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홍범호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김무성 대표를 공격한 노건호씨 인사말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의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언론의 관심도 현 여당 대표를 면전에서 맹비난한 전직 대통령 아들의 처신과 이로 인한 정치적 파장에 모아졌다. 

조선일보 ‘노건호 주제넘은 발언이나 안말린 문재인이나 도찐개찐~’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25일 사설 제목으로 <전직 대통령 아들의 처신>이란 직설적 비판을 담아 뽑았다.

신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모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공개적으로 면박(面駁)하고 참석자 일부가 김 대표에게 물병을 던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야당 내 비노(非盧) 김한길·박지원 의원에게도 '쓰레기' 같은 욕설과 야유가 쏟아졌고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배신자'라는 비난과 함께 물세례를 받았다.”면서 “반면 문재인 당 대표에겐 '힘내라'며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추모식이 정치 갈등 현장으로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 공식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김 대표가 처음”이라며 김 대표를 공격한 노건호씨의 인사말을 전하면서 “노씨의 발언은 미리 써 온 원고에 들어 있는 내용이라 한다. 상주(喪主)가 문상 온 손님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려고 작심하고 준비했다는 뜻”이라며 “이날 노씨는 전직 대통령 아들로 처신하기보다는 친노의 행동대장으로 나섰다. 노씨 눈에는 그저 자신의 비아냥과 냉소, 조롱이 뒤섞인 독설에 환호하는 일부 열성 친노 지지자들만 보였던 모양이다. 노씨의 발언에 대해 실망과 답답함,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헤아렸을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신문은 “더 실망스러운 것은 문재인 대표다. 문 대표는 행사 후 "노무현의 이름을 앞에 두고 친노·비노로 분열·갈등하는 모습이 정말 부끄럽다"며 야당 내 친노·비노 갈등을 그만두자는 말을 되풀이했다.”며 “그러나 노씨가 추모식에서 바로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일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문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유족과 친노 지지자들이 가장 신뢰하고 의지하는 친노 세력의 좌장으로 그런 문 대표가 이번 추모식에서 벌어진 불상사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것은 정치적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광주에서 열린 5·18 추모식에선 문 대표가 야유와 비난을 받았다. 여기서도 김무성 대표는 욕설·물세례 봉변을 당했다. 두 행사 모두 야권 핵심 지지층이 모인 자리였다.”며 “야당의 갈등이 이제는 한국 정치를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씨의 주제넘은 발언이나 문 대표의 침묵은 야당의 위기를 더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동아일보 ‘노건호와 친노의 자폐적 행동~ 국민은 혀를 내두른다고~’

동아일보 역시 <노무현 추도식장에서 갈등 불 지른 친노의 자폐 정치>란 제하의 사설로 노무현 6주기 추도식에서 증명한 친노정치의 문제점을 강력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경건한 추모의 자리가 돼야 할 행사가 증오와 갈등의 정치적 소용돌이로 얼룩졌다”면서 문재인 대표를 향해서도 “친노 좌장으로서 추도식장에서 벌어진 몇몇 친노 인사의 행패와 부끄러운 모습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들의 생각만 옳고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친노 세력의 배타성과 증오의 정치에 고개를 돌리는 국민이 적지 않다.”며 “‘노무현 정신’을 훼손하고 노 전 대통령을 자신들만의 울타리에 가두는 자폐적(自閉的)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한 노건호씨에 대해서도 “추도식에서 유족 대표로 인사말을 한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도 ‘증오의 정치’에 불을 지피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며 “부친을 잃은 자식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인을 애도하러 먼 길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유족 대표로서 할 말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지적하며 “노 씨의 발언으로 이 문제가 다시 정치적 논란이 되고 국가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게 고인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건호씨~상주로서 그게 할말? 안막은 문재인도 문제~’ 

중앙일보도 이날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식, 분열 아닌 통합의 장 돼야> 제하의 사설에서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세상을 떠난 분들의 뜻을 기리며 치유와 통합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추도 행사가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굿판이 돼버린 데 우울함과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참석자의 돌출적인 행동이긴 하지만 여당 대표로는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 처음 참석한 김무성 대표의 의미 있는 시도를 폭력적 언행으로 방해한 건 통합과 단결을 역설한 ‘노무현 정신’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며 “건호씨의 발언 역시 어려운 발걸음을 한 조문객에게 상주로서 할 언행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사 주최 측인 야당 지도부의 소극적 대응도 아쉬웠다. 문재인 대표는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만 했을 뿐 막말을 하는 참석자들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면서 “문 대표가 그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고, 여당과 비노 진영 참석자들을 보듬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자리는 훨씬 빛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 추모식은 여당이나 비노 세력에 대한 정치적 불만을 비합리적 방식으로 표출하는 무대가 아니라 ‘노무현 정신’을 국민 모두의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장”이라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노 전 대통령의 기일을 맞아 그 지지자들로선 맺혔던 한을 억누르기 힘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6년째에 접어든 노 전 대통령의 기일은 특정 정파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노무현 정신을 기리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다짐하는 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노비노 양비론 편 한겨레신문 그러나 속내는 ‘다른’? ‘비판인 듯 비판 아닌 비판 같은’ 

보수우파 성향의 신문들이 이날 한결같이 노건호씨의 인사말의 부적절성과 친노진영의 분열정치를 비판한 반면 진보좌파 성향의 주류 언론들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노건호씨 관련 사설을 아예 싣지 않았다. 

관련 사설을 실은 한겨레신문은 <‘노무현 정신’ 실종된 노무현 6주기> 제목으로 오히려 비노진영을 비판했다. 노건호씨가 불러일으킨 친노정치의 폐쇄성을 오히려 ‘비노의 쩨쩨함’으로 역공을 취한 형국이다. 사설은 노건호씨의 인사말에 대한 비판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친노성향이 강한 이 신문의 정파성이 또 한번 드러난 셈이다.

한겨레신문은 노무현 6주기에 있었던 볼썽사나웠던 갈등 모습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야당 내 친노와 비노의 갈등 현실을 언급했다. 양비론적 태도로 비판했지만 비판의 핵심은 비노에 겨눈 모양새였다.

사설은 “애초 ‘친노’라는 말은 보수세력이 만들어낸 정치적 프레임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특권 타파 등 ‘노무현 정신’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라 배타성과 독선, 패거리 등의 부정적 의미를 함축하는 말이었다.”면서 “하지만 이 말은 어느 틈엔가 야권 공용어가 돼버렸다. 이른바 비노 세력은 보수의 프레임을 빌려 상대를 비판해왔고, 친노는 스스로 배타적인 패거리 정치의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이 단어의 부정적 의미를 확장시켰다. 결과적으로 야권 정치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 고인을 욕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양비론적 행태를 취하며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노무현 정신을 규정하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쩨쩨하지 않음’이야말로 지금 시점에서 야당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은 소소하게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면서 “옳은 일이라면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 온몸을 던졌다. 그러나 지금 야당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쩨쩨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를 과감히 버리고 편협한 이해관계를 훌쩍 털어버리기보다는 쉬지 않고 정치적 주판알을 튕기기 바쁘다.”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야당의 ‘혁신기구’가 수백번 만들어져도 혁신과 변화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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