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연 기자]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조 수석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힌 사퇴 이유에 대해 “공무원연금 개혁이 애초 추구했던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어 “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이라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조 수석이 당청간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긴 했지만 과연 이 상황에서 책임지고 물러날 만큼의 책임이 있느냐에 대해선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도 대체로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이념성향에 따라 언론의 시각은 엇갈렸다. 진보좌파 성향의 언론은 조 수석의 사퇴의 변이 곧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보고, 이를 통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라며 발끈한 반면, 보수우파 언론은 이에 더해 현 정권 들어 정무수석 자리가 ‘연락관’ 정도의 역할에 그친다는 현실을 지적한 것도 눈에 띠는 대목이다. 

조선일보 ‘지친다 지쳐~정무수석 벌써 세명째... 이 자리가 소모품인가요‘

조선일보는 19일 사설 <靑 정무수석·特補, 이렇게 '소모품'으로 써도 되는 자리인가>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관련 “청와대는 시일 내 처리를 재촉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개혁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주문하지 않았다. 새누리당도 시일 내 처리를 위해 야당과 협상 타결에만 몰두한 채 청와대와 국민이 협상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면서 “그러고선 이제 와서 당·청 간 연락책 역할을 해온 정무수석을 사임하지 않을 수 없는 궁지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수석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당 쪽에 정확하게 전달했는지, 또 협상 과정에서 여야 간에 협의되는 시안(試案)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번 일 말고도 그동안 청와대 정무 기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정권 들어 2년 3개월 만에 정무수석만 이정현·박준우 수석에 이어 벌써 세 명째 그만뒀다. 외교관 출신 박준우 수석도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다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며 “청와대는 지금까지 정무수석을 교체할 때마다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이래서야 정무수석이라는 자리가 소모품(消耗品)으로 쓰이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정무수석 사퇴? 그거 가지고 안되거등요~대통령 일 다하신 거 아니거등요~’

동아일보는 같은 날 <조윤선 수석 사표수리로 청와대 할 일 다한 건 아니다>를 통해 “박 대통령은 여야 합의문 내용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당청 소통 문제에 증세 논란까지 나올 만큼 공무원연금 개혁이 ‘변질’되자 조 수석을 문책한 셈”이라면서도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조율하는 정무수석의 역할을 중시하지 않았고 힘도 실어주지 않았다. 전임 정무수석은 외교관 출신이었고 조 수석은 한 차례 비례대표 의원 외에는 정치 경험이 없는 여성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인사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 지도부는 조 수석을 대통령을 대신한 국정 파트너라기보다는 연락관 정도로밖에 보지 않았다고 한다.”며 “조 수석이 사퇴한 것도 역부족을 절감한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이 조 수석을 사실상 경질함으로써 새누리당 지도부에 국민연금이든 기초연금이든 연계 처리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당청 갈등이 또 불거져선 안 될 것”이라면서, 야당을 향해서도 “새정치연합은 국민이 하라는 숙제는 안 하고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배보다 배꼽이 큰 제안을 번갈아 내놓으며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도 조 수석 사표 수리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겨선 안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서라도 개혁다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내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조윤선 사퇴? 난 모르겠고~ 어쨌든 일단 닥치고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

중앙일보는 <공무원연금 개혁, 미흡하지만 실기해선 안 된다> 제하의 사설을 통해 “조 수석의 사퇴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청와대의 ‘벼랑 끝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처리를 강조했다.

신문은 “이번 임시국회 때 일단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부터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수준으로라도 공무원연금을 바꾸지 못하면 그나마 기대했던 70년간 333조원의 재정절감 효과도 물 건너간다.”면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기초연금·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개혁은 사회적 합의기구로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의 보다 근본적인 개혁도 시간을 두고 함께 논의하면 된다.”며 “만약 이번에 공무원연금 개혁의 기회를 놓친다면 정치권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수석의 사퇴나 정무수석의 역할보다는 어떻게든 공무원연금 개혁안 여야 합의처리가 중요하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어라~청와대가 여론전? 자꾸 그러면 재미없지요~’

그러나 경향신문은 이날 <뜬금없는 조윤선 정무수석의 사퇴>제하의 사설을 통해 “청와대 대변인은 여야 합의안을 비난하고, “연금 포퓰리즘으로 도탄에 빠진 그리스가 남의 일이란 보장은 없다”고 겁박하는 일개 수석의 ‘사퇴 변’을 가감 없이 브리핑했다.”면서 “청와대가 정무수석의 사퇴까지 꺼내 들어 ‘공무원연금과 공적연금 연계 불가’라는 대통령의 원칙을 못 박으며 여론전을 벌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야가 새로운 환경변화를 토대로 어제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갖고 협상을 재개하려는 판에 청와대가 조 수석의 사퇴를 앞세워 또다시 가이드라인을 치고 나섰다.”며 “지난 5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앞두고 무책임한 ‘1702조원 세금폭탄론’을 터트린 연장선상”이라고 거듭 청와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렵사리 마련한 ‘사회적 대타협’을 무산시킨 청와대가 이렇게 여야 협상의 고빗길마다 개입하고 국회를 압박하게 되면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처리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여야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으려면, 청와대가 여당을 로봇처럼 조종하고, 야당을 압박으로 굴복시키려는 태도부터 접어야 한다. 그게 공무원연금 개혁을 한시라도 빨리 성사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사설로 조윤선 정무수석의 사퇴와 관련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조윤선 수석 ‘사퇴의 변’…사실상 박 대통령 ‘목소리’> 제하의 기사 등을 통해 조 수석의 사퇴의 변이 “조 수석의 평소 어법이나 태도와는 많이 다르고, 오히려 박 대통령 특유의 공격적 어투에 가까워 조 수석의 ‘사퇴의 변’이라는 형식을 빌렸을 뿐, 사실상 박 대통령의 목소리로 들린다.”고 지적, 박 대통령의 뜻임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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