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 기자]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공영방송 KBS와 MBC가 메인뉴스를 통해 각각 세월호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MBC는 16일 ‘뉴스데스크’ 방송에는 세월호 1주기와 관련해 7개의 뉴스 꼭지가 담겼고, KBS ‘9시뉴스’는 14개의 꼭지를 할애했다. 양적으로는 KBS가 MBC에 비해 2배가 더 많았다.

그렇다면 ‘보도의 질’에선 어땠을까? 우선 MBC의 꼭지 제목은 보도 순으로 다음과 같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전국 추모 물결…합동추모식 취소” “팽목항 찾은 朴대통령 "세월호 인양 조속히 나서겠다"” “세월호 참사 1년, 유가족·생존자의 아물지 않은 상처” “세월호 선장과 선원, 유병언家와 해경…책임자 처벌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갈등…표류하는 조사위” “세월호 참사 1년, 재난 안전시스템 어디까지 왔나?” “[뉴스플러스] "장관 탈 때만" 시늉뿐인 안전…우리 안의 세월호”

KBS의 뉴스 꼭지는 다음과 같다. “[영상] 세월호 1주기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1주기 추모식…눈물 젖은 팽목항” “박 대통령 “빠른 시일 내 인양…배상·보상 최선”” “안산 합동분향소 하루 종일 추모 발길 이어져” “국화 들고 리본 달고…서울광장 범국민 추모제” “아직도 9명은…“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슬픈 바람” “단원고 생존 학생 고통의 시간…“미안해, 친구들아”” “‘불신·갈등’ 등 돌린 정부·유족…합동 추모식 취소” “검찰, ‘세월호 참사 책임’ 205명 기소…대부분 유죄” “예산에 발목 잡혀…‘여객선 공영제’ 흐지부지” “슬픔·분노·갈등…세월호 분향소 365일의 기억” “세월호 사고 피해자 ‘여전히 악몽’…상설 치료 필요” “사고 침몰 선박 인양…해외 사례는?” “스포츠계도 노란 물결 “잊지 않겠습니다””

KBS, 세월호 1주기 ‘눈물 방송’에 성완종 리스트 등 다른 이슈들은 ‘구색맞추기’식 배치

세월호 1주기를 다룬 두 방송사 메인뉴스의 특징에서 우선 눈에 띄는 점은 MBC가 세월호 1주기 관련 기사를 전반에 몰아 배치한 반면 KBS는 전반, 중반, 후반에 확산 배치했다는 점이다.

KBS 9시뉴스의 경우, 세월호 1주기 특집 방송으로 세월호 보도 중간 중간 성완종 리스트 등 다른 이슈를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을 준다. 다른 이슈로 넘어가 관심이 떨어질 때마다 다시 세월호 관련 뉴스를 끼워 넣어 상기시키는 배치다. 이날 KBS 뉴스9의 기사 배치는 세월호 유가족, 실종자 가족 등을 위한 “잊지 않겠습니다”였던 셈이다.

KBS의 세월호 1주기 관련 또 다른 특징으로는 감성 보도가 많았다는 점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절절한 첫 꼭지 영상 “세월호 1주기 ‘잊지 않겠습니다’”부터 시작해 뉴스 꼭지 대부분이 희생자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 추모의 정을 담는데 치중했다.

그에 반해 “예산에 발목 잡혀…‘여객선 공영제’ 흐지부지” 꼭지 외엔 안전문제와 관련한 공영방송사의 관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월호 1주기의 진정한 추모가 무엇이냐는 가치에 따라 관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영방송 KBS의 관심은 사고에 대한 슬픔과 공감 수준에만 그친 셈이다.

정치색 짙은 유경근 “눈물 흘릴 자유조차 가로 막는 대한민국~” 발언 내보낸 KBS 의도는?

▲ KBS '뉴스9' 에 등장한 유경근 위원장의 모습

게다가 “‘불신·갈등’ 등 돌린 정부·유족…합동 추모식 취소(유경근)” 꼭지에선 KBS는 세월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등장시켰다. 옛 통진당 분파로 분류되는 정의당 출신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방송에서 “눈물 흘릴 자유조차 가로 막는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에게 매우 매우 서운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동시에..” 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평소 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정치색 짙은 인물로, 세월호 참사를 정파 갈등으로 이끄는 주요 인사 가운데 한 명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KBS가 유 위원장의 인터뷰를 딴 데에는 그가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라는 직책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럼에도 굳이 다른 유가족이 아닌 유 위원장을 등장시킨 것은 의도에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유 위원장이 “눈물 흘릴 자유조차 가로 막는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에게 매우 매우 서운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동시에..”라고 발언한 부분을 KBS가 내보낸 것도 한쪽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세월호 선체 인양’ 관련 유가족 측 억지 주장엔 눈감은 KBS 

아쉬운 대목은 또 있다. KBS는 세월호 선체 인양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해외 사례를 살펴본 “사고 침몰 선박 인양…해외 사례는?” 꼭지와 박 대통령의 선체 인양 약속을 담은 내용도 뉴스 꼭지까지 내보냈으면서도 세월호 유가족측이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 약속을 공식 선언하라는 억지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았다.

세월호 1주기와 같은 날엔 유가족에 대해선 그 어떤 비판도 일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억압이 작동한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유가족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감정에 이끌려 사실보도를 외면한다거나 문제점이 있어도 눈을 감는 식의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KBS보다 절반에 그친 기사 꼭지, 그러나 돋보였던 MBC의 세월호 1주기 방송 

KBS가 세월호 1주기를 유가족의 아픔과 눈물을 강조하는데 시간과 전파를 사용했다면 MBC는 관련 꼭지가 KBS의 절반에 그치고 있지만 담을 건 다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전국적 추모의 정과 유가족이 원하는 선체 인양에 대한 정부의 의지, 책임자 처벌 등 1년 후 사건의 진행 상황, 세월호 시행령에 반발하는 유가족 측과 이를 반영한 정부의 시행령 수정안 검토 등을 보도했다. 막판 세월호 1년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재난시스템 문제를 짚는 것까지를 ‘뉴스데스크’ 전반부에 다 담았다.

세월호 1주기, 눈물과 아픔에서 멈출 것이냐 제2의 세월호를 막을 것이냐를 기준으로 볼 때 MBC ‘뉴스데스크’는 KBS ‘뉴스9’에 비해 양적으로는 절반 수준이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더 나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KBS는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달랜다는 점에선 돋보였지만 일부 뉴스 꼭지는 정치적 편향이란 의심을 살 수 있었고,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됐지만 여전히 참사 현상에만 집중해 교훈과 반성이란 측면에선 MBC보다 오히려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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