 가져가 정부와 군을 비판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군당국이 이번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11일 관련 사설에서 “군은 올해 들어 북한이 DMZ에서 지뢰를 묻고 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서도 북이 군사분계선을 수백m나 넘어와 지뢰를 묻고 가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군의 경계 소홀을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명백한 북한 도발 때마다 매번 증거부족의 꼬투리를 잡거나 도발 책임을 남한에 돌리는 것은 남남갈등의 분란 소지만 키운다는 점에서 언론의 부적절한 보도태도라는 지적이다.

좌파언론 북한 도발 비난하면서도 또 고질적인 ‘양비론’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이 11일 각각 <북의 DMZ 남측 지뢰 매설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다>,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의 ‘지뢰 도발’> 제목의 사설로 비판했다. 그러나 또다시 양비론을 펴는 한계도 보였다. 

경향신문은 “북한이 국군을 위해할 목적으로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에 침입해 지뢰를 매설한 것이 아니라면 다른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상황이다. 북한의 남측 지역 지뢰 매설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북한은 변명할 생각 말고 회담에 나와 사고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그렇다고 정부가 이 사건을 대북정책을 강경일변도로 끌고 가는 명분으로 삼아선 안된다.”며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철저히 대응해야 하지만 군사적 대응이 궁극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될 수는 없다. 이제라도 대화를 통해 남북 간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사건은 북한군이 침입해 지뢰를 매설하는 데도 무방비로 당할 정도로 군의 대북 경계가 허술하다는 사실도 드러냈다.”며 “지난 2012년의 ‘노크 귀순’과 지난 4월의 ‘대기 귀순’ 때 환골탈태하겠다던 군이 변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도 “북쪽의 이런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도발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면서도 “북쪽의 비열한 군사도발에 아군 병사의 피해를 입은 군 당국이 분노하고 보복을 다짐하는 것은 심정적으론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작은 싸움이 큰 싸움으로 번지기 쉬운 민감한 사안일수록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감정적이고 즉자적인 대응보다는 종합적인 안목을 가지고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선, 군 당국은 북쪽이 부인할 수 없는 정확한 증거를 확보한 뒤 유엔사 군사정전위나 남북 장성급회담의 개최를 요구해 북쪽의 도발을 추궁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도발을 군사적으로 응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일은 외교·안보적인 큰 틀에서 도발이 재발하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구축하는 것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상 우리 군의 응징을 막는 요구인 셈이다. 

게다가 한겨레신문은 “이와 함께 북의 어이없는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군의 실책도 확실하게 점검해봐야 한다.”고 우리 군의 책임론도 잊지 않았다.

‘또 북한 탓이냐’는 미디어오늘, ‘미디어 김정일’ 본색?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보도하는 언론을 비평한 좌파언론비평지들의 태도도 다르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11일 <아침신문솎아보기>에서 이번 북한 도발에 대한 언론보도를 전하면서 제목을 <지뢰 폭발은 제2의 천안함? 모든 건 북한 책임>으로 뽑았다. ‘또 북한 탓이냐’며 우리 군을 탓하는 뉘앙스가 물씬 풍긴다.

▲ 미디어오늘 관련 기사 캡처 이미지

미디어오늘은 기사에서도 이번 도발이 북한의 소행임을 전하는 언론기사를 언급하면서 “하지만 군 당국은 북한군의 침투 장면은 포착하지 못했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지역을 계속 찍어온 군 감시 장비 영상들을 역추적했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북한군 침투 및 지뢰 매설 장면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며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고, 경계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보여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마치 ‘북한이 했다는 증거는 없지 않느냐’는 태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북한의 이번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규탄대상이 맞지만 한국 정부의 진정성있는 대화 시도 부족, 남북관계 개선책을 내놓지 못한 점, 노크 귀순을 비롯해 경계선이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 대한 지적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못해 북한이 지뢰도발을 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매체는 우리 군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과거 북한의 3대 세습 논란 당시 민주노동당이 적극 비판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에 맹공을 퍼부었고, 이 전 논설위원으로부터 “미디어 과거인지, 미디어 김정일인지”라고 비판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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