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메르스 과잉공포 확산에 종편채널의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MBN이 메르스 사태를 보도하면서 질병의 빠른 확산세를 강조하며 “예방제가 없다” “치료제도 없다” “걱정된다”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해 시청자로 하여금 공포에 떨게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20일, MBN ‘뉴스8’에서는 관련 뉴스가 보도되지 않았다. 다음 날 21일 확진자 수가 늘면서 ‘세 번째 감염자 확진…국내 확산하나?(1’30”)’를 보도하며, 앵커는 “치료제도 없고, 예방백신도 없는 이 메르스 환자가…”라며 불안감을 한 껏 고조시켰다.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MBN은 이어진 보도를 통해 “이렇게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10여년 전 세계적으로 8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의 공포가 다시 생각납니다. 사실 메르스는 중동의 사스라고 불립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치료제 없어 '발 동동'…"백신 개발 일러야 1년"(1’29”)’ 보도 시, 앵커는 “현재 치료제도 없고 예방제도 없습니다”, 기자는 “치사율 40%가 넘는 메르스는 아직 치료제가 없어 더욱 무섭습니다”라고 전했다.

22일에는 ‘중동사람이 말하는 메르스’ 보도를 통해 “환자 3명 안정세” 라면서도, “중동은 환자 1000명 이상 발생”했다고 전해 긍정적인 소식을 전하는 한편, 불안감을 야기하는 코멘트를 덧붙여 보도했다.

5월 26일부터는 메르스의 ‘빠른 확산세’를 매 뉴스마다 강조해 시청자들의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 확산세를 가속화했다. 이와 함께, ‘걱정입니다’ ‘불안합니다’ 와 같은 감정적인 코멘트도 습관적으로 언급했다.

26일 ‘메르스 안이한 대처 논란…불안감 가중(1’34”)’에서  “(기자) 메르스 감염 확산세가 예상보다 빠른 가운데,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  27일 ‘세계 6위 발병국 오명…3차 감염 우려(1’32”)’ 에서 “치사율은 40%로 높지만 전염성은 약하다는 애초 설명과는 다르게 메르스가 빠르게 전염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에 이어, 28일 ‘환자 2명 추가 발생…8일 만에 7명으로 늘어’에서는 급기야, 앵커가 “비상이 걸렸습니다”라며 시청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또한, 앵커는 “의심증세 음성…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라며, 뉴스를 이어갔다. 이처럼 MBN은 안심이 될만한 뉴스를 전하고 나서도 후속 보도를 통해 시청자들의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보도행태를 보였다.

여기에 더해, MBN은 ‘[오늘의 여론] "메르스에 대해 잘 알아" 66.8%(44”)’(27일)을 보도하며, “(앵커) 우리 국민들은 메르스라는 질병을 이제 많은 분들이 알고 있고, 메르스에 불안해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해, ‘여론’이라는 대중적 감성코드로 시청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 MBN '뉴스8'은 메르스 확산세가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과학자' 들의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특히, 화면에 환자를 표시할 때는 붉은색으로 처리해 뉴스 내용에 대해 시청자로 하여금 더욱 공포를 느끼도록 유도했다.(6/7 하루 만에 14명…빠르게 느는 이유는?(3’38”))

6월 부터는 뉴스 시간의 절반 이상을 메르스 관련 뉴스로 보도하며, ‘앞으로 2~3일이 최대 고비…3차 감염이면 악몽(1일)’ ‘3차 감염 늘면 통제불능…'모두 병원내 감염"(2일)’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초등학교·유치원 임시 휴업(2일)’ ‘메르스에 뻥 뚫린 서울시, 시민들 '경악'(5일)’ ‘재건축 총회 참석자 중 77명 연락 두절…주민 불안(6일)’ ‘양성자, KTX·사우나 등 대중시설 '활보' (7일)’ ‘충북 첫 확진…구멍 뚫린 '자가 격리'(9일)’ 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을 본격적으로 화면에 등장시켰다.

특히, 6월 4일 ‘메르스 확산에 해외선 "유전자 취약 가능성"까지 제기’ 보도에서 앵커는 “(앵커)한국의 메르스가 중동의 메르스가 아니고 변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는 학자도 있다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한편, 기자는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한국인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메르스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이언스지는 또 세계보건기구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메르스 바이러스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라고 보도해 한국에서의 빠른 확산세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많은 의혹들로 시청자들을 더욱 혼돈에 빠트렸다.

‘메르스사태’를 보도하면서, MBN은 인류를 위협했던 전염병들을 자주 언급했는데, 초반에는 ‘사스’ ‘독감’ 등 유사증세를 보였던 질병들과 비교해 일상생활 속에서의 전염성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6일에는 ‘페스트에서 메르스까지 '전염병의 진화'’ 보도를 통해, “(기자) 가장 최근의 에이즈까지, 인간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라 할 만큼 전염병은 소멸과 창궐을 반복했습니다. 다만, 지금의 전염병은…메르스와 같이 균이 빠르게 변형되고 진화하면서 백신 개발이 어려워졌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라며,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최대한 극적으로 묘사했다.

MBN이 줄곧 ‘빠른 확산세’에 초점을 두고 보도를 이어갔으나, 메르스 확산세는 주춤해진 모양새다. 이에 MBN은 20일, ‘1차 유행 끝…2차 유행도 소멸 됐나(1’41’”)’ “(기자) 평택성모병원에서의 1차 유행은 지난 4일 끝났습니다… 2차 유행이 시작된 삼성서울병원도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언제든지 확진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3차 대규모 유행이 올지를 놓고 보건복지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라며 불안의 씨앗을 여전히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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