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으로 얼어붙은 새누리당을 향한 언론의 비난성 질타가 30일에도 이어졌다. 메르스 사태 마무리와 시급한 경제현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를 비토하며 사실상 정국을 올스톱 시킨 청와대와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버티는 유승민 원내대표, 그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당대표, 친박계와 비박계의 주도권 싸움 등이 부각되면서 언론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메르스 사태로 정부여당이 민심을 잃은 상황에서 이 같은 당청 갈등이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일지 언론이 민심이반을 걱정하며 적극적인 비판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 “대통령이 집권당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면 국민 실망 클수밖에”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靑·비박, '나라 어려운데 무슨 권력 놀음이냐' 소리 안 들리나>를 통해 청와대가 반대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단초를 제공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적하면서도 박 대통령 역시 강하게 비판했다.

사설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굳이 유 원내대표를 공개 비난한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며 “대통령이 여당을 자신의 지시에 따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종속적 존재로 간주한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여당 위에 군림하는 구시대적·제왕적 리더 모습으로 보이면서 여당은 물론이고 국민 여론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이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유 원내대표 퇴진 요구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이 58.5%로 '공감한다'(32.9%)보다 배 가까이 많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버티는 유승민'보다 '몰아내려는 대통령과 친박'을 더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사설은 또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편을 비롯한 주요 국정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와 자주 머리를 맞대며 소통해왔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야당 시절인 2002년 '총재 1인 지배 체제 종식'을 주장하며 탈당까지 감행했다. 그만큼 정당 민주주의를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이기에 집권당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이번 사태를 보며 국민이 느끼는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자신들도 참여한 경선에서 당선된 원내대표를 내치겠다고 우르르 달려든 친박계의 행태도 뒷골목 왈패들과 다를 게 없다.”면서 “조선왕조 시대에도 없었던 특정인의 성씨를 딴 정파(政派)가 21세기 세계 경제 10위권을 오르내리는 대한민국 집권당에 있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이기도 하다.”고 냉소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면서 “대통령과 친박은 이번 분란에서 이겨야 당을 장악해 내년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임기 후반의 레임덕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유 원내대표 측도 대통령과 맞서고 친박으로부터 '탄압'받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할지 모른다.”며 양측의 속셈을 언급한 뒤 “국민은 지금 '경제도 어렵고 전염병도 다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느닷없이 무슨 권력 놀음이냐'는 경고를 분명히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집권 세력이 나라야 어떻게 되든 각자 정치적 주판알 튕기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국민의 경고를 무시하면 당장엔 누가 이겨도 결국 패자(敗者)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동아일보 “유승민 사퇴 밀어붙여 박근혜당 만든다고...회의적”

동아일보 역시 이날 <새누리당, 유승민 사퇴 밀어붙여 ‘박근혜 黨’ 만들 텐가> 제목의 사설로 청와대 측을 강력 비판했다. 사설은 박 대통령 및 청와대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차례로 지적하면서 “지금 국정 상황은 여권이 내분으로 날을 지새워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사설은 “박 대통령은 어제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의 의사일정이 중단된 상황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지시”라며 “설령 박 대통령의 뜻대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이뤄진다고 해도 박 대통령 위주로 움직이는 여당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권은 ‘유승민 리스크’를 대화와 소통을 통해 조속히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앙일보 “유승민 거취는 본인에게 맡겨야...친박 눈만 뜨면 유승민에 삿대질” 비난

중앙일보는 <친박의 사퇴 압박 … 누가 납득할까>란 제하의 사설에서 “진정 조짐에도 불구하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그리스발(發) 디폴트 위기가 우리 경제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울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위기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청와대와 국회, 여와 야가 합심해 불끄기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집권세력이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를 놓고 쌈박질을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메르스 추경’ 편성이 시급하다면서도 정작 이를 맡아야 할 원내 사령탑의 교체를 요구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또한 “이달 초 행정입법의 남용을 견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논란이 촉발된 이후 국민들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화를 통한 합리적 해결을 통해 정치적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문해왔다.”면서 “그런데도 대통령은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다. 친박이라는 사람들은 눈만 뜨면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물러나라고 삿대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유승민 사퇴’의 명분으로 들고나온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의 신임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원내대표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라며 “그러나 이는 중대한 자기모순이며 의회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발상이다.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사적으로 임명한 부하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입맛에 맞춰 그만둬라 마라 할 대상이 아니”라고 힐난했다.

사설은 “유 원내대표가 과거 야당 시절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적은 있지만 지금은 엄연히 여당 의원 160명을 대표하는 원내 사령탑이요, 국회 운영을 주도하는 운영위원장”이라며 “의원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원내 사령탑은 의총의 결의로만 교체될 수 있다. 그것이 삼권분립의 취지이고 의회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다. 대통령의 신뢰를 잃었다는 이유로 사퇴를 종용하는 건 자신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뽑은 대표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퇴를 하든 안 하든 그건 전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결단에 맡겨둬야 한다.”며 “지금 집권세력이 해야 할 일은 코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국정을 정상화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지킴이 나선 경향신문, 한겨레 연일 박 대통령과 친박 맹비난

한편, 경향신문은 <계파 싸움에 골몰하는 새누리당, 민생은 언제 챙길 건가>를 통해 “국민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데 나라 살림을 맡은 집권당은 집안싸움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진정 책임 있는 여당이라면 유 원내대표 사퇴 논란을 매듭짓고 하루빨리 민생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신임을 받고 싶으면 당 주도권 싸움 대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 역시 각각 이날 <새누리당, ‘유정회’로 되돌아갈 참인가>를 통해 “지금 새누리당 사태를 보면, 우리 정치가 서 있는 지점이 과연 21세기가 맞나 헷갈릴 정도”라며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벌이는 싸움은 한국 정치의 퇴행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계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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