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지난 28일 국내 1, 2위 포털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제휴 심사를 외부의 독립기관에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가칭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를 설립하고 포털이 그동안 독점했던 포털과 언론사 간 제휴, 해지 권한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공룡포털의 기득권 양보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포털의 이익구조는 그대로 두고 책임과 골치 아픈 시빗거리는 덜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을 막고 사이비언론 퇴출을 위해서라지만 그 목적이 제대로 달성될지 의심스러워서다.

일단 어뷰징이 일어나는 원인을 따져보자. 클릭수로 먹고 사는 언론사들이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네이버와 다음 등 실시간 검색어 순위다. 실시간에 오르는 검색어에 사람들이 몰려 ‘광클’ 현상이 일어나고 언론사는 기사의 질은 상관없이 관련 키워드를 마구 구겨넣어 기사를 몇 개씩, 수십개씩 쏟아낸다.

이렇게 늘어난 트래픽은 언론사의 수익으로 이어지게 되니, 노골적인 어뷰징부터 교묘한 어뷰징까지 클릭수를 향한 언론의 낚시질은 멈출 수 없게 된다. 양심있고 정직하고 정론직필하는 언론이고 싶은 건 모든 언론이 마찬가지일거다. 하지만 어뷰징이 생존과 직결돼 있는 이상 어뷰징에 목매는 언론사를 막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어뷰징의 근본 원인이 이렇게 포털사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등 내부 정책에 있는데 원인은 그대로 두고 외부 평가위원회에 퇴출 권한을 주어 어뷰징을 하는 언론사만 막겠다는 건 언발에 오줌누기식 아닐까? 

그동안 내손에 피를 묻혀왔다면 앞으론 남의 손을 빌어 피를 묻히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책임은 외부에 전가하고 포털은 고고하게 이익만 누리겠다는 뜻과 뭐가 다를까?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는 거칠게 말해 사형수의 목을 베던 ‘망나니’ 역할만 떠안게 될 뿐이다. 포털은 자신들에게 향했던 비난과 원망을 외부기관으로 슬쩍 돌려놓으려는 것에 불과하다.

사이비언론 퇴출 문제도 그렇다. 사이비언론 퇴출 주장은 기존 주류 언론사와 기업들이 줄곧 요구해왔던 문제다. 약점을 잡는 협박성 기사를 써서 기업에 광고와 협찬을 요구해 먹고사는 사이비언론, 깡패언론을 퇴출시키겠다는 거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원치 않는 광고비를 줄여 기업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까?

포털과 주류언론 기득권 횡포 가능성만 키우고 뉴스소비자나 소수언론은 배제된 정책

바로 그 점에서도 의문이다. 뉴스제휴 평가위원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언론유관단체들을 보자. 인터넷신문협회, 한국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재단 등. 기존에 언론지형에서 기득권을 가진 주류 언론이 모인 단체들이다. 

이들이 사이비언론 퇴출을 주장하는 이유에 오로지 순수한 의도만 있다고 믿기 어렵다. 사이비 언론에 뜯기는 기업들의 출혈이 줄어든다면 그 몫이 기존 기득권 언론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닐까?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고 원치 않는 광고집행이 줄고 그대신 기업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기존 신문과 인터넷 주류언론의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이 큰 뉴스제휴 평가위원회가 사이비 언론 퇴출이라는 그럴싸한 이유로 소수 언론, 약자 언론의 포털 진입을 막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포털 진입 장벽을 높여 놓으면 그 이익은 기존 언론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뉴스소비자에게나 언론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네이버와 다음이 그동안 자체적으로 해왔던 뉴스제휴 평가를 외부에 맡겨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시도 자체는 평가해줄 만하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놔둔 채 외부 기구만 만든다고 해서 문제를 없애지는 못한다. 

포털사들이 실시간 검색어와 같은 정책을 고수하는 이상 어뷰징 문제 역시 계속될 뿐이고, 외부 독립기구에 뉴스제휴 심사를 맡긴다고 해서 일부 사이비언론 퇴출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기업의 불필요한 부담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포털이 해야 할 책임을 떠넘겨 받은 평가위원회가 내부 기득권 싸움에나 매달리고 자칫 포털의 사주 역할에 그칠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

기왕 포털이 사회적 책임이란 말로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를 들고 나왔으니 이런 부작용에 대한 방지책도 마련했으면 한다. 또한 포털 역시 자신들의 이익 구조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기존 언론사들의 기득권만 공고히 하고 소수, 약자 매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벌어지는 온갖 문제의 근원은 언론 자체의 문제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포털사들의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설립 방침에 “번지수를 잘못 잡았다. 지금의 어뷰징 등의 문제는 기존 언론사들이 포털에 과도하게 의존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기존 언론사들이 품위있는 콘텐츠, 차별화된 자체 콘텐츠로 승부하고 포털을 통한 뉴스제공에 목숨 거는 지금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기본적으로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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