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 메르스 환자 5명이 추가되면서 감염자 수가 3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정부의 초동대응 미흡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국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료전문가와 정부 당국의 설명에도 메르스 감염자수가 빠르게 늘면서 사망자도 속속 나오자 국민의 공포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언론은 메르스 사태 와중에도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당청 기싸움에만 치중한 듯 보이는 정치권을 질타했다. 국민이 치료법도 없는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 특히 대통령, 청와대와 여당의 심각한 갈등 상황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이 새겨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향한 조선일보의 직격탄 “메르스 비상사태에 대통령은 창조경제센터 개소식 참석”

조선일보는 3일자 사설 <'메르스 非常사태' 대통령은 어디 갔나> 제하의 사설로 정부여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정국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대립, 갈등 상황의 정점에 서 있는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먼저 메르스 확산 현상을 먼저 언급하면서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고 늦기 일쑤”라고 비판했다.

이어 “메르스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경제적·사회적 파장은 벌써 엄청난 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은 잇달아 한국 방문을 취소하고 있다. 일부 지역 유치원과 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갔고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몇몇 기업은 공장이나 사무실을 임시 폐쇄할 것을 검토 중이다. 메르스가 병원에서 감염되는 것을 보고 병원 진료 예약이나 입원을 취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1개월 이상 계속되면 세월호 참사 때처럼 국내 경기도 상당 기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국가적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며 청와대와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그런데도 정부는 대응을 보건복지부에만 맡겨놓고 있다가 2일에야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 주재로 대책 회의를 열었고, 이날 오후 청와대에 대책반을 설치했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을 뿐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거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현장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통령은 사망자가 2명 나온 2일에도 오래전에 예정된 창조경제센터 개소식을 위해 여수를 방문했다. 비상 상황이 닥쳤는데도 평상시 잡아놓은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회법 개정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국회와 힘겨루기 싸움에 치중하는 인상을 주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메르스 창궐 사태야말로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중대 현안”이라며 “대통령이 국민 생명과 국가 위신(威信)이 걸린 사안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메르스 사태는 장기화되면서 그 피해가 나라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대재앙(大災殃)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청와대와 당 지도부 흔드는 친박의 행태 내년 총선 헤게모니 쟁탈전 해석 나온다”

중앙일보도 이날 <정치권, 제발 그만 좀 싸우고 메르스 대책 세워라> 제하의 사설을 통해 “온 나라가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메르스) 공포’에 휩싸여 있지만 정치권엔 마치 딴 나라 얘기로 들리는 모양”이라며 “어제 집권세력이라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제1야당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인 행태는 국민의 불안과 고충은 안중에 없는 무책임과 몰염치의 극치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청와대와 정치권은 상황을 진정시킬 대책 마련에 나서기는커녕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촉발된 집안싸움과 헤게모니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런 한심한 집단에 국가의 운명을 맡긴 국민들의 신세가 비참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힐난했다.

중앙일보는 긴장 상황을 주도하는 청와대 측과 친박계를 정면으로 질타했다. 신문은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보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데 이어 어제는 대야(對野) 협상의 사령탑인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론’까지 나왔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친박계 의원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나와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폈다.”면서 “친박계 의원들은 공공연히 “식물국회에 이어 식물정부를 야기한 유 원내대표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이장우 의원)거나 “유 원내대표가 졸속 합의해준 부분에 대해 반드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김태흠 의원)며 유 원내대표를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도 “이런 상황에서 당정협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새누리당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발언을 해 당·청 간 긴장수위를 끌어올렸다.”면서 “당·청 간에도 이견이 있을 순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지도부를 공격하고 청와대가 이를 묵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오죽하면 내년 총선의 헤게모니를 노린 친박-비박 간 쟁탈전이란 해석까지 나오겠는가.”라고 비판했다. 현재 당청 갈등이 청와대와 친박계의 딴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그러면서 야당의 무책임도 지적한 뒤 “경위야 어떻든 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불거진 이상 청와대와 국회는 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차분하게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게 순리”라며 “더구나 국가비상사태를 방불케 하는 메르스 사태가 긴급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국회법 개정안 논란은 접어놓고 메르스 대책 마련에 지혜와 역량을 모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치권이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행보를 계속한다면 끝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외딴 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향신문 “청와대 메르스는 안 보이고 국회법만 보이나”

진보좌파 언론의 비판 강도는 훨씬 더 셌다. 한겨레신문은 인터넷판 <“메르스보다 박근혜 정부 무능이 더 무섭다”> 제하의 기사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데 이어, <국회법 빌미로 한 ‘새누리당 권력투쟁’> 사설에서 메르스 확산 사태 중에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벌이는 청와대와 비박계 주도의 당의 갈등 상황은 권력투쟁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역시 이날 <‘메르스’는 안 보이고… ‘국회법’만 보이는 청와대> 제하의 기사를 인터넷판 톱기사로 올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긴박한 현안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은 제쳐두고 입법부와 ‘국회법 전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면서 “시행령 등에 국회가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한 개정 국회법을 두고는 연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대란 수준으로 번진 메르스 사태엔 그만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일각의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지적이 그 자체로 명분은 있지만 메르스 비상사태를 맞아 당청 갈등을 주도하는 청와대와 친박계는 의도와 상관없이 현재 국민의 불안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청이 메르스 확산 사태는 나몰라라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권력싸움을 한다는 인상을 주는 프레임에서 하루빨리 탈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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