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기세가 여전한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대처 행보를 놓고 언론이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이 4일 오후 10시 30분경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35번 환자가 확진 전 서울시민 1500여명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박 시장이 지목한 환자와 정부는 이에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국민 불안감만 부추겼다”고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외과의사로 알려진 35번 환자는 종편 등에 목소리 출연하여 박 시장의 서울시가 자신에게 단 한 번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자신을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고도 개념 없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람처럼 만들었다며 “정치쇼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박 시장의 메르스 정보공개에 대해 의견을 엇갈린다. 여론은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 요구가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그럼에도 정부가 쉬쉬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박 시장이 정보를 공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박 시장의 메르스 행보가 다분히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선도 많다. 메르스 비밀주의를 고집하고 있다며 비판을 받는 정부와 달리 자신은 투명한 정보 공개로 다른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한층 강화시키겠다는 고도의 정략에서 나왔다는 의심이다.

실제로 메르스 정국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비판받는 상황에서 야권 인사들이 이번 기회를 차기대권과 관련해 호기로 여기는 인식은 보인다. 실제로 조국 서울대 교수는 SNS를 통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메르스 사태를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조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 교수는 4일 자신의 SNS에 “최근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대권 재출마를 공개 선언한 알철수 의원은 다름 아닌 의사 출신”이라며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 메르스 공포심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한다는 이미지를 주는 게 과연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언론은 메르스 정국에서 정치인들의 행보에도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진보좌파 성향의 언론은 연일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동시에 박 시장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 6일 오전 10시경 경향신문 온라인판 메인톱 기사. 캡처 이미지

한겨레와 경향신문, 기사 곳곳에서 박원순 띄우기

한겨레신문은 6일자 <무능 장관 뒤에 숨은 대통령이 초래한 위기> 제하의 기사에서 박 시장의 기자회견을 빌미로 청와대를 또 비판했다. 

사설은 “점입가경이다. 메르스 공포에 국민은 공황 상태인데 청와대는 쓸데없는 싸움만 걸고 있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여당과 대립하더니 5일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날 기자회견을 비판했다.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가 한몸이 되어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이런 대립과 갈등을 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라고 비판하며 박 시장을 우회적으로 거드는 모양새였다.

이 신문은 또한 <“메르스 병원 공개” 주장이 옳았다…화 자초한 ‘깜깜이 행정’>제하의 기사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 의사가 14번 환자와 접촉한 뒤 29일 증상이 나타났고, 31일 격리되기까지 이틀 동안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조합총회와 의료 심포지움 등에 참석했다”며 “그만큼 전파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서울시는 3일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보건복지부에 적극 대책을 요구했지만 참석자를 수동감시하겠다는 의견만을 받았다”고 밝혔다면서 박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의사 환자의 프레시안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 뒤 “박 시장의 기자회견으로 이번 사례가 알려지면서, 우선 의료진조차 메르스 의심 환자가 들렀는지 아닌지 모르게 내버려 둔 보건복지부의 ‘깜깜이 행정’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5일 <박원순 “시민 직접 지킬 것” 박 대통령 “혼란 초래한다”> 기사에서 박 시장과 박 대통령을 나란히 비교했다. 제목이 보여주듯, 정보공개에 대한 여론 지지가 높은 가운데 박 시장의 독자적 행보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기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의 삶을 지키는 길에 서울시가 직접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중앙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비판하면서 ‘독자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경향신문은 <박원순 서울시장 "메르스는 준 전시 상황,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 취해야>, <문재인 “朴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만큼만 메르스 막아라”>, <야당 “메르스, 朴 대통령 먼 산 불구경 하듯 대처”>, <서울시의회 “서울시 메르스 대응 전폭 지지”>, <[경향이 찍은 오늘]6월5일 “박원순 서울시장 만큼만 메르스 막아라”> 등의 기사와 <새누리 신의진 “박원순 시장, 부정확한 정보로 국민 불안 부추겨”>, <[속보]박 대통령 “지자체, 메르스 독자해결 하려 하면 혼란 초래”>, <청와대 “박원순 메르스 발표로 불안감 커지는 상황 매우 우려”> 등의 청와대와 정부여당 측 반박기사를 내보냈다.

메르스 대처와 관련해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을 나란히 놓고 양측의 공방을 소개하면서 리더십을 비교하는 편집 모습이었다. 이런 보도태도는 박 시장의 대권행보를 거든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으로, 진보좌파 언론이 메르스 정국을 정치적 기회로 보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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