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미디어오늘이 이른바 ‘세모자 성폭행’ 사건을 동행취재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세모자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정황증거를 방송을 통해 내보낸 대목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증거는 제작진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가족들이 나눈 대화가 녹음된 것으로 불법감청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세모자 성폭행 사건은 지난해 10월 29일 가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세모자(이씨, 허모 형제)가 기자회견을 열면서 알려진 사건으로, 최근 이씨가 온라인에 글을 게재한 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세모자는 목사인 남편 허씨와 허씨의 아버지(할아버지, 목사) 등 가족과 교회 성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혼음, 성매매 등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해 충격을 던져줬다. 여론은 세모자의 충격적 폭로와 사건 자체의 패륜성 때문에 놀랐고, 허 목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구명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사회적 충격과 파장이 컸다. 

▲ 미디어오늘 관련 기사 캡처 이미지

SBS 제작진에 “불법감청” 문제제기한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은 26일자 <세모자 성폭행 ‘거짓말 대화’ 방송 화면 문제는 없나> 기사에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5일 방송에서 제작진이 자리를 비운 뒤 녹음된 세모자의 대화를 내보낸 것을 문제 삼았다. 

먼저 이 매체는 방송이 어머니 이씨가 사건 관련 조사를 받은 후 제작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작은 아들 뒤에서 웃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나, 성폭행 가해자들이 모여 산다는 마을에 제작진을 데리고 갔는데 한 동네 남성에게 다가가 성폭행 가해 사실을 인정하라고 다그친 뒤 작은 아들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어머니 이씨에게 행동을 자제하라는 장면이 포착된 점 등을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어 “특히 세모자가 제작진이 자리를 비우고 난 뒤 자신들끼리 한 대화 내용은 세모자의 주장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강하게 의심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을 던졌다.”며 “제작진이 자리를 비우자 먼저 카메라가 꺼져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 아들들은 카메라가 꺼져 있다고 생각한 듯 "아무말도 하지마 의심스럽다니까? 이 사람들한테"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또한 "내가 말하다가 좀 그거 왜 했어?", "아무 말도 하지마. 이 사람들한테 의심을 살 수 있다니까", "이 사람들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 "넌 아주 설득력 있었어"라고 말한 내용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긴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러다가 아들 중 한명이 마이크가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머리를 쥐어짜는 모습도 나온다. 사회에 파장을 낳은 성폭행 주장이 각본에 따른 거짓말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결정적 증거가 담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장면이 진실을 드러내는 결정적 상황을 담은 것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장면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진과 인터뷰는 당사자와 동의하에 이뤄졌지만 휴식시간 나눈 대화는 당사자 허락 없이 영상에 담아 방송에 내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매체는 아울러 제작진이 이 내용을 이 사건의 결정적 단서로 보고 방송을 결정했을 것이라면서도 “제작진이 처음부터 세모자의 개인적 대화를 들어보기 위해 일부러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 놓았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미디어오늘은 “제3자가 동의 없이 당사자 허락없이 무단으로 녹음하는 경우 불법감청이 될 수 있다.”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19조)에 따르면 "방송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녹음 또는 활용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방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의 인격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제작진은 공적 가치인 진실을 밝히기 위한 취재 중이었다. 취재 방식의 적법성을 따지더라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라며 “다만 제작진이 앞서 ‘정공법’을 택한 것처럼 세모자의 주장에 대한 검증을 한층 더 파고 들 수 있었는데 카메라에 우연히(?) 담긴 세모자의 대화 내용을 굳이 방송에 내보면서 불필요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세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을 보면 당사자 인터뷰부터 시작해 반론, 외부 의견 등 어느 언론도 쉽사리 하지 못한 끈질긴 취재를 보여주면서 진실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기 때문에 방송의 하이라이트인 세모자의 대화 내용을 내보낸 것은 더욱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의 이 같은 비판을 요약하자면, 제작진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결정적 단서로 내놓은 세모자의 대화가 당사자의 동의 없는 불법감청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 보도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MBC와 정수장학회 측 대화 몰래 녹음 보도한 사건 땐 ‘언론자유’와 ‘국민알권리’ 앞세워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미디어오늘이 지난 2012년 MBC 간부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녹음, 보도한 한겨레신문 최 모 기자 사건을 보도한 태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최 모 기자가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놓고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 등을 이유로 검찰과 정부를 줄곧 비판했기 때문이다. 세모자 사건은 방송이고 최 모 기자 사건은 신문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불법감청의 문제는 동일한 문제다. 

그런데도 같은 종류의 사건에 이 같은 이중잣대의 논리를 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미디어오늘의 돌변이 최근 국정원 해킹 의혹 이슈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비판이다.

김승근 미디어내일 공동대표 겸 시시미디어비평가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한겨레신문 기자 사건은 본질적으로 같은 사건으로 최소한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디어오늘의 평소 논조로 보면 SBS 제작진을 적극 옹호해야 하는데도 미디어오늘은 오히려 비판했다. 정말 어색하고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국정원 해킹 이슈와 관련이 없지 않고서야 그런 무리한 이중잣대를 펼 리가 없어 보인다”며 “국정원 불법감청 의혹 비판을 주도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세모자 대화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비판한 것이다. 국정원을 공격하기 위해 자신들의 평소 논리까지 뒤집는 태도를 과연 독자들이 어떻게 바라볼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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