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 기자 ]  KBS기자협회 등 11개 협회와 양대노조 주최로 ‘일베 품은 KBS, 흔들리는 공영방송의 가치’ 토론회가 17일 금요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언론노조 측의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KBS 직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3시간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토론회는 외부 기자가 참석할 수 없는 비공개 토론으로, 노조 측의 요청에도 KBS 사측은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애당초 일베 논란이 됐던 신입기자와 임용결정을 내린 KBS에 대한 성토자리라는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토론회라는 점에서 KBS측은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 소속 기자가 참석해 쓴 것으로 보이는 PD저널 보도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일베 기자가 채용되도록 회사가 방치했다”며 회사를 맹비판했다.

▲ PD저널 관련 기사 캡처

토론회에서 나온 KBS본부 노조 인사들의 경영진 맹비난, 속내 드러냈다? 

안주식 KBS PD협회장은 기조발언에서 “특정지역에 대한 폄훼와 장애인에 대한 비하 등을 담은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일베 기자’가 공영방송 KBS의 정식 직원으로 임용됐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경”이라며 “지난 2월 중순 한 언론사의 보도로 최초 공론화된 이후 지난 1일 정식 직원으로 임용되기까지 이 수습직원을 둘러싼 경영진의 행태는 무능했고, 컨트롤 타워는 부재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베를 옹호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수신료로 일베에게 월급을 준다는 비판이 쇄도할 때, 사측은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라는 관료주의적 입장만을 밝혔다”며 “일베 기자가 채용되는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한 사내 기획부서와 홍보담당부서, 인사담당부서, 보도본부 내 평가담당자 등이 모두 책임지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기자의 임용을 취소할 수 있었음에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의 대화 요구를 묵살했다”며 경영진을 비난했다. 하지만 안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자의적 판단에 불과하다. 최근 KBS본부 측이 공개한 KBS의 초기 법률자문에서도 신입기자의 임용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안 회장은 “이 사건은 공영방송 KBS의 입사기준을 둘러싼 가치판단의 문제, KBS 내부 민주적 의사결정의 부재 문제, 현 조대현 사장 체제의 비민주성과 무능한 위기대응능력 문제로 확대됐다”며 “처참한 심정”이라고 사측을 비난했다.

조현아 KBS 여성협회장은 ‘일베 기자’가 쓴 글들을 나열하며 “과연 올바른 교육의 과정을 거친 사람이 부끄러움 없이 쓸 수 있는 글인가”라고 반문한 뒤 “과연 이러한 글을 쓴 자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인 경영진의 판단은 무엇이냐”며 “읽기만 해도 혐오스러운 여성혐오 글에 동조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자의 임용이 앞으로 KBS 공정 보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억지 주장도 나왔다. 일베 논란 탓에 사실상 취재도 금지당한 신입기자 한 명이 KBS 공정보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지나친 논리비약이다.

한참 오버하는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 “일베 임용 관여한 경영진 해고해야”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은 “시청자들은 더 이상 KBS가 공정하다고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KBS가 추구하는 공정성이라는 것은, 특정 견해에 편향되지 않은 것을 보도하며,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것에서 달성된다”며 “이 이념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일베’라는 사이트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사람을 기자로 임용하는 것이 정신이 있는 것이냐”고 규탄했다.

김 회장은 “‘일베’가 사회적 해악이라는 것이 이미 합의된 상황에서 이런 사람을 KBS 기자로 임용하면 안 그래도 의심 받는 KBS의 공정성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갈 것”이라며 “지금처럼 ‘케일베스’라고 조롱받는 상황에서는 수신료 인상은커녕 시청자 신뢰 회복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영진 스스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곡해하는 배임행위에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일베 임용에 관여했던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묻고,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언론노조 측이 조대현 사장 및 경영진을 향해 인사채용 절차를 문제삼기도 했다.

KBS기자협회 등 언론노조 측이 이 같은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계속해서 ‘일베’ 논란을 키우는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KBS 김철민 기자협회장의 주장에 답이 나와 있지 않나. 단지 신입기자 한명 퇴출이 아니라 경영진에 일베 논란 책임을 덮어씌워 경영진에 대한 압박용으로 쓰기 위한 정략으로 보인다”면서 “KBS 일베 논란과 그 논란을 확산시키는 배경에는 2노조의 1노조 견제, 회사 경영진 견제용의 다목적 카드”라고 설명했다.

윤석민 교수 “누군가의 표현행위를 공개비판하고 집단거부 표명하는 게 정당한지 의문” 

한편, 언론노조 측의 이 같은 일방적 비난 속에서도 과거의 전력으로 채용을 취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회에 초청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구성원들의 분노에는 공감하지만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누군가의 표현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개인에 대한 집단적 거부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일베의 일탈 행위는 나쁘지만 익명 표현자의 신상을 밝히고 집단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타당하지 않다”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문제가 된 인사의 일베 전력을 고발하는 보도행위가 애초에 타당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논의되는 기준들로 직업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해당 기자에 대해 직업적 제한을 가하기보다는 내부의 자율적인 통제나 사내 분위기를 통한 제재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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