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논리에 식상하고 환멸하는 대다수 중도보수 시각에서 본

‘성완종 리스트’와 ‘세월호 1주기’ 에 대한 언론 보도 

알맹이 없는 단독보도보다 확실한 내용과 증거의 후속보도가 빛난다

[신민형 뉴스파인더 주필] 최근 '성완종 리스트'와 ‘세월호 1주기’ 보도에 모든 언론들이 연일 집중조명하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의 폭로를 녹취해 지난 11일 보도한 경향신문은 요동치는 정국으로 몰고 갔으며 각 언론은 성완종 파일에 대한 취재경쟁에 돌입했다. 보혁의 진영논리에 따른 논조를 떠나 마구잡이 파헤치기식 보도에 돌입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성완종 전 회장 인터뷰 전문 공개입장을 밝히면서 “오로지 ‘진실을 밝힌다’는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언론 본연의 자세이다. 그러면서도 찔끔 찔끔 인터뷰 내용을 흘리면서 자사의 지가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신문과 방송들은 영향력과 파장이 큰 후속 단독취재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취재방향과 의도에서 언뜻언뜻 보혁, 여야의 진영논리가 드러난다.

특히 경쟁적으로 밝혀내고 있는 새로운 사실 자체에 대한 보도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與野 대선자금 수사 공방’을 다루는 기사에서 언론의 논조가 분명히 드러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野 대선자금도 조사’ 발언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남 탓만 한다. 석고대죄하라’ 발언이 정치쟁점화하는 양상인데 이를 보도하는 보혁 언론의 논리가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은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특사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반면 진보 언론은 여당이 국면전환을 위해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선 등 보수언론은 사설에서 ‘특별사면 배경도 밝혀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향 등 진보언론은 '성완종 리스트' 본질을 흐리고 여야 간 공방으로 돌리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한다. ‘사방에 총질’이란 표현까지 사용했다.

한편 논조와 상관없는 취재경쟁을 하면서도 보혁 진영의 논조로 유도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동아는 13일자 1면 톱 ‘경남기업 인출한 32억 용처 추적’ 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경남기업에서 인출된 자금 32억 원을 함께 엮었다. 검찰에서 흘린 기사를 비중을 키워 보도한 것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보수언론의 ‘물타기’ ‘물귀신 작전’이라고 하지만 취재경쟁에서 먼저 캐치해 낸 자료일 수 있으며 넓게 보면 우리나라 정치사회의 역사적·총체적 문제점 제기를 통해 근본적 해부와 정화를 위해서 충분히 제기할만한 기사였다. 그러나 사설에서도 ‘盧정부 특별사면·朴정부 대선자금 철저히 파헤치라’며 강하게 강조한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신문의 의도가 엿보인다.

돋보이는 중도언론의 논조

중도 정론지를 표방하고 재창간한 한국일보는 경향신문은 물론 ‘성완종 리스트’ 후속취재보도 경쟁에서 타 언론보다 뒤쳐졌다. 그러나 중도지향의 대다수 독자에게는 중립적,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한국일보는 13일 ‘성 전 회장 개인일정 기록된 내부자료 있다’는 단독보도에 이어 14일 ‘성완종 제3의 휴대폰 있다’를 단독 보도했다. 유족과 경남기업 관계자 보관 가능성과 금품로비를 진술한 내용이 주목된다고 했다. 그러나 개인일정과 제3의 휴대폰의 내용을 직접 밝혀낸 것이 아니어서 그 파장과 영향력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한국일보에 이어 14일 중앙일보가 후속 보도한 ‘성완종, 정·관계 인사 만난 비망록 남겼다’는 기사의 파장과 영향력은 한국일보의 단독보도보다 컸다. 구체적 내용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일보가 14일 보도한 ‘제3의 휴대폰’ 역시 그 내용이 드러날 때 그 뉴스의 값어치가 생겨나는 것이다. 알맹이가 없는 단독보도는 확실한 내용과 증거가 있는 후속보도에 빛이 가려진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14일자 조선 1면톱 ‘檢 '홍준표 측근 계좌로 1억' 확인’, 동아 1면톱 ‘成, 홍준표에 전화해 1억 잘 받았나 확인’, 한겨레 1면 톱 ‘성완종, 1억 전달 전 홍준표와 직접 만나’ 등은 후속보도이지만 확인과정을 거친 내용이기에 오히려 파장이 커졌다. 경향의 성완종 녹음 기사인 1면 톱 ‘이완구 총리에도 2013년 재선거 때 3천만원 주고 왔다’는 전날 국회에서 이 총리가 반박한 발언에 신뢰도를 떨어뜨리며 쐐기를 박는 기사였다.

