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종북콘서트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어 강제출국 된 신은미씨를 한겨레신문 산하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올해의 ‘한겨레통일문화상’을 수상자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가 이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재단 측은 "5·24조치 5주년을 맞아 경제적 피해를 본 남북 경협 기업 비상 대책 위원회와 함께 문화적 피해자인 신씨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종북 인사 노길남씨가 운영하는 민족 통신은 오마이뉴스 등이 신은미씨를 추천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 칼럼, 캡처 이미지

“신은미가 피해자? 자신은 벼락출세했지만 북한 독재정권 미화해 주민을 절망으로 몰아”

이와 관련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17일 기명칼럼 <신은미씨에게 만장일치로 賞을 주다>를 통해 “신은미씨가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보도를 봤을 때 그쪽 동네 일로만 여겼다. 더 알고 보니 수상(授賞)기관이 한 언론사와 관계있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었다.”며 “재단 이사장도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씨였다. 이러면 사정이 달라진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언론사 부설 재단이 실정법 위반 혐의로 강제출국된 신씨에게 굳이 상(賞)을 주겠다는 것은 '특별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면서 “소위 진보 진영은 신씨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대다수 국민이 신씨에 대해 황당하게 느꼈던 감정을 대놓고 비웃는 것처럼”이라고 꼬집었다.

최 선임기자는 “이번 수상 이유로 '신씨가 5·24 조치(천안함 피격 사건의 책임을 물어 취한 대북 제재) 해제를 촉구했고 5·24 조치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금방 와닿지 않는다. 아마 신씨가 '종북(從北) 논란'으로 한바탕 난리를 피운 게 점수를 얻었는지 모른다.”면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신당한 심정" 운운하며 떠난 신씨를 '탄압받는 투사(鬪士)'로 인정한 것 같다. 이번 수상과 관련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친북 매체 '민족통신'은 "신은미는 국내외에 '북부조국(북한) 바로 알기'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선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석은 자유이나 사실 관계는 확실히 해야 한다. 신씨는 피해자였을까.”라고 반문한 뒤 “오히려 존재조차 몰랐던 그녀는 종북 논란으로 유명 스타가 됐다. 그쪽 동네에선 '선생님'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며 “이제 신씨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본 강연을 마치고 평양에 와 있다. 공항에 수양딸이 마중 나왔다"고 자신의 동선을 알리면 매스컴에 중계될 정도가 됐다. 북한 관광을 다녀와 이런 벼락출세를 한 경우는 여태껏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선임기자는 “또 하나의 사실 관계도 따져야 한다. 신씨는 과연 북한 바로 알기에 '지대한 역할'을 했을까. 신씨는 다섯 차례 방북해 3권의 책을 썼으니 어떤 열정과 신념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신씨가 쓴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에서 소개한 재미(在美) 농학박사 김필주씨의 판단을 구하는 게 더 객관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김필주 박사는 1989년 처음 방북한 뒤로 북한 내 협동농장 5곳을 운영하고 있고 미(美)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에 뽑힌 적도 있다. 최 선임기자는 “방북 횟수만 110회가 훨씬 넘는 김 박사에게 '신씨의 책이 북한을 바로 알리고 있는지' 판단을 구하는 게 더 객관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신씨는 북한을 바로 알리기 위해 싸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신씨를 통해 북한 독재정권에 매수돼 그 실상을 미화 선전하는 세력을 봤던 것”이라며 “당초 의도와는 반대되는 각성(覺醒) 효과였다. 이 때문에 인도적 북한 지원 활동에 헌신해온 사람들까지 신씨와 같은 부류로 오인되는 피해를 보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인권단체·탈북자단체들 신은미 수상에 반발 이어져

신씨의 활동이 자신의 인기에만 도움이 됐을 뿐 북한 독재정권 미화선전에 이용만 당해 선의의 피해자만 낳는 등 오히려 북한 바로알기를 막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최 선임기자는 “신씨의 책에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행복한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북한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본인에게는 너무 아름답고 행복했을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떠들어대는 동안 정작 그 속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더욱 절망적이고 의지할 곳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신씨에게 북한 정권이 공로 메달을 걸어주기 전에 우리 진보 진영에서 상을 주겠다고 하니 희귀한 '뉴스'인 것은 틀림없다.”고 비꼬았다. 

한편,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 등으로 강제추방 된 신은미씨 수상소식에 북한인권운동단체, 탈북자단체 등 관련단체들은 “단 몇 번의 북한여행으로 북 주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며 북한체제를 위해 선전하는 행위가 과연 통일시대에 노력하는 것이냐”며 수상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엔 한겨레신문사 앞에서 탈북자단체연합을 비롯한 북한민주화위원회, 자유북한방송, 세계북한연구센터,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10여개 이상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신은미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라는 제하의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왜곡하는 자에게 이런 상을 주나”라며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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