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지난 2002년 북한의 선제 기습 포격으로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연평해전’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관객몰이에 나선 가운데 이와 관련한 YTN ‘삐딱한’ 보도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세월호 추모집회 당시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자에 검찰과잉수사 논란 프레임으로 보도한데 이어 영화 연평해전을 부적절한 표현으로 깎아내리거나 난데없이 이념논쟁 프레임으로 몰고 가는 보도를 내고 있어서다.

여야 국회마저 연평해전 상영회를 공동주최하며 제2연평해전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돕겠다고 나선 마당에 YTN이 이에 딴죽을 거는 모양새다. YTN의 이 같은 보도변화는 조준희 사장 취임 후 노조가 다시 주도권을 잡은 YTN의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2연평해전이 월드컵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는 YTN 보도는 국민과 유가족 모욕”

YTN이 25일 보도한 <'연평해전' 개봉...시민 등 7천 여명 투자해 완성> 리포트는 이 영화에 대해 ‘재미없는 반공영화 인줄 알았는데 반응이 뜨겁다’ ‘걱정되는 점도 있다’ 등의 표현으로 애써 폄하하려는 듯 소개해 여타 언론보도와 차이를 드러내 보였다.

또한 해당 리포트는 당시 남북한 교전에 대해서도 ‘월드컵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식의 부적절한 설명을 덧붙여 제2연평해전에 대한 시청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YTN 김선희 기자는 해당 리포트에서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으로 국지전을 방불케 하는 교전이 일어납니다.”라며 “결국 우리 해군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월드컵 열기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한 언론인은 “당시 언론과 방송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따라 축소보도하던 경향이 있었다”며 “제2연평해전이 월드컵 탓에 묻혔다는 건 정확한 말이 아니다.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보도 책임을 방기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은 연평해전이 발발했음에도 다음 날 한일 월드컵 폐막 경기 관람 차 일본으로 갔고, 교전 이틀 뒤 치러진 희생 장병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영결식엔 국무총리와 국방장관, 합참의장도 불참했다. 김대중 정부는 희생자 추모행사 역시 정부가 아닌 해군 차원에서 축소해 치르도록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제2연평해전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홀대가 당시 언론보도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우리 장병들이 전사했는데 월드컵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YTN 표현대로라면 국민이 월드컵에 정신이 팔려 안타까운 죽음에 관심조차 없었다는 뜻이 아니냐. 국민과 유가족을 모욕하는 표현이다. 국민이 제2연평해전을 잘 몰랐던 건 언론의 책임”이라고 했다.

문제적 대목은 이뿐이 아니다.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김 기자는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 이어 김학순 감독의 소감과 관람객들의 긍정적 반응도 전했지만, 이어 “재미없는 반공 영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뜨거운 감동을 주고 있지만 걱정되는 점도 있습니다.”라며 뜬금없는 평론가의 반박성 코멘트를 덧붙였다. 

언론노조 기관지 격인 미디어오늘에 대중문화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는 김헌식 평론가는 "당시에 어떤 과정과 상황 속에서 벌어졌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거든요. 그래야만 국민적으로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건데 그 안에 휴먼 스토리에 집중하다 보면 전체적인 상황과 총체적인 구조 시스템을 볼 수 없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평론가의 비판적 발언을 굳이 리포트에 넣어 이 영화에 “걱정되는 점도 있다”며 논쟁적인 영화로 몰고가는 부분도 연평해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 연평해전 DJ 언급에 불쾌한 YTN? 김대중 대통령 대변인 역할 한 YTN

YTN이 같은 날 보도한 <[뉴스통] 영화 '연평해전' 1위...이념 논쟁 번지나?> 제목의 리포트는 아예 노골적으로 영화 ‘연평해전’ 속 장면들을 트집 잡고 나섰다. 리포트는 “하지만 유가족의 바람과 감독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권과 인터넷에서는 이념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습니다”라며 “영화 마지막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사자들의 장례식장을 찾지 않고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폐회식에 참가한다는 보도 내용이 포함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리포트는 연평해전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불참 사실을 영화 속에 집어넣은 것을 트집 잡았고, 더 나아가 아예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의 해명을 대신하는 모양새였다. YTN이 제2연평해전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의 입장과 해명을 대신한 셈이다. 또한 리포트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지원 비서실장을 병원으로 보내 유족들과 부상장병을 위로했고, 월드컵 폐회식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인데 이 내용은 포함이 안됐습니다.”라고 전했다. 

리포트는 또한 “정치권에서는 영화 '연평해전' 을 안보 이슈화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며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SNS에 대통령 한번 잘 못 뽑으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 다음 대통령은 아예 NLL을 적에게 헌납하려 했었죠. 라고 영화 감상평을 올렸고 홍준표 경남지사도 SNS에 산화한 장병들의 영결식 보다 일본에서 거행된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한 대통령을 보고 가족들은 얼마나 국가를 원망했겠느냐고 글을 올렸습니다.”라고 정치인들의 소감까지 언급하며 트집을 잡았다.

리포트는 한발 더 나아가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평해전이 안보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 현 정부의 코드에 맞춰 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라며 아예 연평해전을 직접적으로 폄하하고 정치적 의혹까지 제기했다.

영화 연평해전을 둘러싸고 YTN의 이 같은 잇단 트집 잡기식 보도와 편향적 보도에 대해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 겸 미디어비평가는 “YTN이 제대로 된 언론사이고 제대로 된 사장이 있었다면 이런 식의 보도는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비평가는 “우리 국민의 상처와 아픔이 담긴 영화 연평해전을 다른 민영방송보다 더 자세히 보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YTN 보도는 하기 싫은 보도를 억지로 하는 것처럼 구색만 맞춰 보도한 듯한 느낌”이라며 “지난 번 태극기 불태운 사건은 과잉수사 운운하더니 이번에는 연평해전을 깎아내리는 걸 보면서 조준희 사장이 오고 난 뒤 YTN이 정말로 달라졌다는 변화를 실감한다. YTN 노조 전성기인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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