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성 기자]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지난 18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주최로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범국민대회'가 폭력 양상을 띄며 경찰과 충돌했다.

특히 시위 참자가 중 한 명이 시위 도중 태극기를 불태워 "과연 추모 시위가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태극기 소각' 사건을 세월호 추모와 관계없는 지나친 일탈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지시했다. 우파 언론은 폭력·과격 정치투쟁으로 변질된 세월호 시위대를 정면 비판한 반면 좌파언론은 시위대의 폭력을 지적하지 않은 채 모두 경찰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내 반정부 투쟁에 기회마다 가담하는 시위대의 정체성이나 시위의 성격에 대해 잘 모를 국제엠네스티의 지적을 적극 인용하며 물타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에 외부세력 가담, 태극기 불태운 폭력성 비판한 보수언론 

조선일보는 20일 <태극기 불태운 시위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 1주기 이후 첫 주말인 18일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 수천 명이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 도심 교통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면서 "특히 시위 참가자 중 일부는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경찰이 이를 저지하자 경찰이 설치한 경찰버스·트럭 등 차벽(車壁)을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과격 양상을 보여 경찰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위대에 물대포를 발사했다. 이날 한 시위 참가자는 태극기를 불태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위대의 행진을 저지하기위해 차벽용 트럭과 버스 등으로 차벽을 설치한 경찰과 시위대의 무력 충돌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는 "일부 시위대는 경찰 버스 창문 등을 부수고 차량 안의 소화기를 빼내 경찰에게 뿌리거나 차벽 너머로 던졌다"면서 "이 과정에서 의경 3명이 귀·머리 등이 찢어지는 등 경찰 7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 양상이 단순한 추모 집회가 아닌 폭력 시위 형태를 띠었던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불법폭력 시위 주동자를 추적해 전원 사법 처리하고 파손된 경찰 차량 등에 대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엄중 대응할 방침"이라 말한 경찰의 입장과 함께 "태극기를 불태운 남성의 신원을 추적 중이며, 대한민국을 모독할 목적으로 태극기를 태웠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라는 경찰 측 입장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20일 <태극기 태우고, 경찰 폭행 … "폭력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 제하의 기사를 통해 시위를 전문적으로 이끄는 외부 세력이 이번 시위에 가담했음을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경찰의 차벽 설치에 대해 "시위대가 청와대로 진출할 수 있고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큰 몸싸움이 일어날 수 있어 차벽을 급히 설치했다"고 말한 하원호 경찰청 경비과장의 발언과 "차벽을 세우면 '소통'을 원하는 시위대에 '단절'의 느낌을 줘 집회를 가열시킬 수 있다"고 반박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의 발언을 함께 전했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전했다.

이어 "일부 참가자는 경찰 방패를 빼앗아 경찰을 폭행하고, 차벽을 걷어차고 차량을 부수기도 했다. 붉은색 스프레이로 경찰 차량에 '세월호 인양' 등의 낙서를 하거나 차량을 밧줄로 묶어 넘어뜨리려 했다. 종이 태극기를 불태우는 참가자도 있었다"고 지적한 중앙일보는 "시위를 전문적으로 이끄는 외부 세력이 개입해 폭력시위로 변질된 것"이라는 경찰의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이날 시위에 정의당, 민주노총, 전교조,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등이 대거 참가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경찰이 수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물러서지 않았다. 도로 위에 누운 유가족과 차벽을 넘어온 참가자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연행됐다"면서 엄정대응을 밝힌 경찰의 입장을 강조했다.

‘태극기 화형’ 폭력·불법집회에 눈감은 좌파언론, 경찰 대응방식만 집요하게 문제 삼아 

반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등 좌파매체는 이에 대한 비판적 기사나 사설, 칼럼을 단 하나도 게재하지 않았다. JTBC 또한 중앙일보에서 해당 기사가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겨레신문은 29일 <세월호 슬퍼할 자유마저 막는 나라>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 17일 "평화적인 집회와 행진을 진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국제적인 기준에 위반된다"고 경찰의 시위대 진압을 비판한 국제앰네스티의 발언을 인용하며 오히려 경찰이 과잉 진압했다며 문제를 삼았다.

한겨레신문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주말 연이어 열린 대규모 추모 집회와 문화제에 경찰이 강경 대응하면서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면서 "경찰은, 18일 서울 도심에 차벽 등 여섯 겹의 저지선을 치고 물대포와 최루액을 쏴가며 유가족 21명 등 100명을 연행하는 초강경 진압작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진압이 왜 이뤄졌는지에 대한 부분은 기사에서 배제됐다.

이어 한겨레신문은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시작된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연행되면서다. 이 가운데 '유민 아빠' 김영오씨 등 일부가 이날 오후 경찰의 해산작전 과정에서 연행됐다"며 "이에 서울광장 집회 참가자들이 행사를 중단한 채 광화문광장으로 행진을 시작했고, 경찰은 “허가받지 않은 행진”이라며 이를 막았다"고 밝혔다. 이 역시 김영오 씨 등이 경찰 버스 위에 올라 불법적인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된 것임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참사 1주기에 폭력 진압으로 추모와 헌화조차 못하게 막은 경찰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세월호가족협의회·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등의 입장과 브리핑을 통해 "평화적인 집회와 행진을 하는 유가족과 시민을 공권력을 동원해 막는 정부의 모습은 과거 군사정권과 하등 다르지 않다"고 말한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의 발언을 전한 한겨레신문은 국제앰네스티의 지난 17일 발언을 인용, 경찰에 전적으로 책임을 돌렸다. 시위에 외부세력이 개입하고 폭력, 반정부 시위로 변질된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또한 "한국 경찰이 불필요한 경찰력을 사용해 유가족을 해산하려 한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긴급성명을 발표한 국제앰네스티의 발언을 인용해 이날 경찰의 대응 방식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9일 <주말 세월호 집회, 물대포로 밀어붙인 공권력> 제하의 기사에서 같은 날 "불법 폭력시위 주동자를 전원 사법처리하고, 국민대책위를 상대로 파손된 경찰 차량과 장비, 경찰관 부상 등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임을 밝힌 경찰의 입장을 전하면서 "광화문 누각 앞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 50여명, 광화문광장 북단에 모인 참가자, 세종대왕상 앞에서 막힌 시민단체, 광화문사거리에서 차단된 시민 등은 광화문광장 일대를 둘러싼 경찰 차벽 등 6겹의 저지선에 막혀 고립됐다"고 시위대의 입장과 시각에서 집회소식을 전했다.

이어 ""유가족이 무더기 연행됐다"는 소식에 광화문광장 북단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경찰이 막으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지적한 경향신문은 "일부는 경찰 버스를 끌어내 광화문 교차로로 진입했고, 경찰 버스를 밀어 넘어뜨리려 하거나 창을 깼다. "박근혜 퇴진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가 나왔다"면서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쏘며 이를 저지한 경찰에 대해 "경찰 방송 차량에선 "해산명령 불응자, 경찰 폭행자는 한 명 한 명 뜯어내 검거해" "1·9시 방향 물대포 발사" "우리 경찰관 아주 잘하고 있어요" 같은 말이 계속 흘러나와 시위대를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방송 차량에서 나온 말이 시위대의 폭력 시위를 조장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체포나 위협의 공포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아널드 팡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의 발언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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