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듬 변화가 야기한 페이스북겟돈”

지난 4월 21일 페이스북은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듬의 변경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홍보효과를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누리고 있던 기업 및 홍보대행사들은 “구글(Google)의 모바일 친화적 알고리즘 변경으로 인한 모바일겟돈(Mobile Geddon)에 맞먹는 페이스북겟돈(Facebook Geddon)”이라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금번 알고리듬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한 사람이 올린 여러 개의 콘텐츠 노출을 제한했던 관행을 완화했고(연속게시 허용), 둘째로, 기업이나 단체가 아닌, ‘특별히 관심을 갖는 친구’들의 콘텐츠도 더욱 우대될 전망이다(친구중심 정책). 마지막으로, 친구들이 다른 사람들의 글에 보인 반응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줄거나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흔적노출 축소)

 

“고객의 요구, 필터버블의 해소”

기업의 서비스 정책 변화의 주요 원인에는 고객의 요구(편의)가 늘 큰 영향을 미친다. 고객들은 변경 전에는 홍보성 페이지들의 교묘한 노출 속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교류하고자 했던 친구들의 업데이트를 찾기 위해 두 번, 세 번의 클릭을 해야 하는 노고를 기울여야만 했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콘텐츠를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이용자 불만은 이번 알고리듬 변경의 첫 번째, 두 번째 요소에 의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필터링(필터버블) 없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개인 사용자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연속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의 다양성과 범위가 확대되며, 인위성이 배제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홍보효과를 누리기 위해 개설되었던 많은 기업과, 홍보대행사들의 영리목적 페이지들의 노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흔적노출 축소’ 방침의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은 친구가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확산요인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페이스북이 설립초기에 가졌던,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중립적 플랫폼’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충족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객 불편의 해소는 온라인 정치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져(Eli Pariser, 2011/2011)가 정의한 ’필터버블(The Filter Bubble)‘의 해소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는 동명의 저서를 통해 필터버블을 “새로운 세대의 인터넷 필터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살펴보고 끊임없이 추론하고 이론을 만들어 우리 각각에게 유일한 정보의 바다를 만든다. 이에 따라 우리가 온라인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맞닥뜨리는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현상” 이라고 정의했다. 즉, 사용자는 플랫폼 제공자의 ’알고리듬‘에 의해 만들어지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수익성 추구, 강력한 필터버블의 예고”

이러한 변화가 항상 긍정적인 영향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듬 변화는 필터버블 현상을 확실히 감소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반면에 더욱 강력한 필터버블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기업의 정책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고객의 요구’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고객으로 인해 창출되는 ‘수익’을 증대하고자 하는 기업 본연의 이윤추구 목적이 내포되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페이스북이 23일 발표한 “2015년도 1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매출액이 42% 증가된 35억 4300만 달러이며, 이중 광고 사업매출이 총매출액의 90%이상인 33억1700만 달러”라고 한다. 특히 “광고매출 중 모바일 광고가 73%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의 수익이 PC버젼의 AD광고배너 수익보다는 뉴스피드에 끼워져 노출되는 유료광고 방식에서 더 큰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번 알고리듬의 변화가 페이스북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뉴스피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상 무임승차 광고들에 대해 강력한 방지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결국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유료광고로 유도하는 효과가 있음은 자명하다.

“미디어 기업의 다시 찾아온 위기”

기존의 알고리듬 운영방식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았던 대상은 미디어 기업들이었다. 인쇄매체의 쇠락으로 성장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포털에 의존한 트래픽과 웹페이지 광고에 의해 운영될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에서, S.N.S는 숨통을 열어준 새로운 활로였다고 할 수 있다. S.N.S를 통한 막대한 트래픽의 유입과 이를 통한 광고수입은 ‘허핑턴포스트’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최대 S.N.S 매체인 페이스북이 친구의 활동(‘좋아요’, ‘댓글’, ‘공유’등)을 통해 확산・노출되던 형태를 아예 막아버리는 조치를 취했고, 사실상 ‘아마겟돈(종말)’을 의미한다는 비유는 미디어 기업들에게 적절하다.

페이스북이 단행한 S.N.S 기반 미디어 기업의 종말은 매우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 알고리듬 변화가 발표되기 전인 “3월 24일 뉴욕타임즈에서는 페이스북이 뉴스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 주요 언론사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트래픽 리퍼러(traffic referrer), 중립적 플랫폼(platform)이 아닌 사실상의 미디어가 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네이버(Naver)와 같은 포털 서비스(portal service)가 되어 가고 있다”는 비유도 있다.

 

마치 카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가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라고 말했던 것처럼 미디어 기업들은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인터넷 발달 초기 미디어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콘텐츠의 유통을 전담해주는 포털 서비스라는 파트너를 만났다. 그러나 곧 주객이 전도되어 포털은 콘텐츠 제공자들을 압도하고 스스로 콘텐츠 제공에 나서며 이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소위 ‘공룡 포털’에 의해 압박받던 미디어 기업들은 활로를 찾았고, 새로운 파트너인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가능성을 보았다. 그렇지만 다시 반복되는 결별의 순간이 온 것이다.

“페이스북의 강화 - 더욱 강력한 필터버블의 등장”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 직접제공, 기업 광고통제 능력의 강화는 단순히 미디어 기업의 몰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결국 또 다른, 더욱 강력한 필터버블을 의미한다고 본다. 멀리 구글(Google)의 예를 찾을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서도 이미 필터버블의 효과는 예측가능하다. “국내 검색점유율이 약 80%에 육박”하는 공룡 포털 네이버의 경우, 정보독점을 무기로 “무분별한 광고경쟁, 광고단가 인상, 부정스크랩과 복제데이터 노출 허용, 검색결과를 다른 검색 포털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네이버 안에 강제로 머무르게 하는 정책, 외부 블로그에 대한 차별적 대우” 등을 통해 사실상 필터버블을 행하고 있고, 독점력이 높아질수록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필터버블의 형성과 저항”

뉴미디어를 비롯한 정보처리기술의 발달로 현재의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전자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고, 일부 실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편의성 추구, 수익성 추구에 따라 생겨난 “필터버블이라는 괴물은, 지나친 개별화를 통해 선입관을 무너뜨리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생각을 바꿔줄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무엇이 적정선인지는 가늠할 수 없으나 과도한 필터버블이 민주사회의 형성에 저해되고, 내적편향성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편의성에 대한 욕구는 인간본연의 것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한 ‘기회의 박탈’은 결코 인간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거대 포털, 거대 플랫폼은 현대사회에서 국가권력보다도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문제는 그들이 그러한 권력에 따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필터버블의 해체가 또 다른 강력한 필터버블의 예고가 아닌지?” 라는 의문이 틀렸기를 기원한다. 아니면 초기 페이스북 처럼 순수성을 가지고 등장할 새로운 영웅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배철순 하우사회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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