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BAU)보다 37% 감축하는 내용을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확정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BAU인 8억5060만톤 대비 37% 감축한 5억3587만톤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11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를 8억5060톤으로 산정하고 4개의 감축목표안을 제시했다. 1안은 BAU의 14.7% 감축, 2안은 19.2%, 3안은 25.7%, 4안은 31.3% 감축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중에서 3안(25.7%)을 채택하되, 나머지는 국제시장을 통해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자국 내 감축을 통해 6억3200만톤을 배출하고 나머지 온실가스 감축분인 11.3%포인트는 국제시장에서 탄소 크레딧(배출권)을 사온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감축목표를 확정한 이유에 “시민사회와 유엔 등 국제사회는 GCF 유치국으로서의 한국 위상에 걸맞은 감축목표를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재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자동자와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제조업 위주의 우리 산업구조와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유승민 정국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주요 일간지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관련 사설을 실은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신문에 눈길이 쏠린다. 중앙일보는 현실적 문제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우려했고, 이른바 진보좌파 두 언론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감출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실과는 다소 괴리된 명분만 강조한 듯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 경제파탄 걱정하는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1일 <온실가스 감축, 기업의 족쇄 돼선 안 돼> 제하의 사설에서 “정부가 어제 발표한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 37% 감축안은 냉혹한 현실에 눈감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4.7%에서 31.3%까지 줄이겠다던 기존의 네 가지 시나리오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경제계를 배려해 산업부문 감축률을 12%로 낮췄다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면서 “산업부문에서 줄어든 몫을 발전·수송에서 떠안아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안 보인다. 결국 경제에 주름살을 가져올 게 뻔하다. 기존 목표도 높다고 아우성치던 경제계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원성이 터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힐난했다.

사설은 “일찍이 굴뚝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탈바꿈한 유럽의 기업들은 친환경 분야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자랑한다. 대폭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자신들의 이익과 맞아떨어진다.”면서 “과거 미온적이던 미국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장 이후 적극적이 됐다. 대규모 셰일가스 생산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손실이 확 준 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구조를 저탄소 기반으로 바꾸는 일도 엄청난 투자와 인력 재편 등 구조개혁의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며 “국제적 신뢰도 중요하지만 필요하면 감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 어떤 게 발등의 불인지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 왜 더 제대로 못하냐는 경향과 한겨레, 환경론자와 명분론자들의 대책없는 본색

반면 경향신문은 <돈 주고 배출권 사는 게 온실가스 대책인가> 제하의 사설에서 “정부는 한국의 국제적 책임과 그동안 쌓아온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을 고려하고 에너지 신산업 및 제조업 혁신의 기회로 삼기 위해 목표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5억3500여만tCO2-e 배출) 목표는 지난해 12월 페루 리마에서 채택된 ‘후퇴 금지 원칙’을 겨우 충족하는 것”이라며 “2009년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5억4300만tCO2-e 배출) 목표를 고작 700여만tCO2-e 줄이는 정도다. 10년 동안 거의 줄이지 않을 것이며 2020년 감축 약속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게다가 37% 감축 목표마저 배출권이라는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국외 감축분 11.3%포인트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감축분의 거의 3분의 1을, 남의 나라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확보한 배출권을 돈주고 사는 것으로 메우겠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국내 감축 목표를 25.7%로 잡으면 사실상 기존 제3안을 채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산업 부문의 감축률을 12%로 낮춘 것도 정부의 감축 의지를 의심케 한다. 정부는 산업계가 14.7%를 줄이는 1안조차 부담스럽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전체적인 감축률은 상향 조정하는 대신 산업 부문 감축률은 대폭 낮췄다.”며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 부문이 채우지 못한 감축 부담은 결국 국민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이나 수송·건물 등에서 추가적 감축 여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온실가스 포집 및 저장 기술 등 신기술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런 위험하고 비싼 감축 수단이 기후변화 대책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설은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국이다. 누적배출량에서도 16위를 차지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며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이다.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이자 녹색기후기금 유치국이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의장 도전국”이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후변화에 이렇게 소극적인 대응을 한다면 기후 의제를 주도하는 국가의 위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산업계와 정부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신문 역시 정부의 감축 의지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안”이라며 비판했다. 같은 제목의 사설에서 신문은 “이번에 확정한 감축안도 국가의 장기목표라는 점에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며 “먼저, 기존에 약속한 2020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견줘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이번 감축안 역시 ‘후퇴 금지’의 국제약속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감축량의 3분의 1가량을 국제 탄소시장을 통해 충당하기로 한 것도 문제”라며 “지난해 리마선언에서 국외 감축의 원칙이 합의되었고 일부 국가가 이를 채용한 감축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분야인데 너무 큰 비중을 두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이처럼 불확실한 수단을 동원한 근본 원인은 국가 전체의 감축률은 37%인데 산업계의 감축률을 배출 전망치 대비 12% 이내로 낮춰주었기 때문”이라며 “산업 부문이 회피한 부담은 일반 국민과 상업 등 다른 부문이 떠맡을 수밖에 없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사설은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이런 추가 감축분을 대부분 원전 증설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사실”이라며 “사고 가능성과 핵폐기물 처분 등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핵산업 확대 정책이 온실가스 대책을 세운다며 슬그머니 기정사실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책을 보면 눈앞의 손실을 걱정하는 산업계의 목소리에 밀려 먼 훗날을 내다보는 산업정책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며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 경제협력개발기구 6위, 역사적 누적 배출량 세계 16위 나라에 걸맞은 국제적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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