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인사이드’가 7일 방송<'메르스'...정부·언론은?>편을 통해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국내 확산 문제와 관련해 언론의 보도태도를 짚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문제점과 함께 감염병 확산에 대처하는 미국 정부와 언론의 공조체제를 예로 들면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와 언론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시 정부와 언론의 긴밀한 협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정부와 언론의 신뢰와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정직과 투명한 정보공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확인시켜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제작진은 첫 메르스 감염환자가 발생한 이후 초기에는 언론이 메르스 감염사태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언론은 초기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경계하는 듯한 논조와 기사를 메르스 4번째 확진자 4번째 나올 때까지 내보냈다. 그러다 감염자와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자 언론의 태도는 확 달라졌다.

메르스편을 취재한 김진희 기자는 다섯개 일간지의 경우 5월 20일 최초 발생 이후 4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한 26일까지도 보건당국 발표에 의존해 하루 1개 안팎 기사를 쓰던 언론이 그때서야 정부 방역체계 비판 점검 기사를 쏟아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후 언론은 보건당국이 알려주지 않은 사실을 적극 취재했다. 

메르스 발생 초기 안일했던 건 정부 뿐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 뒤늦게 무분별한 보도 쏟아

메르스 초기에 언론이 보건당국의 발표 사실만 받아쓰기에 그칠 게 아니라, 감염병 발생 이후 정부 당국의 대처를 처음부터 짚었다면 메르스 확산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질책인 셈이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 뿐 아니라 언론 역시 안일한 태도로 보도하면서 메르스 확산의 간접적인 책임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의 초동대응만 실패한 게 아니라 언론의 초동대응 역시 실패한 셈이다.

제작진은 이 뿐 아니라 언론이 초기 역할을 하지 못한 이후 메르스 확진환자가 증가하고 감염의심자가 늘어나서야 보도를 쏟아내는 가운데 잘못된 보도행태도 짚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 여부를 놓고서도 언론마다 서로 다르게 보도하는 바람에 국민 혼란을 부추긴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사실을 넘어 지나치게 위기를 조장하는 용어를 쓰며 메르스 공포와 혼란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사실이 아닌 ‘공포’ ‘대란’ 등 선정적인 용어를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TV조선(6.3) “메르스, 대란 넘어 '메르스 포비아' 이제 메르스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포의 대상입니다. 자고나면 환자가 늘어나고 3차 감염자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6.4) “'사이언스'도 놀란 전파력 "바이러스 대확산 한국은 패닉 상태"”
국민일보 “메르스 공포...한국경제 덮치나”
한국일보 “3차 감염까지...메르스 '대란 조짐'” 

인터뷰이로 출연한 김태형 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 같은 언론보도에 대해 “이 자체(메르스)가 지역사회에서 전파되는 병은 아니죠. 우리가 공포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축소돼 있는데 일반 시민 입장에서 보면 모든 국민들이 다 옆에서 기침하는 사람, 열나는 사람 모두에게 공포심을 가져야 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거죠.”라고 지적했다.

‘감염병 보도준칙’ 이미 3년전에 마련돼...그러나 또 무시한 언론

제작진은 이미 3년 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이 국민이 건강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혼란을 키우지 않도록 감염병 보도준칙을 마련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메르스 발병에서도 이 같은 보도준칙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꼬집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혼란을 키우지 않도록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에 따르면, 언론은 현재시점까지 사실로 밝혀진 정보만을 제공해야 하고, 신종감염병은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추측, 과장, 확대보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의 단어를 삼가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제작진은 그러나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이번 메르스 발병에서도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지켜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제작진은 이와 더불어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는 소통방식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늘면서 환자가 방문했던 병원을 공개하라는 국민적 목소리가 커졌지만 정부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이 커질수 있다는 이유로 발생 2주가 넘도록 병원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메르스 괴담과 루머의 확산은 이런 가운데 더욱더 확산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인터뷰이인 백혜진 한양대 교수(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사실은 루머만 해도 정부가 조금더 적극적으로 각각의 루머에 대해 ‘이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사실이 이래서 아니다’라는 정보를 조금만 더 제공해줬어도 이렇게 확산되거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거나 하지는 않을 텐데 그런 것에 대해 정보가 너무 없으니까 사람들이 정보가 있는데 숨기는 것이 아니냐 왜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지 못하느냐 그렇게 문제가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7일에서야 병원명단을 공개했다. 

감염병 위기 극복 위해선 정부와 언론의 협력이 필수

제작진은 마지막으로 메르스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언론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함을 강조했다. 미국이 작년 메르스 환자가 2명 발생했을 당시 미질병예방통제센터가 즉시 이 사실을 알리고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알리는 등 보건당국이 공개한 질병대처방법이 언론을 통해 미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된 사실을 전했다. 확진환자를 치료한 병원도 공개적으로 이 사실을 밝힌 점 등에 주목했다. 

 

제작진은 그러면서 미 보건당국이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언론과 협력하고 국민에게 설명할 지 평상시에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사실을 전하면서, 우리 정부가 언론과의 협력은커녕 초기부터 불통의 태도를 보였음을 지적했다. 

“첫 사망자 결과와 3차 감염자 발생을 공개하기 전에는 복지부 대변인실의 문을 잠가 기자들의 출입을 아예 차단해 버렸다.(중앙일보 6.4)”

마지막으로 김진희 기자는 메르스 사태가 앞으로 열흘이 고비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감염성 질병인 만큼 국민건강 전체와 직결된 사항으로 정부와 언론 모두 메르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며 “과연 어떤 보도 어떤 소통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데 필요할지 정부와 언론 모두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미디어인사이드 7일 방송 메르스 편은 메르스에 대한 초동대응에 실패한 건 정부 뿐 아니라 언론도 마찬가지였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정부가 허둥지둥하는 사이 언론이 이미 마련된 보도준칙을 어기고 선정보도로 치달았음을 지적한 점, 감염병이 나돌며 국민건강이 위협받는 사태에서 정부와 언론의 유기적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만했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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