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KBS 공영노조가 지난달 성명에서 KBS 언론노조의 정체성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에 한 요구는 핵심적이고 매우 시의적절한 지적이었다. 다음의 내용을 보자.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KBS본부노조가 속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통합진보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총선 공약의 주요 정책과제를 채택하였다. 당시 KBS본부노조도 위원장이 해당 정책연대 체결식에 참석하는 등 공영방송 KBS에 소속된 노동조합이 총선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관철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아시다시피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에서 ‘종북집단’으로 합의 결정되었고, 그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KBS’에서 이러한 ‘통합진보당’과 정책연대를 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에 속한 ‘KBS본부노조’가 과연 KBS의 공정성에 대하여 논할 자격이 있는지를 방송통신위원회가 판단해줄 때가 되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로서의 국가정체성이 유지돼야 하고, KBS는 대한민국의 국가기간방송이기 때문이다.”

KBS 공영노조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MBC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MBC본부 역시 통진당과 정책협약을 맺었던 전국언론노동조합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조 산하 본부나 지부들이 언론노조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증언을 보면 언론노조가 단순히 형식상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방송사 본부, 지부 노조에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 얘기는 통진당과 정책협약을 맺을 정도로 ‘통진당스러운’ 언론노조의 노선이 방송사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구조와 내용은 국가기간방송, 공영방송사들이 여당 우위의 지배구조 아래에 소위 보수우파 정권이 아닐 경우 국민은 최소한의 견제장치도 없는 ‘통진당스러운 방송’을 일방적으로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알게 한다. 그 적나라한 증거가 노무현 정부가 아니었던가. 당시 노 정권의 방송 홍위병처럼 굴던 MBC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전국언론노동조합 탈퇴 두 가지 모두 논의돼야

2012년 MBC 파업이 실패하면서 야권이 더 큰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이 바로 공영방송지배구조의 문제다.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의 6대 3, KBS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의 7대 4의 구조, 다른 공영방송사나 준공영성을 띠는 언론사들도 여권 영향력 아래에 놓이게 되는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소위 좌파정권 하에서 정권과 의기투합했을 때는 이런 지배구조가 최고의 시너지를 냈겠지만 우파정권으로 바뀌면서 언론노조의 방송사 장악력에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MBC 파업 실패도, 경영진의 독주도 현 지배구조만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여야동수제나 특별다수제 주장이다. 어느 정권이든 언론이 공정해야 하고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우파정권이라고 권력에 아부하는 방송만 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론적으로 여야동수제 특별다수제를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절대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공영방송사 노조가 전국언론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헌법재판소가 종북세력으로 규정짓고 해산시킨 통진당과 정책협약까지 맺었던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영향력에서 공영방송사 노조가 완벽히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현재의 여당 우위 지배구조는 그나마 좌편향 방송을 견제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인 없는 방송사의 상투를 쥐고 있는 건 노조다. 임기가 정해진 사장이 들어와 독소조항이 가득한 노사협약을 맺고 그 결과 데스크 기능은 마비되고 제동장치가 풀린 좌편향 방송사는 무서운 폭주기관차로 돌변한다. 여당 우위의 현 지배구조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편파보도 논란을 빚는 공영방송사의 모습이 과연 어떠했을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방송공정성은 위선을 벗을 때 가능하다

언론노조와 야당 지지단체들이 오래전부터 박근혜 정부 방송통신위원회에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라고 독촉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공약집에 그 약속을 담은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박 대통령과 정부가 그걸 모른 체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어디로 바뀌든 KBS, MBC가 공정한 보도를 해야한다는 건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한 일이고 그런 공정보도를 해치는 어떤 걸림돌이 있다면 개혁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방통위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언론노조의 편향성 이 두 문제를 한꺼번에 공론화시켜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 떠드는 공정성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공정성을 위해선 두 가지 문제가 모두 해결돼야만 한다. 방통위는 그 출발로 KBS 공영노조가 건의한대로 KBS 언론노조가 과연 KBS 노조로서 공정성을 논의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판단해주기 바란다. 이제 모두가 위선을 벗고 솔직하게 툭 터놓고 얘기할 때가 됐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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