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참담한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병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은 다음날인 24일 일제히 사설로 이재용 부회장이 대표하는 재벌그룹 삼성의 사과를 놓고 많은 비판과 분석을 내놨다. 공공성보다 이윤추구에 더 몰두하다가 낳은 의료체계의 빈틈, 삼성병원으로 인한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 사태에도 “삼성이 아닌 국가가 뚫렸다”는 오만 등을 지적하면서 삼성의 사과가 더 나은 삼성을 만드는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가 많았다.

조선일보 “음압병실 없어 자기병원 의사 딴 병원 보낸 삼성서울병원에 충격”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이재용 '메르스 사과', 국민은 후속 조치 보며 眞心 판단할 것>을 통해 먼저 이 부회장의 사과와 삼성서울병원이 응급실 환경 개선과 음압(陰壓) 병실 확충으로 진료 시스템을 혁신하고, 전염병 예방 백신·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했다. 

이어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삼성이 국민에게 실망을 준 게 사실”이라며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염병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음압 병실이 한 곳도 없어 메르스에 감염된 자기 병원 의사를 다른 병원으로 보냈다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가운데 감염 피해자가 여럿 나온 이유는 병원이 제공한 방호복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삼성서울병원이 지난달 27일 응급실에 들어온 14번 환자의 관리만 철저히 했더라면 지난 한 달간의 국가적 혼란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은 앞으로 삼성 측의 후속 조치가 하나하나 실행되는 것을 보면서 이 부회장의 사과가 진심이 담긴 것이었는지, 아니면 위기를 일시적으로 모면하려는 것이었는지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삼성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기업이 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삼성 부회장 사과 보면서 정부는 왜 아직 공식 사과 않나”

동아일보는 <삼성의 메르스 사과, 정부는 언제까지 침묵할 건가> 제하의 사설에서 “삼성병원이 14번 슈퍼전파자에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메르스 사태는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의 1차 유행으로 끝날 수 있었다. 이 병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을 보인 뒤 9일 동안 더 근무하며 메르스를 전파시켰다.”면서 “삼성병원이 설립 당시 내세운 이념은 ‘최선의 진료, 첨단 의료연구, 우수 의료인력 양성을 통해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빅 5’ 중 하나라는 삼성병원이 감염 치료를 위한 음압격리 병상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이번 사태로 드러난 삼성병원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어 “병원 차원의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와 지적에 이어 정부 비판으로 이어갔다. 사설은 “어제 이 부회장의 사과를 지켜보면서 정부는 왜 아직도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지만 정부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는 데 국민 대부분이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문형표 복지부장관의 사과를 언급한 뒤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는 아직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송재훈 삼성병원장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있는 충북 오송으로 불러 질책하고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남의 책임을 추궁할 때는 자신의 책임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메르스에 늑장 대응한 박 대통령이 사과의 적절한 시기마저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이라고 ‘쉴드’친 중앙일보 정부까지 끌어들여 물타기?

중앙일보는 이날 삼성서울병원을 강력질타한 다른 언론의 사설과 조금 뉘앙스가 달리 병원의 책임을 묻기보다 다독이는 모양새였다. 

중앙일보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사과 … 병원 혁신 계기 돼야>란 제하의 사설을 통해 “우리는 이 부회장이 내놓은 재발방지책이 복잡한 응급실을 개선하고 부족한 음압병실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삼성 차원에서 병원 운영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걸음 더 나아가 감염질환 백신과 치료제 개발까지 다짐하면서 바이오 분야에서 공공적인 임무를 자임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며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삼성이 뒤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병원 안전과 감염병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의료 공공성을 적극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어제 이재용 삼성병원의 사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칭찬했다.

사설은 계속해서 “삼성서울병원은 억울할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다른 병원들보다 응급실과 감염 차단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해온 게 사실이다. 메르스 1번 환자를 발견하는 결정적인 역할도 해냈다.”면서 “14번 환자 역시 정부가 메르스 사태 초기에 발생 병원의 정보를 다른 의료기관과 공유하지 않아 삼성서울병원에서 ‘수퍼 전파자’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 의료 수준을 자랑하던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에 뚫렸다는 사실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는 즉시 삼성서울병원이 대대적인 혁신에 착수해야 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입장을 최대한 거들면서 정부 책임도 함께 꺼낸 대목으로, 가재는 게편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사설은 “우리는 삼성 이 부회장의 사과를 지켜보면서 또 한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서울병원보다 메르스 사태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당국”이라고 본격적인 정부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58%가 메르스 확산에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고 했고, 전문가들은 50%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며 “메르스 사태가 잡히는 대로 청와대와 정부는 삼성을 뛰어넘는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삼성서울병원의 공공성 부족·오만’ 강력질타, 한겨레신문 “삼성 사과하는데 정부는?

한편, 이른바 진보언론의 비판도 대동소이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와 삼성병원의 사회적 책임> 제하의 사설에서 삼성병원의 의료공공성 역할론과 책임론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대처에 실패한 것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영리 추구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라며 “병원을 이윤 추구의 도구로 삼다보니 자연스럽게 응급실 감염 예방에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 환경을 청결히 유지하고 감염 예방 등 안전 관리에 주의 의무를 다한다’는 병원윤리강령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이 병원이 왜 최고 병원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은 병원에 최고의 영예를 수여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삼성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고 큰소리치는 오만함도 드러냈다. 감염병 예방 시스템만이 아니라 병원 전체가 단단히 고장 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간 대형병원은 보수정권이 편 공공의료시스템 무력화 정책의 수혜자이다. 공공의료의 공백이 커지면서 전국의 환자들이 몰려 대기업 못지않은 매출을 올렸다.”며 “비단 병원윤리강령이 아니라도 많은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형병원들은 의료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삼성서울병원은 과연 그 책임을 얼마나 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사설 <삼성의 사과, 대통령의 침묵>을 통해 먼저 “삼성서울병원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 부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사과를 한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공성보다 수익을 우선시하고, 튼실한 기본기보다 화려한 성과만 내세우고, 외부의 비판과 견제를 무시하는 ‘제일주의’의 오만이야말로 이번 실패를 가져온 원인이라는 지적에 이 부회장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여기에서 제대로 된 교훈을 찾아낸다면 삼성서울병원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에도 좋은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겨레신문은 이와 함께 정부를 향해서도 “국민에게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로서는 사태를 한층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로 볼 때 합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일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을 씻고 재난 극복의 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습책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또다시 실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