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6.25 전쟁 65주기를 맞아 언론이 일제히 6.25 관련 기사로 우리에게 조국과 전쟁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기회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우리 군인 60여만명이 죽거나 다치고 소년병도 3만명이 참전한 가슴 아픈 전쟁이었다. 

한국, UN군, 중공군 등 군장병 270만 명의 인명피해를 낳았고, 이재민 370만, 전쟁미망인 30만, 전쟁고아 10만, 이산가족 10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상처가 북한의 도발로 일어난 비극적 전쟁이었다. 

갈수록 6.25전쟁 역사적 사실이 희미해지는 세태 속에서 국민의 안보불감증도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과거의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고 교훈을 되새기는 일은 역사학자만의 일이 아닌 언론의 또 다른 역할로 보인다.

이날 주요일간지들은 일제히 6.25 65주기 관련 사설과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우리는 대통령이 버린 군인의 부모였다"> 제하의 사설에서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戰死)한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씨 인터뷰와 관련한 내용을 담았다.

조선일보 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 박동혁 병장 어머니의 절규를 사설로

조선일보는 연평해전 발발 다음 날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일본으로 축구를 보러 떠난 김대중 대통령과 햇볕정책에 매달렸던 당시 정부로 인해 축소된 희생자 추모 등을 열거하며 당시 기억을 상기시켰다. 고 박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씨가 "우리는 대통령이 버린 군인(軍人)의 부모라고 내가 그랬다"고 한 한서린 심정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만 희생 장병과 유가족을 버린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과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제대로 예우(禮遇)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전사자 1인당 4억여원 등의 보상금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는 얼마 전 본지 인터뷰에서 "아들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했다. "법적으로 전사자로 예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2연평해전에서 부상한 뒤 전역한 사람들 가운데는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상처 때문에 취직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자책하는 정부와 정치권 인사는 얼마나 되는가.”라고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면서 “오늘로 6·25 전쟁 65주년이다. 우리 군인 60여만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정식 군번도 받지 못한 채 북한군과 싸웠지만 국가유공자 혜택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년병도 3만명이나 된다.”며 “지난 60여년 북한의 끊임없는 무력 도발에 맞서 수많은 우리의 남편, 아들, 동생이 국가를 위해 몸을 던졌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국가가 국민에게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려면 국가도 국가답게 국민을 위하고 행동해야 한다.' 연평해전 희생자 가족들의 소리 없는 절규”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호국영령들은 지금 정부와 군에게 묻는다”

동아일보는 <6·25와 연평해전 이후 우리 안보의식 얼마나 달라졌나>란 제하의 사설에서 이날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서 연평해전 시사회를 갖는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이 “안보 문제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희생된 장병들의 뜻을 기리고 추모하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고 한 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평해전 당시 김대중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지적한 뒤 “북의 도발 징후가 있었음에도 군의 오판과 정부의 무른 대응으로 희생을 키웠다는 점에서 연평해전은 6·25전쟁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며 “1950년 그때도 우리는 북의 남침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제2연평해전 직후에도 여야는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밥그릇 다툼’ 때문에 즉각 국회를 열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고 꼬집었다.

동아일보는 “북의 적화통일 전략은 그대로인데 6·25 당시 우리 지도자들의 안일과 무능, 군에 대한 불신, 그리고 해이한 안보의식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걱정스럽다.”며 “남북의 증오와 적대를 청산하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대한민국의 번영을 가능케 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국 영령들은 지금 정부와 군이 북의 침략에 단호히 대처할 각오와 태세가 돼 있는지, 또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잊지 않고 있는지 묻고 있다.”며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늘 깨어 있어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6.25 전쟁 아픔 잊는 기억과의 전쟁 벌이자”

중앙일보도 <다시 맞는 6·25 … 전쟁의 기억과 ‘기억의 전쟁’> 제하의 사설에서 1950년 북한의 기습으로 전쟁 발발 이후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까지 300여만명이 희생되고 한반도가 피폐화됐지만 기적처럼 다시 선 우리의 현재와 윗세대의 피땀 어린 희생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전쟁의 기억이 점점 잊혀져 가는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 최근 20대 이상 성인 남녀 1193명에게 물은 한 설문조사에서 20대의 45.7%가 “6·25 전쟁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략한 북침(北侵)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답했다고 한다.”며 “한국갤럽이 성인 1000명에게 6·25 전쟁 발발 연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36%가 연도를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의 잘못된 역사 교육으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6·25 전쟁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떨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물론 6·25 전쟁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집착으로 인해 역사발전이 퇴행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값비싼 교훈조차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6·25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남북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서도 전쟁의 아픔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며 “이를 잊지 않기 위한 기억의 전쟁도 함께 벌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진보좌파언론 가운데에선 경향신문이 <한국전쟁 65주년, 평화는 어디에> 제하의 사설을 게재했다. 한겨레신문은 관련 사설을 싣지 않았다. 

경향신문 “한반도에 남북의 화해는 없고 일촉즉발의 위험만”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애국적 관점보다 진보적 시각을 드러냈다. 때문에 한반도 대립과 전쟁불안의 책임을 남북 양쪽에 돌리는 모양새였다.

경향신문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은 평화를 위협했다. 북한의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은 부족한 자원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쏟아 붓는 일을 정당화했고 북한 시민들을 굶주리게 했다.”면서도 “이에 맞서 남한은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마련하고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들여오는 데 아낌없이 시민의 세금을 쓰고 있다. 남북은 전쟁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한반도를 세계 최고 수준의 중무장 상태에서 군사적 대치를 하는 일촉즉발의 위험이 도사린 땅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건 전쟁이 끝났을 때 기대했던 평화의 모습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쟁 발발 6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바라는 것은 통일까지는 아니어도 남과 북이 전쟁의 공포 없이, 화해하고 서로 돕고 사는 공고한 평화체제, 바로 이것”이라며 “그런데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대화하지도 못하는 지금 한반도에 이런 평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북한도 남한도 북한 인권을 어떻게 개선할지 길을 찾지 못한 채 대결과 적대의 수단으로 동원하고 있다.”며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정부는 북한 탓만 하며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이 땅에 든든한 평화의 뿌리를 심겠다는 각오와 열정이 없다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며 “우리는 전쟁을 했기에 평화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왜 아직 비평화적 태도와 정책, 제도를 포기하지 못하는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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