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9일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 역시 초기 메르스 공포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대응 주문에 들어간 모양새다.

여전히 박 대통령과 정부의 미숙한 대응 등을 질타하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국민의식 환기와 단합을 주문하면서 메르스 공포를 온 국민이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성숙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정부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와 의료기관들의 안일한 대응, 격리대상자임에도 골프를 치거나 여행을 가는 실종된 시민의식 등 정부와 의료기관 국민 모두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가 부족한 총체적 부실이 빚은 점을 볼 때 모두의 각성과 단합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부정·비관’에서 ‘격려’‘극복’으로 방향 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9일자 사설 <메르스, 의료 기관들 더 분발하고 국민은 의료인 격려해야>를 통해 단순 현상 비판에서 나아가 ‘메르스 극복’에 방점을 뒀다. 

조선일보는 먼저, 정부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과 경유한 병원 명단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빚거나 병원의 후속조치 노력은 설명없이 공개만 한 탓에 환자급감 등 고통을 겪는 병원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확인된 환자들은 모두 병원에서 감염됐다. 의료 기관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메르스의 추가 확산 여부가 달렸다고 봐야 한다.”며 “방역 당국이 의료 기관들의 전폭적인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메르스 대처에 솔선해 나섰다가 되레 피해를 보는 병원이 생겨나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피해를 본 병원들에 대해선 차후 특별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병원들도 환자를 서로 떠밀거나 하지 말고 의료 단체를 중심으로 병원 간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며 “바이러스 차단 시설을 갖춘 병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전국에서 50여 개뿐이다. 이런 병원들일수록 메르스 의심 환자 진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감염학회가 8일 전국 모든 병원의 폐렴·독감 환자들을 전수(全數) 조사해 메르스 환자를 일시에 가려내자고 제안한 점을 언급하고 “비용은 다소 들겠지만 단기간 내에 혼란 상황을 끝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정부가 예산을 전액 부담하고서라도 민간 의료계의 제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경기도병원협회가 이날 메르스 의심 증세를 가진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경기도 내 거점 병원 40여 개를 정해 고열로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수원의료원에서 진료받도록 조치한 사실도 언급하면서 “의료계의 이런 자발적인 움직임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의술(醫術)을 갖고 있는 우리 병원들이 지금부터 더욱 합심해 대처한다면 메르스 사태는 조만간 가라앉힐 수 있다.”며 “국민은 그런 의료 기관들과 의사·간호사들을 믿고 그들을 격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비판을 넘어 ‘메르스 조기 통제’에 초점 맞춘 경향신문의 사설  

경향신문은 이날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한국형 메르스’> 제하의 사설에서 메르스 확산세가 다른 국가와 다른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 그 결과 ‘수퍼전파자’를 양산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하고 WHO 등과 공조해 메르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한국형 메르스의 강한 전파력은 초기 대응 실패와 허술한 방역망, 정보·소통 부재 등에 기인한 바 크다. 그 결과가 다른 메르스 발병 국가에서 보기 어려운 ‘슈퍼 전파자’의 양산”이라며 “인간 대 인간으로 쉽게 옮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가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한국형 메르스의 강한 전파력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아니다. 병원의 감염 관리 부실, 가족 간병과 병문안으로 북적이는 병실, 대형병원 응급실 환경 등 한국 병원문화의 특수성도 메르스 전파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며 “오늘부터 WHO에서 파견된 메르스합동평가단이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국내 메르스 전파 원인과 양상 등을 규명하는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WHO와의 공조를 통해서라도 메르스 확산을 조기에 통제하고 국제사회에 믿음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9일자 주요 일간지들의 이날 사설은 여전히 메르스 관련 정부와 박 대통령 질타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에게 전권 준다고 ‘사령탑 부재’ 해결될까(한겨레신문)>, <환자 발생 6일 만에야 첫 대면보고 받은 대통령(중앙일보)>, <박 대통령, 메르스 진압하고 방미하라(동아일보)> 등에서 보듯 여전히 현상 비판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비판 못지않게 메르스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 언론이 정부와 의료기관, 국민에게 긍정적인 조언과 용기를 불어넣는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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