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유승준 눈물 방송’ ‘만수르 한국 상대 소송’ 등 흥미 위주의 뉴스를 자주 보도하던 채널A 종합뉴스가 메르스 관련 보도에서도 자극적인 문구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면서 시청자의 공포와 메르스 불안을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난 달 20일 당일에는 채널A 종합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다음 날(21)일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실 70대 감염…국내 3번째’ 뉴스가 후반부에 전해졌고, 26일 ‘‘메르스’ 4명째 확진…의료진 2명 의심 증상’을 보도했다.

채널A의 ‘프라임 뉴스’ 격인 프로그램에서 사실상 8일간 메르스 관련 보도가 전해지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8일 방송은 급변했다. 주요뉴스 자막에 ‘외래 진료자도 감염/유명 대학병원 중환자실 폐쇄’를 시작으로 채널A는 자극적인 문구와 앵커멘트를 이용해, 종편의 ‘메르스 공포’ 조성에 합세했다.

이 날, “충격적 단독 보도를 전해드리겠습니다”는 앵커멘트와 함께 연이어 보도된 뉴스들을 보면, “질병관리본부는...아무런 제재 없이 서울 시내 대형 병원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특히, 환자 중 한명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생활했고 외래 진료를 받으려고 기다리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돼...”“...격리됐어야 마땅한 이 의심 환자는 메르스 관리 대상에조차 오르지 않았습니다” 라며, 시청자로 하여금 마치 메르스 감염자를 만나 감염될 수도 있다는 듯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잠시 후 이어진 심층보도 ‘메르스 환자 벌써 7명…감염 속도 빠른 이유는?(4’21”)’에서 앵커는 “메르스가 서울 도심의 내로라하는 대학 병원 중환자실을 무기한 폐쇄시켰습니다. 외래 환자 중에서도 처음으로 감염자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라 운을 뗐다.

채널A의 보도는 낚시성 자막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 화면 좌측 상단에는 ‘밀착취재>번지는 메르스 공포’’를 삽입하고, ‘F씨, 최초환자와 병실 같이 안썼는데 왜 감염?’‘“밀접접촉 않아도 감염되는 것 아니냐” 불안’ 등을 고정하여 보도 내용과 관계없이 불안감을 주는 문구가 지속적으로 방송에 노출됐다. 물론, 기자는 “사망률이 41%”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5월 29일부터 채널A 종합뉴스의 메르스 공포 분위기 조성은 더욱 심해졌다. ‘음성판정 받았다가 양성…‘메르스 공포’ 확산’‘中 출국자 메르스 확진…무방비 전파 가능성’ 등을 보도하며, ‘공포’‘무방비’라는 단어를 장시간 노출했다. 또한, 감염여부의 불확실성 및 병원과 당국간 불통을 연이어 보도하면서 시청자를 더욱 혼돈에 빠트렸다. 이어진 보도에서는 해외 인터넷에서 떠도는 괴담 내용을 소개하며, 영화 ‘감기’의 장면을 인용, 메르스가 마치 유행성 감기처럼 감염자가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고, 옆사람에게 쉽게 옮길 수 있다는 각인을 남겼다.

▲ 5월 29일 채널A 종합뉴스에서는 심층보도를 통해 영화 '감기'의 일부 장면 송출하며 감기처럼 감염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옆사람에게 쉽게 옮길 수 있다는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주었다. 구체적인 뉴스의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화면이나 자막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불안감에 떨도록 전달했다.

30일에는 ‘‘메르스 11명 감염’ 병원 폐쇄…응급실 닫고 방역’‘밀착취재>메르스‘급증’...위험은?/병원 ‘도미노폐쇄’?’‘4백여 명 사망한 메르스...우리나라는?’ 등의 자막으로 시청자를 불안하게 했고, 31일에는 캘린더에 날자와 확진자 수를 표시하며 정보를 시각화했다.

메르스 관련 기사의 수는 5꼭지 안팎이었지만, 자극적인 제목으로 스토리를 엮은 듯 연달아 보도해 점진적으로 시청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6월 3일 전체뉴스의 절반정도가 메르스 관련 기사로 구성됐고, ‘메르스 격리자 1300명 넘어…통제 불능 우려’‘서울 자택 격리자, 전북서 골프…‘관리 허술’’‘“아파도 무서워 병원 못 가요”…수술도 연기’‘“중동 출장 다녀온 직원, 자택근무” 산업계 ‘덜덜’’을 연달아 보도했다. 심층보도에서는 “격리자 기하급수”문구를 삽입해 7분이 넘는 시간동안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노출됐다.

채널A는 뉴스진행 내용과 상관없이 ‘지속적인 감염자 확산세’와 ‘허술한 환자관리’를 주제로 만들어진 각종 문구들을 방송 중 장시간 노출해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묻는 심층보도에서는 아예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은?” “에어컨 필터에 바이러스...공기 전염성은?” “메르스 치사율 40%는 허구?” 등 질문만 자막으로 띄워놓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시-복지부-확진 의사…‘진실 공방’’ 등의 보도로 시청자를 계속 혼돈에 빠트려 공포감을 더했다.

6월 7일에는 급기야 “공교롭게도, 메르스 공포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을 따라 확산”한다고 까지 언급했다. 소설 스토리기법마저 연상시키는 뉴스전달이었다.

16일 이후 기사의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의심 환자, 8일 간 지하철 출퇴근 ‘조마조마’(16일)’‘20일 지나 메르스 발병…깨지는 ‘14일 공식’(17일)’ 등 공포감을 조성하는 자극적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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