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MBC가 2012년 파업 관련 언론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95억원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언론노조 측이 주장하듯 해고무효, 업무방해, 손해배상 등 굵직한 3건의 재판에서 1심, 2심 모두 패해 6전 6패가 됐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법원의 판결 흐름을 보면 이걸 뒤엎는 결과를 기대한다는 건 분명 낙관적인 일이 아니다. 소송 결과만을 가지고 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찌됐든 이런 결과는 MBC 경영진의 실패이자 또 MBC 대주주이자 관리책임이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의 대실패를 의미한다. 따져보면 현재 9기 방문진이 이렇게 실패했다는 건 놀라운 얘기가 아니다. 취임 이후 현재까지 도대체 리더십이란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운 무능의 아이콘 김문환 이사장을 비롯해서 전임 사장 날리고 중간에 ‘튀신’ 모 이사, 자신에 대한 비판이 듣기 싫다고 언론(폴리뷰)에 소송 운운하던 정체성이 헷갈리는 모 이사가 꼿꼿하게 버티는 방문진이 아니던가.

어디 그 뿐인가. 존재감이라곤 여당 추천 이사 숫자가 언급될 때나 느껴지는 모 이사들에, 가장 오랜 6년의 시간동안 MBC에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경영진 관리에 실패한 연임 이사들이 중심에 있는 방문진 아닌가. MBC 소송 결과는 총체적으로 실패한 9기 방문진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특히 김문환 이사장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다른 이사가 ‘김문환 이사장은 회의에 나올 필요가 없다’고 대놓고 무시하겠나. 김 이사장이 국감장에서 했던 온갖 망신스러운 발언은 또 어떤가. “대통령 패션 보도가 강조돼야 한다”는 민망한 발언으로 국민이 MBC 수준을 의심하게하질 않나, 2014년 MBC 조직개편 때도 “몰랐다”고 고백하면서 김 이사장 스스로 본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만방에 알렸다. 그러고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와 같은 행사는 잊지 않고 챙겼다. 다른 방문진 이사들 뿐 아니라 심지어 MBC 경영진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김 이사장을 국민은 과연 어떤 눈으로 보겠나.

실패한 방문진이 만든 MBC의 현재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이런 무능한 방문진 이사장 리더십 아래 제각각인 이사들이 만든 오늘의 MBC의 모습에 만족하나. 방문진 이사들을 추천한 정부여당 인사들은 흡족한가. MBC에서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사례와 같은 왜곡보도나 제2의 광우병 보도가 안 나오니 청와대는 다행이라고 여기나. 만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MBC는 구조적으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당장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야당이 이긴다면 곧바로 노무현 정부시절 악명 높았던 그 편향적인 MBC로 돌아갈 수도 있다. 지금 경영진 힘에 눌린 노조는 금방 기를 펴고 회복할 것이다. 자신들이 보복당하고 있다고 여기는 언론노조의 복수극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MBC의 내부와 노조의 문제를 투명하게 공론화해서 개혁하지 않고 당장 힘의 논리로 무조건 찍어 누른다고 노영방송 MBC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9기 방문진 김문환 이사장 체제는 내내 삽질만 했을 뿐 근본적인 개혁엔 손도 대지 못했다.

직원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수년째 임금인상을 억제하면서 방문진은 경영진만 10% 가깝게 임금을 올려줬다. 사정이 어려워도 경영진이 그만한 수고를 했고 성과가 있다면 임금을 올리는 게 맞을 것이다. 공영방송 경영진이란 사람들이 직원들부터 배려하지는 못할망정 자신들 임금만 올리느냐는 비판을 고려한다 해도 인상할 만한 일이 있다면 당연히 올려줘야 하는 게 맞는 일이다. 하지만 과연 MBC 현실이 그런가. MBC는 작년 270억원의 적자를 냈다. 경영진은 올해에도 어렵다고 직원들에 일찌감치 고통분담을 얘기한 상황이다. 2012년 파업 소송에서 모두 지는 바람에 노조의 파업이 정치파업이었다는 경영진 주장도 힘을 잃었다. 아무리 진실은 그게 아니라고 떠들어봐야 법원이 판결로 못을 박아 버렸다. 내부 직원들은 또 어떤가. 인사문제나 징계가 억울하다고 분노하는 건 언론노조 소속 직원들만이 아니다. 우파노조에서도 인사와 임금, 부당징계로 항의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보직자 우대정책 이후 MBC 내부가 분열이 더 극심해졌다는 불만과 조직개편 이후 MBC가 역동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MBC 미래를 찾기 어려운 일부 경영진의 오만, 그리고 정권이 해야 할 일

MBC 경영진이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작금의 냉정한 현실이라는 얘기다. MBC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이 이런 MBC를 바란 건 결코 아니었다. 노조가 주인인 노영방송이 아니라 오만한 노조가 국민을 선동하는 선전선동기관이 아니라, 경영진과 직원 모두가 공적 책임의식을 갖고 언론사다운 공정함을 갖춘 품위 있고 역동적이며 유능한 언론사로 거듭나길 꿈꿨을 뿐이다. 지금의 경영진이 그 역할을 과연 제대로 했는지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특히 MBC 미래전략본부라는 거창한 조직이 하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직원들이 자조하고 냉소하는 오늘의 MBC 모습을 보면 미래전략본부라는 핵심 조직을 이끄는 백종문 본부장은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 모르겠다. 그가 목에 잔뜩 힘만 주고 자기체면 유지나 하면서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저 MBC 미래가 암담할 뿐이다.

현재 MBC에 대한 내외부의 냉정한 평가를 보면 경영진과 방문진의 책임은 피할 도리가 없다. 특히 오는 8월 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앞두고 MBC를 바라보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안일한 시각에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완벽히 실패한 방문진 김문환 체제가 만일 10기 방문진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많은 국민이 바라는 MBC 개혁은 물거품이 된다. 구조적 근본적 개혁 없이 당장 권력의 힘으로 노조의 좌편향을 억누르는 수준으로는 어림없다. 훗날 진보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언제든 과거로 돌아가는 그런 MBC, 제2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박근혜 정권을 무덤에서 끄집어내 부관참시할 수 있는 MBC가 아니라 정권에 부침 없이 정상적인 MBC가 되도록 방문진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 때 구성돼 완벽히 실패한 9기 방문진 이사진을 전면 교체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권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모든 실패를 털어버리고 방문진을 리셋하는 것만이 MBC 정상화의 유일한 길이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