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과 광고총량제를 비판적으로 보도해오고 있는 미디어비평 웹진 미디어스가 자사 뉴스를 통해 이를 지지하는 보도를 한 지상파 방송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지나친 매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디어스는 KBS와 MBC가 지난 8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개최한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근거로 수신료 인상과 광고총량제의 필요성를 강조한 것을 두고 ‘과거 소련의 공작 방식’이라며 부적절한 비유까지 동원해 “정당한 비판이 아닌 비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보수정권 하의 공영방송사 반대 입장을 취해온 이 매체의 다분히 감정 섞인 듯한 일방적 매도는 오히려 매체 비평의 권위와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한국방송학회 토론회 내세운 KBS·MBC 보도는 맹비난, 똑같이 보도한 SBS는 쏙 뺀 미디어스 

미디어스는 지난 9일 ‘과거 소련이 '공작'할 때 사용하던 수법 쓰는 KBS·MBC’란 제목의 비평기사에서 두 지상파 방송사에 맹공을 퍼부었다.

미디어스는 먼저 “8일자 KBS <뉴스9>과 MBC <뉴스데스크>를 보니,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이하 대토론회)가 왜 열렸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이유를 다 말해준다.”며 “KBS는 국회에 계류 중인 ‘KBS수신료 인상안’에 마음이 급하고, MBC는 ‘광고규제 완화’가 담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조급하다. 제 아무리 그래도 언론인데, 자사의 이해관계를 아무 근거도 없이 말할 순 없으니, 토론회를 빌미로 말하고 싶은 것들 '보도'로 주장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미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인사말과 축사를 건네고 KBS 조대현 사장과 MBC 안광한 사장, EBS 신용섭 사장도 언급한 뒤, “이날 대토론회에 참석했던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토론회 다음날인 9일 오전, 4월 임시국회 관련 당정 간담회에서 ‘KBS 수신료 문제는 이제 마무리가 돼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TV수신료 현실화 논의 급물살 탄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뿌린 바 있는데, 실제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스는 그러면서 “지상파의 보도는 '전파 사유화'라고 해야할 만큼 노골적이고 집요한 수준이었다. KBS <뉴스9>는 대토론회가 진행된 8일 ‘이슈&뉴스’ <문화 수출 첨병 ‘한류 콘텐츠’ 위기…해법은?> 리포트(5분 49초)를 배치했다. 무려 3명의 기자가 리포트를 담당한 '대보도'(!)였다.”면서 또한 “MBC는 더 원색적이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같은 날 <한중FTA, 방송엔 득보다 실…中자본 무차별 공세 우려> 리포트를 배치하곤 ‘한중FTA 체결이 기대와 달리 우리 방송 시장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중국의 자본 공세, 특히 드라마 산업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KBS와 MBC가 각각 자사 입장을 강조한 뉴스 리포트를 내보낸 사실을 맹비판했다.

미디어스는 KBS의 경우 “‘한류의 위기에 따른 재원 확보’에 모든 해법이 맞춰졌다.”고 지적하면서 “정체된 한류 콘텐츠의 발전을 위해선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우선, 규제를 완화해 광고 시장의 전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해법이 제시됐다. 또 공영방송의 수신료를 현실화해 제대로 된 한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는 KBS보도에 대해 “토론회 내용의 소개인지 자사의 바람인지 모를 주문을 했다.”고 꼬집었다.

MBC의 경우 역시 “MBC가 방점을 찍은 부분은 ‘방송광고 규제 완화’였다.”며 해당 보도가 “몇 년 뒤면 아시아 방송산업을 중국이 주도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며 MBC 사장인 안광한 한국방송협회장의 “글로벌 대중문화 수요를 한국이 지키거나 확대해 나갈 수 있을 지 가늠하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는 영상을 배치한 것을 두고 “자사 사장이 비관적 전망을 하고, 이를 뉴스를 통해 사실이라고 말하는 희한한 방식이었다”이었다고 비꼬았다.

미디어스는 그러나 KBS와 MBC가 한국방송학회의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근거로 수신료 인상과 광고총량제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을 맹비판하면서도 이날 똑같이 토론회에서 나온 언론학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보도한 SBS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았다.

SBS는 이날 메인뉴스를 통해 “한류 위기라는데…"안정적 재원 확보부터"”란 리포트를 통해 KBS·MBC와 마찬가지로 광고총량제와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상파 3사가 똑같이 방송학회의 토론회를 근거로 자사 입장을 보도했지만 KBS·MBC 공영방송사만 골라 비판한 것이다.

