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당청이 험악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높을뿐더러 그로 인해 국정이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청와대와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의 산물로 위헌이 아니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당청을 파국으로 이끌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우려가 전선을 이루며 먹구름을 형성하고 있다.

메르스로 국민적 불안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도 아닌 국회법 개정안 가지고 당청이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따지는 모습 그 자체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의문이다. 언론의 걱정과 우려도 이 지점에 닿아 있다. 진보좌파 언론은 습관성 박 대통령 공격에 초점을 다시 한번 맞췄지만 보수우파 언론은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조선일보는 당청 동시비판, 동아일보는 당에 대한 강한 비판, 중앙일보는 당청간의 양보에 무게를 둔 모양새다.

조선일보 “전면전 직전 당청, 국민 안중에 없나” 정면 비판

먼저 조선일보는 <전면전으로 번지는 黨·靑 '국회법' 갈등,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 제하의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시사한 점을 언급하면서 “법적 논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당·청(黨·靑) 관계”라며 “박 대통령은 이날 작심하고 여당을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중 어느 한쪽이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경우 국회와 여야 협조를 포기해야 할 수 있고, 반대로 국회는 거부권을 무력화시킨다면 새누리당이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을 때 가능한 일로 “이렇게 되면 대통령은 사실상 여당과 정치적으로 결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대통령 비판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 신문은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를 깨고 국회법 개정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지만 여당 현 지도부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일이 대통령과 여당이 정면충돌해서라도 꼭 풀어야 할 시급한 국정 현안인지는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국정 마비'를 우려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야당이 정부 시행령을 문제 삼을 때마다 여당이 모법(母法)을 바꿔줄 리 없을뿐더러 국회가 시행령 개정을 요청해도 행정부가 듣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며 “엄밀히 따지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일을 놓고 대통령이 언성을 높이면서 여당을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다.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이 아니라 맹탕으로 끝난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국민적 지지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와중에 엊그제 열릴 예정이었던 당·정·청(黨·政·靑) 회의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연기됐다. 그만큼 여당과 청와대·정부 사이의 협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며 “지금 국민 눈에는 국회의 월권(越權) 행위보다 대통령과 여당 간의 불협화음과 갈등·충돌이 더 걱정스럽게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결자해지하라”는 가장 강경한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여당 비판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이날 <국정 마비 없도록 여야가 ‘국회법 改惡’ 결자해지하라> 사설에서 신문은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에 매몰돼 심사숙고 없이 국회법 개정에 담합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것이 바른 해법”이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과 뜻이 다를 수가 없다’고 말해 일단 재협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여당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야당을 설득해 재협의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서는 “새정치연합은 행정부의 시행령이 법에 저촉될 경우 국회가 수정 요구를 하는 것을 국회의 권리처럼 말하지만 억지”라며 “국회는 국정감사, 국정조사, 탄핵소추권 등을 비롯해 이미 행정부에 대한 다양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 행정입법도 법률의 제정과 개정을 통해 통제가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국회가 행정입법을 고치라고 명령까지 하겠다는 것은 행정부를 국회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하부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여당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가 돼야 수정 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야당 뜻대로만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순진한 생각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등에 업고 툭 하면 법안 발목 잡기와 연계투쟁을 벌여 온 야당의 행태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가”라며 “‘제2의 국회선진화법’이 될 분란의 소지를 미리 확실하게 도려내지 않는다면 식물국회에 더해 식물정부가 되는 것도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양시양비의 달인 중앙일보 “합리적으로 해결해”

중앙일보는 <‘시행령 수정권한 법안’ 파동, 합리적으로 해결돼야>제하의 사설로 “국회의 입법 사안에 대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꺼내든 상황은 유감스러운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입법부와 행정부의 대립 차원을 떠나 국가가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이 법에 중대한 결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헌성에 관해선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팽팽하다.”며 “그러나 일단 이런 논란이 뜨거운 것 자체가 큰 문제다. 이렇게 중요하고 논란적인 법률이라면 국회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공청회와 국회토론을 거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는 것이”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발생할 파열은 “국정의 다른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여야는 법안 처리가 졸속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종식될 수 있는 방안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의 잘못된 시행령·총리령·부령 등에 대해 국회의 견제가 필요하다면 이는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절차를 통해 추진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삼권분립을 내세우는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 현역의원 정무특보를 없애라면서 “대통령의 정무특보가 국정감사를 포함한 의정 활동에서 행정부 견제라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회를 상대하려면 대통령 자체가 당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에 발끈 비판한 경향과 한겨레

한편, 경향신문은 <삼권분립을 더 훼손하는 건 박 대통령이다>제하의 사설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청와대가 내세우는 ‘위헌’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며 “국회법 개정안으로 정부의 모든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일일이 간섭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자체가 그야말로 ‘괴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국정 마비” “정부 무기력화” 등 자극적 표현을 동원하고 거부권 행사를 시위하는 까닭을 모르는 바 아니다. 국회의 입법권에 개의치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일탈된 행정입법 권한을 내놓지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러니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를 포함해 재적 의원 3분의 2가 넘는 211명이 찬성해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을 기어코 막겠다고, 국회에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을 터“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 역시 <명분 없는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제하의 사설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은 “지금 박 대통령은 행정부의 불편을 국정 마비와 국민의 막대한 피해로 호도하고 있다. 오히려 국회법 개정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진짜 이유는, 청와대 뜻을 따르지 않고 야당과 협상한 여당의 원내 지도부를 이참에 바꾸자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면서 “정치적 의도로 거부권 운운하며 국회를 압박하는 게 청와대가 주장하는 ‘삼권분립’ 정신에 맞는 것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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