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확산일로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바이러스와 국민 사이에 피어오르는 공포와 불안심이 언론을 뒤덮고 있다. 언론 역시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메르스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신문과 인터넷판 주요 자리는 메르스 관련 보도로 채워지고 있다. 메르스 확산으로 1차 피해 뿐 아니라 해외여행객 감소 등 경제에 타격을 입는 2차 피해까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것만이 인명피해와 경제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메르스 대처를 정면 비판한 조선일보는 4일자 장문의 사설 <대통령은 '방역 獨裁' 욕 먹을 각오로 과단성 있게 행동해야>란 사설로 계속해서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강조했다.

장문 사설로 또 다시 박 대통령 겨냥한 조선일보의 ‘충심’ 혹은 ‘위기감’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이 확진 환자 첫 발생 이후 14일 만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긴급 점검 회의를 주재한 점, 이미 메르스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메르스 실태를 분석·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 사이의 불안감은 청와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대책 회의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국민에게 알리라'는 식의 홍보를 강조했다.”며 “과연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과 일치하고 있는지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현실 감각이 국민과 큰 격차(隔差)를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보건복지부가 상황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방역 수준을 '주의' 단계로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정부 설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은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다.”고 꼬집은 뒤 “전염병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는 것인 만큼 방역 당국은 초기부터 지나치다 싶을 만큼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보내야 하는 게 상식”이라면서 “우리 방역 당국은 그게 아니라 메르스 전염력(傳染力)을 별것 아닌 것으로 설명하는 데 급급했다.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첫 확진 환자가 나온 다음 날 "전염력이 대단히 낮다"고 말했다. 그런 오판 아래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들만 격리시키는 소극적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한 문형표 장관의 말과 달리 확산되고 있으며 보건당국이 여론의 풍자대상까지 된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은 정부가 '안심하라'고 해서 안심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상황을 확실히 관리·통제하고 있다는 믿음을 줄 때 안심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말이 자꾸 뒤집히면 국민은 정부 통제에 따르지 않게 되고 무정부적(無政府的) 분위기로 흘러간다. 이런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대통령이 "방안을 알아보자" "진지하게 논의하자"라는 식으로 나오면 한가하다는 느낌만 준다.”고 역시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통령은 주저 말고 과단성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은 토론·논의보다는 행동이 절실한 때”이라며 “대통령은 방진복(防塵服)을 입고 현장을 방문해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이미 세월호 참사 때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메르스 사태에서까지 국민으로부터 불신당하면 정권은 회복 불가능한 구렁텅이로 빠져버릴 것”이라며 “정권이 결정적인 고비를 맞았다는 것을 대통령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일갈했다.

동아일보 “박 대통령 세월호 때완 달라야”

동아일보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를 꺼냈다. 이날 <늦게 나타난 박 대통령, 세월호 때와 다른 리더십 보여야>란 제하의 사설에서 신문은 “박 대통령은 보다 일찍 전면에 나서 관련 부처들을 다잡고 사태 수습을 독려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 정부의 뒤늦은 대처를 지적한 뒤 “지난해 4월 세월호가 국민 눈앞에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데도 정부가 초동 대처에 실패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때의 리더십 부재(不在) 현상이 다시 벌어지지는 않아야 한다”면서 “어제 박 대통령 주재의 긴급점검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이 일제히 노란 점퍼 차림으로 나서본들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국민안전처 장관이 수습의 컨트롤 타워를 맡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경우 국무총리가 직접 지휘에 나서야 하지만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8일부터 국회 인사청문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당분간 총리 공백 상태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박 대통령이 매일매일 상황을 챙겨야만 경제와 나라에 주름살을 드리우는 재앙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향과 한겨레 “대통령 인식 지나치게 한가... 국민 안전위해 대통령 명예 걸어야” 비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박 대통령의 뒤늦은 대처를 비판하면서 만시지탄이라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데 방점을 찍은 반면 경향신문은 대통령 비판에 더욱 무게를 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뒷북’ 메르스 대책회의> 제하의 기사에서 신문은 “매일 무서운 속도로 감염자와 격리대상자가 늘어나고, 2명의 사망자와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고 나서야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책회의가 열”렸다면서, “‘메르스 사태’를 초래한 정부의 무능, 청와대의 무책임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지자 뒤늦게 긴급점검회의란 것을 급조한 모양새”라고 힐난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첫번째 메르스 환자 확진 이후 2주 동안 감염자가 늘고, 두 분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많은 국민이 불안해 한다. 더 이상 확산이 안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이제 와서야 “안타까운 일”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는 등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에 얼마나 경각심과 진정성을 갖고 대처하는지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메르스로 인한 학교 휴업 문제를 놓고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의견이 달라 충돌한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학부모들의 가장 주요한 관심사인 학교 휴업 문제조차 정돈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정부가 정상인가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사태는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고 총력전을 펼쳐야 할 국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다. 하지만 그간 메르스 대처에서 박 대통령의 지도력은 신뢰를 주지 못했다.”며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 보건 역량의 총동원’을 지시한 걸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으로 치부하고, 평상시 잡아 놓은 일정을 소화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 국가적 위기는 뒷전으로 미룬 채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 기간 동안 골몰한 것은 오로지 ‘국회법 싸움’”이라며 “급기야 새누리당 지도부가 어제 메르스 사태를 다루기 위한 당·정·청 회의를 제안하자, 청와대는 “도움이 안된다”며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와대는 국민의 생명이 걸린 메르스 사태보다 국회법 개정안이 더 중대한 일로 생각한 모양”이라고 힐난했다.

마지막으로 신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재난 사태 수습을 위해선 대통령의 지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며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자신의 위신이나 입지보다 국민의 안전에 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 역시 이날 사설 <신뢰 못 주는 대통령의 ‘메르스 대응’>을 통해 박 대통령의 늦은 첫 주재회의와 부족한 문제의식을 지적했다.

신문은 “대통령과 참모들의 눈엔 국회법 개정안만 중요하고, 메르스처럼 국민 생명과 안전이 걸린 사안은 아예 논의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라며 “대통령과 참모들이 이런 인식을 하고 있으니 청와대 긴급회의에서 나온 대통령 메시지가 저렇게 한가할 수밖에 없고, 일선 정부 부처들이 사활을 걸고 메르스 대응에 나설 리가 없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의 전염병 대응과 이번 메르스 대응이 큰 차이를 보이는 근본 이유가 여기 있는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메르스 퇴치를 최우선 현안으로 놓고 국회 및 여당과 긴밀히 협의해서 총력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청와대가 국정 사령탑으로 정부 부처들을 확실하게 통제하면서 단일하고 효율적인 대책을 내놓고 집행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래야 현 상황을 진정시키고 끝없이 확산하는 국민 불안과 공포를 잠재울 수 있다. 대통령의 위신과 명예를 국회와의 싸움에 걸 게 아니라, 국민 안전과 직결된 이런 데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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