▲ SBS '8시뉴스' “한류 위기라는데…"안정적 재원 확보부터"” 8일 리포트

한국방송학회에서 수신료인상, 광고총량제 의견 피력한 언론 학자를 졸지에 지상파 선전에 동원된 정보원으로 둔갑시킨 미디어스 

미디어스는 “잘 짜여진 한편의 극과 같았던 토론회는 끝내 '드라마'가 아닌 '보도'로 전파를 탔다.”면서 “지상파 방송 관계자들은 종편을 소유한 신문매체들이 계열사 지면을 동원해 '지상파 광고 총량제'를 반대하는 것은 몰염치하고 '깡패'같은 행위라고 비판하곤 한다. 지상파의 행태는 그들과 얼마나 다른 것일까.”라고 비꼬았다.

미디어스의 비판은 더 나아가 비방에 가까워 보이는 비난을 퍼부었다. KBS와 MBC가 방송학회 토론회를 근거로 자사 입장을 강조한 보도를 놓고 “대토론회부터 보도로 이어진 지상파의 행태는 흡사 '바이러스 퍼뜨리기 전략'과도 같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의 입장을 '선전'하고 싶었던 지상파는 원하는 메시지를 '학자'에게 주었다. 학자는 '정당한 정보원'인냥 지상파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를 되받은 지상파는 건전한 정보가 발생한 것처럼 이를 '보도'한다.”면서 “선전을 기획한 지상파의 의도는 감춰지고, 지상파가 주장하고픈 내용은 학계와 전문가의 목소리로 둔갑되어 '정당'한 생산 과정을 거친 것으로 포장된다.”고 주장했다.

언론학자들이 마치 지상파 방송사가 원하는 메시지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인 것처럼 표현하고, 때문에 부당한 정보원이라는 뉘앙스의 지적을 한 것이다. 즉, 학자로서 수신료 인상이나 광고총량제의 견해를 얼마든지 피력할 수 있음에도 단지 방송학회 개최 토론회에서 KBS·MBC 입장과 동일한 의견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이들 언론학자들이 아무 생각이 없고 지상파의 요구대로 움직이는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사실상 매도한 셈이다.

미디어스는 “즉, 지상파의 어제 보도는 전형적인 ‘정당한 정보원 모델’이었다. 즉, 선전자가 정당한 정보원의 권위에 기대거나 혹은 정보원을 정당한 것으로 조작하여 선전 의도를 감추며 이를 관철시키는 선전술,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며 “혹시, 지상파 관계자들이 그것을 알까? '정당한 정보원 모델'은 과거 소련이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는 '공작'을 할 때 주로 사용하던 수법이었다.”고 비난했다.

방송학회를 통해 KBS와 MBC 입장의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 과거 소련이 공작할 때 쓰던 부정한 수법이라는 것이다.

“미디어스의 그런 비판 위한 비판 행위도 또 다른 바이러스 퍼뜨리기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과 광고총량제가 절실한 KBS와 MBC가 자사 이기주의 보도라는 비판을 받을 순 있어도 ‘옛 소련의 공작 방식’이라는 비난까지 받을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언론이 보도에서 기자와 자사의 관점에서 취재원의 입을 통해 ‘할말’을 하는 게 보통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학회 토론회에서 나온 언론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한 것을 두고 “정보원의 권위에 기대거나 혹은 정보원을 정당한 것으로 조작하여 선전 의도를 감추며 관철시킨 선전술”이라고 비판한 것도 정당한 비판으로 보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모 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있는 한 언론학자는 “소련이 하는 행태를 그렇게 잘 알고 있는 미디어스 역시 그런 행태를 많이 했을 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미디어스의) 그런 식으로 비판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행위 아닌가”라며 꼬집으면서 “안타까운 건 언론사가 왜 그런 보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하는 원인을 규명하거나 현상을 분석하려고 하지 않고 단순히 방송사가 자사 유리한 보도를 한다는 표피적으로 나타나는 행위를 가지고 비판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학자는 “미디어스나 미디어오늘이 그런 식의 비판을 위한 비판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런 비판 행위에 타성이 붙어서 마치 제대로 된 언론 비판 보도인 것처럼 착각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보도에 있어 진실을 알리는 것 못지않게 책임도 뒤따르는 데 책임의식이 약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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