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최근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감청 의혹 보도와 관련, 한겨레신문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당이던 시절 1999년도와 상반된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야당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2012년 대입개선’과 ‘대국민 스마트폰 해킹’을 주장하면서 국정원의 불법도감청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한겨레신문은 <사찰 안했다면서…무얼 급히 지우고 황망히 떠나야만 했을까> <국민 58% “국정원 해킹 의혹 해명, 안 믿는다”…“믿는다” 31%> 등의 기사를 연일 보도하며, 국정원과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지난 1999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새정치국민회의가 정권을 쥐었던 시절 당시, 야당(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는 국정원의 불법도감청 의혹을 제기했다.

1999년10월 18일 한겨레신문 <‘도감청’대립격화 야, 국정조사요구 여, 법적대응검토> 기사에 따르면, 이부영 총무는 “19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촉구키로 했다”며 “국회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 등 관련자 처벌과 국정원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국민회의는 “이 총무가 국회 정부위원으로서 획득한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며, 이 총무와 한나라당의 대국민 사과, 이 총무의 정보위원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회의는 또, 이 총무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키로 하는 한편 정부당국에 대해서도 사법적 대응 등을 촉구했으며, 국정원도 이 총무를 국회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국정운영에서 알게 된 정보나 과거 집권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정보는 공개할 것과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며 “집권경험이 있는 야당도 국가운영이라는 큰 틀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한나라당 국정원 불법도감청 문제제기에 한겨레신문 "증거도 없이 국정원 의혹 제기는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 비판

한겨레신문은 같은 날, <정보기관 감청 자체는 보편적…기구 과잉 불법수행여부 초점> 기사를 통해 “국정원이 감청기능과 기구를 갖고 있는지는 그 자체만으로는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문제는 필요이상의 기구를 두고 있는지와 함께 불법적인 도감청이 이뤄지느냐 여부”라며 논란의 범위를 축소시켰다.

이와 함께, “세계 모든 정보기관이 국가안보를 위해 일부 감청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를 마치 불법적인 감청을 위한 전담기구인양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불법적인 감청 여부에 대해서도 국민회의와 국정원은 “과거 정권에서는 불법적으로 해왔을 지 모르나 현정부에서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적법 절차를 밟아 합법적인 감청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측은 당시 의혹을 제기했던 한나라당 이부영 총무를 결국, 공무상 비밀누설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국정원의 도감청 기구 구매 및 운용 자체가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으로 둔갑해 이슈화 돼있는 2015년의 상황을 볼 때, 1999년 당시 ‘불법성’에만 초점을 두고 야당과 청와대 측 의견을 보도했던 한겨레신문은 최근 보도와는 분명한 차이가 엿보인다.

당시 한겨레신문은 1999년 10월 20일자 기사 <조직실재…감청대상 엇갈려>를 통해 “국정원의 불법 감청여부는 여전히 명쾌하게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총선 때까지 계속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사건을 총선을 앞두고 시작된 야당의 정치공세로 국민의 시선 돌리기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더해, 1999년 10월 22일 당시 조상기 편집부국장은 <조상기칼럼 도깨비와 씨름하는 나라> 를 통해, “총선이 바로 여섯 달 앞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선거 길목에서 여권과 반DJ 세력은 이미 극한 대치 상태에 돌입해 있는 것”이라며, 국정원 도감청 문제 제기를 야당의 정치공세로 폄하했다.

▲ 1999년 10월 22일 한겨레신문 지면에 실린 <조상기칼럼>

당시 조 편집부국장은 칼럼에서 “요즘 우리 사회가 차분함을 잃고 있다. 도무지 이성적이지 않다”며, “한나라당은 도감청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해 오랜만에 큰 점수를 땄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중요한 문제라 해서 아무 증거도 없이 짐작이나 개연성 만으로 마치 ‘정부가 조직적으로 불법감청’을 해온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새누리당과 정확히 닮은꼴 발언이었다.

또한 조 편집부국장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국회 연설에서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도청과 감청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편제와 기능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실태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삿대질부터 하는 꼴"이라며 "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국민을 항상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뿔난 도깨비 하나 만드는 셈이다 사회안정을 우선해야 할 정치 지도자로서는 취할 행동이 아니다”라며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당시 한겨레신문은 한나라당의 국정원 불법 도감청 의혹을 문제삼았지만, 현재는 정반대로 야당이 지핀 의혹의 불씨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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