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종합편성채널이 처음부터 ‘메르스공포’를 조장하고 확산했다는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TV조선> 메르스 관련 보도 분석 결과, ‘뚫렸다’ ‘포비아’ 등 자극적인 단어를 남발하면서 시청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으로 관찰됐다.

국내 1호 메르스환자가 발생한 지난 달 20일 TV조선 ‘뉴스쇼 판’은 환자 발생소식만 알리고 뉴스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 날인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정부의 늑장대응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중동판 사스' 메르스 하루새 환자 3명…손 놓던 보건당국 '비상'(5/21 22:03 1‘54“)’ 보도를 통해 "고열 기침 심하면 사망...치사율 40% 치료방법 없어", '메르스' 발열 증세 2명 추가…발병환자 6명 가능성(5/26 22:13 2‘00”)’보도에서는 "첫 환자 발견 엿새만에 메르스 감염자가 4명으로 늘면서, 지역 사회에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라며, 자극적인 뉴스쇼를 시작했다.

이어 5월 27에는 첫뉴스로 ‘메르스 환자 5명으로 늘었다(5/27 21:30 1‘52“)’를 보도하면서 ”진료의사도 감염...‘메르스’ 확산 불안“라는 자막과 함께, 이제까지 앉아서 메르스 뉴스를 보도한 것과 달리 선 자세로 진행하는 등 시청자로 하여금 불안정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콘셉트를 취했다. 보도내용 역시 ”보건당국은 뒤늦게 첫 메르스 환자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8℃ 이상의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메르스는 감염경로와 전파방식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신종바이러스입니다“라고 마무리 해, 시청자로 하여금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 5월 27일 TV조선 '뉴스쇼 판' 시작으로 메르스 확진자 사망뉴스를 보도하며, 앵커가 서서 진행해 불안감을 더했다. 이 후, TV조선은 보도본부를 '메르스 특별 취재 본부'로 운영하면서, 평택을 유령도시처럼 묘사하고 "환자가 지나간 자리에 공포만 남았다"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뉴스 보도화면은 반복되는 장면 외에도 인포그라픽으로 기사를 시각화했고 자극적인 자막을 넣어 시청자들을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또한, 인터넷에서 떠도는 각종 의혹들을 뉴스로 전달하면서 “예방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라며 재차 강조했다.

27일 ‘공포감’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사가 보도된 다음날인 28일, 앵커멘트에 드디어 ‘뚫렸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 후, ‘지역+뚫렸다’의 표현은 환자발생 뉴스를 보도하는 타이틀로 수차례 반복됐다.

TV조선의 ‘공포감 조성’ 보도 행태는 주말판 프라임뉴스 ‘주말뉴스’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비교적 초기에 해당하는 31일 ‘메르스의 진실은?’ 이라 제목을 붙여, 메르스에 ‘대해 잘 알아보자’는 취지 보다는 ‘여태 거짓정보로 휘둘리고 있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6월 들어서는 보도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보건당국이 감영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며, 공기전파도 의심해야 한다며 인포그라픽까지 그려 방송으로 송출했다.

2일, TV조선 <뉴스쇼 판> 시작부터 1시간동안 시청자들은 메르스 관련 뉴스를 지켜보아야 했다. 환자가 발생한 지역은 황량하기 그지없고, “앵커는 메르스 격리대상자가 750여명입니다. 격리 대상자가 천명을 넘을 경우,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천명을 넘어 설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라며 시종일관 시청자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SNS괴담의 구체적인 내용들도 반복 보도됐으며, 방송 말미에 메르스 관련 전문가 의견 코너를 만들어 수미쌍관 식 보도행태를 구축했다.

이어, TV조선은 3일 보도본부를 ‘메르스 특별취재본부’로 전환해 보도의 양을 대폭 늘렸다. 지금껏 ‘정치공방’과 ‘의료현장’ 보도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등 모든 뉴스를 메르스 관련 내용으로 도배하기 시작했다.

TV조선의 자극적인 보도는 6월 첫 주말인 6일과 7일 정점을 찍었다. 6일에는 ‘'메르스 의사'가 지나간 곳에는 '공포'만 남았다’, ‘美 연구팀 "병원대기실도 바이러스 상존"…네이처도 병원내 감염원 '침방울' 지목’, 7일에는 ‘경유 병원 18곳…지역은 아수라장’, ‘'제2의 메르스 진원지'되나…충격 속 삼성서울병원’, ‘전국서 환자 몰리는 삼성서울병원…전국 확산..’,‘영남서 첫 양성환자…부산시민 공포’ 등의 뉴스를 연이어 보도했다.

그러나 TV조선의 이 같은 보도행태는 종편이 메르스 공포를 확산한다는 의견이 본격 나오기 시작한 9일 즈음부터 다소 수그러들었다.

보도내용도 메르스 자체 보다는, ‘내수경기 침체’, ‘메르스 효과를 악용하는 도덕적해이’ 등 다양한 주제로 뉴스를 이어갔으며, 분량도 20분 내외로 절반정도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판 뉴스에서는 ‘도망·거부 이탈자 속출… 자가격리 '천태만상...’(13일),‘슬로바키아 韓 의심 환자에 유럽 발칵…’(14일)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화면에 등장시켰다.

15일 또 다시 뉴스쇼 판에서는 ‘깨지는 통념…메르스 이대로 괜찮나?’ 보도를 통해 “(앵커)잡힐 듯 하더니, 메르스가 잘 잡히질 않고 있습니다”, “(기자)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메르스의 통념. 국민들의 불안감만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라고 보도해 안정세로 접어드는 분위기를 살짝 흔드는 듯 하더니, 16일에는 ‘지나친 '메르스 포비아’’라며,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보도, 시청자 약올리기식 보도도 이어졌다.

국민의 메르스 공포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대책마련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종합편성채널의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진행자들의 코멘트가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불러왔다는 지적은 이처럼 실제 분석 결과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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