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전국을 뒤엎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로 국가는 사실상 비상상태에 놓였다. 하지만 정부의 행보는 그에 못 미치고 있어 국민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700곳이 넘는 학교, 유치원이 휴업에 들어갔고, 인파가 몰리던 극장 백화점 등은 한산하다. 인터넷과 SNS 상에는 사실이 불분명한 메르스 관련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고, 각종 괴담과 유언비어도 난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국민적 공포가 지나치다고 말한다. 메르스 위험성이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치사율 40%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난 3년간 1016명이 발병해 43%인 447명이 숨졌다는 통계도 독일 연구팀은 실제 치사율이 10% 안팎이라고 밝혔다. 

백신,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 공포 심리를 가중시키는 점이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히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실제 발생환자 중 서너명은 완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맹목적으로 두려움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언론이 지적하는 건 이 모든 불안과 공포심이 정부의 대응 능력 미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초동 대응에 실패했지만 지금이라도 분명한 체계를 갖추고 일관된 모습으로 국민불안을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면 이 정도로 공포심이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의 대응은 국민 기대에 너무나 못미친다. 대통령 주재회의가 시작된 건 첫 메르스 확진판정 환자가 나온지 14일만이었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보건에 문외한인 문형표 복지부장관의 초기 판단 실패와 뒷북 행보는 공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국민들은 메르스 사태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도 명확히 알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관련 병원 정보 등이 혼란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이유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감염 의심 병원 공개 등을 거부하고 있어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언론은 정부의 신뢰회복이 국민의 메르스 공포심을 없앨 것이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 “메르스 공포 저지의 해법은 정부의 대국민신뢰 회복”

조선일보는 5일 <'메르스 공포' 막으려면 정부가 국민 신뢰부터 쌓는 게 正道> 제하의 사설에서 “문제는 정부가 초기 대응 실패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방역 당국은 '메르스는 전염력이 약하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론 곳곳에서 3차 감염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은 '메르스 위험성을 별것 아닌 쪽으로 몰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품게 됐다.”면서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 명단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병원들 이익만 생각하지 국민 위험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상당히 있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매우 작은 위해성에도 정권이 휘청거렸던 광우병 사태와 비슷한 경로를 밟을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민간 전문가들을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시켜 함께 대책을 만들어가야 방역 당국에 대한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 유언비어도 가라앉고 정부의 지침과 호소가 지자체, 의료 기관, 국민에게 먹혀들게 된다. 늦었지만 그래도 그게 정도(正道)”라고 충고했다. 

동아일보 “국민신뢰 회복하기 위해 정보공개부터 하라”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정확한 정보공개 없이 메르스 진압 가능한가>를 통해 “정부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지역과 병원 정보를 통제하면서 인터넷에 확인할 수 없는 괴담이 난무해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염병의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 6조 2항은 국민은 감염병 발생상황·관리 등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전파 속도가 빠른 질병을 차단하자면 정확한 정보의 신속한 공유는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는 바람에 병을 되레 확산시킨다면 초동대처 부실에 이어 두 번 죄를 짓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국민신뢰 못 얻으면 메르스 공포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어”

중앙일보는 <메르스 위기 징후 … 국가 비상사태 검토해야> 제하의 사설에서 “어제 오후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국가적 대형 재난으로 번질지 모를 급박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정부는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하고 국가적 비상사태를 고민해야 한다.”며 “메르스 대응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나 ‘심각’으로 끌어올리는 비상조치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메르스라는 바이러스보다 정부의 대처에 더 불안을 느낀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초기 상황을 오판해 차관을 대책반장으로 내세우더니 1일에서야 관계장관대책회의를 요구했다.”며 “복지부와 교육부가 일선 학교 휴교를 두고 다른 소리를 냈다. 주무 장관이 전체 상황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 허둥대고 있고, 경제·사회 두 부총리한테선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발생 약 보름 만에 대책회의를 주재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은 그보다(사스) 훨씬 무시무시한 국가적 비상사태가 눈앞에 다가오는데 복지부 장관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움직이기 힘들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며 “대통령이 모든 것을 걸고 메르스를 막겠다고 선언하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이 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이 문제라는 지적은 진보좌파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한겨레신문은 <투명한 정보공개가 재난 극복의 출발점>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산 추세가 이어지고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소극적 대처만 반복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원점으로 돌아가 잇따른 실책의 원인을 성찰하고 기본부터 재점검해야만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정보 공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실은 사실대로, 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투명하게 밝히는 태도야말로 국가적 재난 극복에 필수적인 정부-국민 간 신뢰·협력의 출발점이란 사실을 정부는 서둘러 깨닫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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