특히 14일자 사설 ‘성완종 리스트 수사 두고 다들 오해 살 짓 마라’에서는 이완구 총리의 처신을 비판하며 야당의 ‘이 총리 보고라인 배제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야당의 과도한 정치공세의 역효과를 우려했다. 물론 양비론일수 있지만 국민정서상, 그리고 난맥을 정리하는 해법상, 중도적인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논설위원의 칼럼 ‘되살아난 차떼기당의 악몽’은 박근혜 대통령의 천막당사 시절의 각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나도 조사하라’는 강력한 수사의지를 동시에 추켜세우며 사즉생의 처신을 요구했다. 이 역시 양비론 아닌 양시론일 수 있으나 은근하게 정치계를 향해 던진 따끔하고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보도, 감상적·감정적 접근에서 치유와 개조의 방향으로 

성 전회장 자살과 ‘성완종 파일’ 파문 이후 공무원연금개혁, 노사정위원회 결렬, 성매매특별법, 당대표 국회연설 등의 주요뉴스는 국민과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MB 자원비리에 대한 관심도 선회해 현 정권의 부패부정에 칼날을 돌렸다.

그러나 세월호 1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세월호 관련 기사는 여전히 성완종 파일에 묻히지 않고 연일 보도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모든 중앙지들이 1면 톱으로 ‘성완종 파일’을 다룬 13일자 신문에서 유일하게 1면 톱으로 세월호 1주기 관련기사를 내세웠다. 관련기사로 3,4,5면을 배치했다. 성완종 리스트 보도에 관한한 독점 인터뷰로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타 지면으로도 파장력과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편집국장의 감상적 현장르포를 1면 톱으로 다루고 3개면을 할애한 ‘세월호 1년 - ‘공감’ 특집은 단원고 학생에게 보낸 편지, 세월호 현장 수업의 모습 등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며 다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일으켰다.

한편 한국일보가 선점해 줄기차게 특집으로 마련한 ‘세월호를 잊지 말자’ 시리즈는 초기에 아픔의 현장, 치유 등 감상적으로 치우친 면이 있었다. 약자와 빈자를 대변하는 의식이 강한 소장 기자들의 의식이 간부 기자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13일자 세월호 참사 1년 기획 ‘규명’에서는 그간 ‘아픔’ ‘치유’ 특집에서 진일보한 근본적인 접근을 했다. 안전을 재점검했고 하이에나처럼 덤벼들었던 ‘구원파 유병언 쫓기’)의 치부를 반성했으며 ‘남은 의혹과 과제’를 차분히 제시해 놓았다. 14일 14일 기획 ‘개조- 관피아 척결 1년의 현주소’는 여타 신문들이 그 날의 기억과 추모, 아픔을 보도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세월호와 관련한 외부칼럼 ‘김호기의 원근법- 세월호 참사 1년을 돌아보며’는 정치와 언론, 국민들이 성찰해야할 것을 제시한 품위 있는 칼럼이었다. "정치사회가 진영논리에 갇혀 있어 국민들 생각을 둘로 나눌 때 이 진영논리 밖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언론과 지식사회에 부여된 과제”라는 주장은 중도인 한국일보 뿐 아니라 보혁언론 모두의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관련보도 뿐 아니라 성완종 파일을 보도하는 자세도 그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중도 독자의 바람이 생겨났다. 취재경쟁에선 지더라도 진영논리에 갇힌 사고를 트이게 하고 보혁, 좌우, 진영 간 갈등을 해소해주는 언론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신민형 | 뉴스파인더 주필 · 매일종교신문 편집인 ·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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