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광주 5·18 기념식에서 김무성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단지 대권행보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하고 어떤 이들은 기분 나쁜 운동권패들의 노래를 힘차게 부른 김 대표가 사상이 불그죽죽하다고 못마땅해 한다. 심지어는 ‘빨갱이’나 다름없다는 극단적인 비난까지 서슴없이 하는 이들까지 있다. 애국심이 남다른 분들 중 일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가지는 반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공식 행사에서도 애국가를 거부하거나 잘 부르지 않는 이들이 이 노래만큼은 시도 때도 없이 부르고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해달라는 행태를 상식인이라면 당연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이들의 종북적, 친북적 행태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반감과 거부감을 더 키워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곡을 북한과 깊이 연관된 마치 ‘종북노래’처럼 비약해서 애창하고 따라 부르는 이들을 종북으로 매도해선 안 될 일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막은 보훈처의 부실한 논리가 국민통합의 걸림돌

개인적으로 필자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는 보훈처에 반박한 하태경 의원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훈처는 최소한 논리의 일관성이 없다. 보훈처 주장대로 이 곡이 북한에서 만든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에 나오고 임은 김일성을 의미하며 작사가인 황석영씨 행보 역시 불그죽죽해 안 된다면 아예 노래를 금지시켜야 한다. 그런데 보훈처는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된다고 했다. 합창이나 제창이나 부를 사람은 부르고 안 부를 사람은 안 부른다는 점에서 실제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노래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합창은 허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니 제창을 막는 건 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듣는 게 아닌가. 보훈처가 제창 금지의 이유로 황석영씨를 문제 삼는 것도 궁색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진 건 1982년이고, 황씨가 월북해 제작에 참여한 북한영화가 만들어진 건 10년 뒤인 1991년이다. 게다가 북한 5·18 영화에 등장하는 건 노래가사가 아니라 배경음악이다. 황씨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황씨의 월북행각이 이루어진 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진 후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시기적으로도 상관이 없을 뿐 아니라 황씨의 그 전력 때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겠다면 한때 친일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로 친일파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를 부르면 안 되고, 친일파 서정주의 시는 절대 교과서에 실으면 안 된다는 무리들의 주장과 뭐가 다른가. 만주국 군관에 자원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파라 인정할 수 없다는 세력의 주장이 과연 정상으로 보이던가. 황씨의 월북과 친북행각은 따로 비판받을 사안이지 상관도 없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연결지어 싸잡아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영화에 들어가 있으니 불러선 안 된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북한이 부르는 아리랑도 불러선 안 된다는 이야기도 성립한다. 가사 내용에 나오는 ‘임과 새날’이 김일성과 적화통일이라는 것도 논리는 안 보이고 그렇게 보고 싶은 보훈처와 일부의 강한 주관적 느낌일 뿐이다.

김무성의 통합행보, 비난 아닌 칭찬해줄 일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2년 전 여야 의원 162명이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자고 결의까지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당 대표 시절에도 참석했던 5.18 기념식에서 다 함께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고 함께 듣고 부르고 추억해온 노래다. 과거 민주화 운동 현장 뿐 아니라 지금도 숱한 노동운동 현장에서 많은 이들이 부르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당시 불렸는지 안 불렸는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이미 이 노래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고, 많은 국민이 부른다는 게 현실이다. 단적으로 얘기해, 적기가처럼 국가가 금지한 곡도 아니고 오히려 합창하도록 돼 있는 이 노래를 새누리당 당 대표가 광주5.18 기념식에서 힘차게 불렀다고 정체성 운운하며 비난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그게 문제라면 그런 사람을 당 대표로 세운 새누리당은 무엇이며, 그런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뭐가 되는 건가. 그런 사람을 한때 옆에 두고 친박 타이틀을 허락했던 박 대통령은 또 그럼 뭐가 되는가.

김무성 대표는 과거에도 5.18 기념식에 참석해온 것으로 안다. 당연히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을 것이다. 당 대표가 되어 5.18 기념식 자리에 참석했다면 당연히 그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맞다. 제창 불가 정부 입장이라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정부측 인사들이야말로 그럴 거면 왜 참석했나.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되는 궁색한 정부 논리를 증명하는 것 밖에 더 되나. 35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의 그날은 여전히 논란과 논쟁과 왜곡의 한 가운데에 있다. 그리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김 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전야제에 가서 물세례를 맞았던 것이 설령 대권을 의식한 행보라도 새누리당 대표로서 백번 천 번 잘했다고 칭찬해줄 일이다. 35년간 곪아온 상처를 그대로 모른 체하지 않고 여당 대표가 통 큰 화해에 나서는 것은 욕할 일이 아닌 것이다. 김 대표가 마뜩찮은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그 이유가 될 순 없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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