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KBS 이사회가 지난 주 26일부터 28일간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KBS의 현실’이란 주제로 대화마당을 개최했다. ‘방송환경 변화에 따라 KBS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의 세미나였다. 진영과 생각의 차이를 넘어 모두가 한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KBS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필자가 듣고 알기에 거의 보기 어려웠던 일이었다. KBS 이사회가 주도적으로 꽤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다만 한 가지 옥의 티라면 야당 추천 이사들과 KBS 언론노조 측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어처구니가 없다. 패널들이 보수편향이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들만의 리그’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처음 토론을 제안받았을 땐 참여한다고 했지만 패널이 확정된 후 보니 편향성이 지나쳐 도저히 참석할 수가 없었다고 했단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편향성이 지나쳐 참석할 수가 없다는 게 무슨 소린가. KBS가 신입기자부터 사장까지 문제투성이에 공정보도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날이면 날마다 목에 핏대를 세우던 사람들이 바로 KBS언론노조였다. 야당 측 이사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민언련과 같은 언론노조 지지단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KBS 뉴스 청와대 보도 70%가 대통령 동정보도였다고 최근까지도 거품을 물던 당사자들이다. 그렇다면 더욱더 그런 자리에 나와 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라는 것인지 본인들이 ‘보수편향’이라고 여긴 사람들을 논리로 설득하고 그들 앞에서 당당히 주장해야 상식 아닌가. 틈만 나면 같은 편끼리 모여 KBS 이인호 이사장이 문제라느니, 뉴스가 불공정하다느니, 공영방송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느니 떠들던 자들이, 뒤에 숨어 헐뜯기에나 바빴던 자들이 막상 자리를 깔아주니, 덜컥 겁이라도 났다는 얘긴가. 아주 비겁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부끄러운 보이콧 해놓고 뒷담화나 열심인 KBS 언론노조 부끄러워해야

KBS 언론노조 측이 세미나를 보이콧한 3일 동안 미디어오늘이나 미디어스, PD저널과 같은 매체들은 소위 ‘뒷담화’ 보도를 열심히 했다. 그날 토론이 역시나 편파적이었다느니, 이영조 교수, 조우석 문화평론가, 이재교 교수와 같은 보수성향의 패널들을 싸잡아 뉴라이트라 문제라느니 하면서 속된 말로 씹어 돌렸다. 이들 언론 기사에는 익명의 KBS 언론노조원들이 등장했고, 매체들은 여권 성향 패널들을 폄훼하고 세미나를 ‘반쪽짜리’ 행사로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자리에 나와서 “당신들이 틀렸다” 당당히 말 한마디 할 줄 아는 용기도 없는 자들이 뒤에선 그렇게 잘도 헐뜯는다. KBS 언론노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자신들은 틈만 나면 같은 편 그 얼굴이 그 얼굴인 토론회니 좌담회니 열어 똑같은 얘기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지 않나. 그것은 국민의 목소리고 보수우파 성향의 사람들이 하는 주장은 편향된 것이라 들을 가치가 없다는 얘긴가. 세상에 그따위 저질에 유아적인 사고방식이 어디 있나.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들, 언론인이란 자들이 이 따위 저질 유아적인 패거리 의식과 편협함으로 뭉쳐있다는 건 한심한 일이다. 세계 어떤 언론사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 따위 얘기나 패널이 마음에 안 든다는 헛소리로 세미나를 집단적으로 보이콧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야당 측 이사들과 언론노조 진영이 똘똘 뭉쳐 ‘반쪽 행사’라고 비난하고 무시한들 국민이 “맞다”고 박수쳐줄 줄 아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국민을 바보로 여겨선 곤란하다. 지난번 KBS 공정방송위원회에도 소수 노조인 공영노조 황우섭 위원장 한 사람 참석한다고 별 트집을 잡아 논의를 거부하더니 이번에도 똑같은 태도로 자기들 구미대로 토론회가 진행될 것 같지 않으니 거부해버렸다. 국민 눈에 어느 쪽이 열린 사람들이고 어느 쪽이 닫힌 사람들로 보이겠나. 입만 열면 대통령이 소통을 거부한다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본인들은 더욱 심한 자폐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니 더 비극이다.

KBS 야당 이사와 언론노조 세미나 보이콧, 용기부족·논리부족 고백한 셈

이번 KBS 세미나를 주도한 이인호 이사장은 “편향됐다면 자기들이 더 들어오고 요구해야지, 참여하지도 않고 편향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병혜 이사는 “KBS 내부 구성원들도 어떤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각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피력한다면 더욱 더 좋은 일”이라며 “이런 단어 쓰기 그렇지만 비겁하게 뒤에서 다른 곳에서 얘기하지 말고 마당을 펼쳐놨을 때 우리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백번 옳은 말이다. KBS에 대한 본인들의 문제의식이 정말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어떤 자리도 두려울 게 없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설령 뒤집힌 운동장이라고 해도 나가 당당히 주장을 펴고 상대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다. 자기들 편이 에워싼 자리가 아니라면, 자기들이 깔아놓은 장마당이 아니라면 나서지 않는 건, 아니 못하는 건, 본인들 주장과 논리가 그만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세미나를 두고 지독한 편향이니, 정치적 독선이니 불공정이니 따위로 뒷담화나 늘어놓은 언론노조 측 매체들의 기사는 무의미하다. KBS 언론노조와 야당 측 이사들은 그 자리가 유리하든 불리하든 적어도 앞에 나와 본인들 생각을 밝혔어야 했다. 그러지도 못한 주제에 자기들 편들어 주는 매체를 통해 뒷말, 험담, 폄훼발언이나 쏟아내는 건 불만과 욕심만 많은 비겁자들의 한심한 넋두리에 불과하다. 야당 측 이사들이나 언론노조 측이 보이콧했다고 이번 KBS 이인호 이사장 이하 이사회가 준비한 세미나의 의의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자리를 걷어찬 언론노조가 얼마나 뻔뻔하고 폐쇄적이며 한심한 족속들인지 국민에게 다시 한 번 보여줬다. KBS 이사회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나온 여러 이야기들을 참고해 KBS의 병폐를 없애고 개혁하는데 참고하기 바란다. 특히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에 불과한 이들이 누구인지 인적 개혁 문제도 깊이 숙고해야 한다. 그동안 뭘 하는지 모르겠던 KBS 이사회가 이인호 이사장 이후 달라진 모습,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세미나 개최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