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야당이 오늘날 이 모양 이꼴이 된데 많은 이들은 친노 패권주의를 꼽는걸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친노 패권주의란 게 뭔가. 단지 친노와 호남 중심 비노의 기득권 싸움을 말하는 건가. 그게 아니다. 이들의 감정적인 앙금은 과거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그것이 선을 넘어 패권주의의 비정상적인 돌연변이 형태로 드러나기 시작한 건 2012년 친노가 혁신과통합이라는 외곽단체와 결합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이해찬, 문성근, 김기식, 남윤인순, 도종환 등이 참여한 것에서 보듯 친노 인사와 시민단체 인사들이 양분한 혁신과통합은 사실상 민주당을 접수하면서 제1야당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놨다고 할 수 있다. 한명숙 체제로 당권이 넘어가면서 공천은 이뤄졌고 당엔 선명성과 투쟁력을 최고선으로 여기는 시민단체 관련 인사들이 대거 영입됐다. 폐쇄적이고 독선적이며 타협할 줄 모르는 좌익 투쟁문화에 젖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지금의 모순과 ‘패권주의’는 이때부터 독버섯처럼 크게 성장했던 것이다.

친노패권주의로 쑥대밭이 된 제1야당과 함세웅 신부, 미디어오늘의 퇴행

필자가 새삼 이 점을 지적한 건 미디어오늘이 게재한 함세웅 신부의 대담 때문이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과 민주주의국민행동 상임대표이자 자유언론실천재단 고문을 맡고 있다는 함세웅 신부의 대담 내용이 오늘날 제1야당의 현주소와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함세웅 신부는 어떤 인물인가. 지독스런 이념편향성이나 그야말로 수구꼴통의 문제는 차치하고 그는 소위 진보진영 원로라는 이름으로 야권재편 때마다 나서서 제1야당을 좌로 더욱 극단적인 좌로 가도록 훈수두기와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다. 야당 역시 때마다 함 신부를 비롯한 야권 원로라는 사람들의 뜻을 충실히 따랐다. 지난 해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함세웅 신부 등을 만나고 나서 통진당 해산을 반대한다는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함 신부는 민주당 내부에서 종북집단과 야권연대를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반대한 이다. 함세웅은 제1야당을 삼킨 외곽의 여러 시민단체와 밀접한 관계이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친노패권주의로 쑥대밭이 된 배경엔 함세웅과 같은 이들의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미디어오늘이 자랑스레 걸어놓은 대담 기사에서 함 신부가 한 발언을 보면 제1야당이 왜 과거의 운동권적 행태나 독선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선조들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운 3·1운동 때의 투지를 이어받고, 미 군정과 야합한 이승만의 독재를 물려받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후예들인 현재의 집권세력을 타파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분단을 구실로 민족의 통일을 가로막는 수구보수세력을 척결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하고 재벌을 비롯한 기득권층을 더 부유하게 하는 신자유주의를 추방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경제체제를 이룩해야 합니다. 저는 제2의 민주화운동이 광주항쟁과 1987년 6월항쟁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뒤엎어야 정의라는 식의 사고를 가진 시대착오도 한참 시대착오인 함 신부와 같은 이들이 야당과 언론노조 조직 등에 영향을 끼치고 존경받는 현실이 정치와 언론의 퇴행을 부른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이들을 향해 저주기도하는 세력이 야당의 근본문제

대담에서 함 신부는 박정희 정권의 언론탄압과 유신독재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과거를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했다. 과거에 묻혀 사는 그는 지금도 조선일보를 없애달라고 기도한다고 고백했다. “시편에는 여덟 가지 유형의 기도가 있습니다. 찬미, 탄원, 감사 등이 주를 이루는데 후반부에 저주기도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없애달라는 저주기도는 그냥 저주하면 한낱 저주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부르면서 저주를 하면 기도가 됩니다. “독자들의 머리를 썩게 하고 시민들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조선일보를 없애주십시오. 하느님!” 하면 기도가 된다는 말씀이지요.” 함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저주기도를 한다고 한다. “제가 저주시편을 설명하면서 ‘공동체를 위해 나쁜 여인은 없어져야 한다고 기도하고 있다’고 했더니...” 하느님을 부르며 저주기도를 하는 소름끼치는 믿음. 그 믿음을 받치는 분노와 증오, 그리하여 완벽히 과거에 갇힌 정신의 퇴행, 이런 것들이 한 사람의 개인 영역에 한하지 않고 이 나라 야당 정치세력과 시민사회의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비극적이다. 그 비극이 잉태하고 생산한 제1야당의 정치적 불임. 이렇게 모두 근원이 있는 것이다.

함세웅 신부와 같은 시대착오 인물과 세력, 그리고 그런 인물을 우리사회가 존경할 원로로 대접하는 미디어오늘과 같은 퇴행적 언론이 새정치민주연합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제1야당의 분열과 갈등, 패권주의는 청산되지 못한다. 이승만 이후로 이어지는 보수세력과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를 증오하고 분노하는 데에만 온 열정을 쏟는 것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영혼이 가련한 자들이 야당을 쥐고 흔드는 이상 야당이 건강하게 환골탈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친노패권주의란 다른 게 아니다. 낡은 껍질만 남은 친노란 이름으로 뭉친 이들이 폐쇄적이고 독선적이며 타협하지 않는 투쟁의 운동방식으로 정치를 망치는 것을 지칭하는 것일 뿐이다. 그 친노패권주의를 더욱 완고하게 만들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인도하는 것이 함세웅 신부, 미디어오늘과 같이 ‘정의로움’을 내세우는 이들과 언론이다. 그렇다면 야당이 살기 위해 할 일이란 자명한 게 아닌가. 모든 게 제1야당의 의지와 선택에 달렸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