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 기자]  11일 오후 10시 15분 방송된 KBS 2TV 탐사보도프로그램 ‘추적 60분’은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멈춰버린 1년’을 방송했다.

방송의 목적은 분명했다. 세월호에 갇혀 깊은 바다 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단원고 아이들과 일반인 실종자 9명의 가족들의 절절한 고통을 드러내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세월호 선체 인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실종자 가족의 절절한 아픔 다뤄 시청자 눈물샘 자극한 방송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새로운 삶을 꿈꾸며 세월호에 몸을 싣고 제주도로 이사하던 가족. 이 중 살아 돌아온 것은 여섯 살 난 아이뿐이다. 또 한 명의 실종자 단원고 학생 영인이는 예전부터 축구화를 사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고 한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는 그때 사주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뒤늦게 아들에게 축구화를 선물했다. 영인이 방에는 그전까지 한 번도 신어보지 못한 축구화가 놓여 있다.

다윤이의 어머니는 신경섬유종증을 앓지만 딸이 돌아올 때까지 수술도 받지 않고 사람들에게 딸의 존재를 알리기를 멈추지 못한다. 다윤이의 어머니가 “제발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절규하는 모습을 카메라는 담았다.

전교 1등을 다투는 성적에 엄마에겐 친구 같은 존재였던 딸이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않는 현실을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은화 엄마. 생존 학생으로부터 사고 당시 은화가 선미 다인실 복도에 서 있었다는 이야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딸이 그곳 객실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방송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방문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신을 붙잡고 흐느끼는 어머니를 도닥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도 담았다.

세월호 1주기를 기념하는 추적60분 해당 방송이 담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은 시청한 대부분의 국민이 가슴아파할 만큼 안타까운 사연들을 담았다.

▲ 11일 밤 10시 15분 방송된 KBS 추적60분 ‘세월호 실종자 가족…멈춰버린 1년’

결과적으로 세월호 추모행사 정치성·과격성 희석시키는 기괴한 역할 한 ‘추적60분’ 

하지만 KBS가 현 시점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국민 전체의 반성과 각성을 담기보다 정치적 구호로 전락한 세월호 프레임에 맞춘 듯한 모습은 이 방송의 의도마저 의심하게 할 수도 있다.

마침 이날 방송이 전파를 타기 전인 오후 전국에서는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추모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부산에서는 정치적 편향성이 짙은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가 세월호 인양 서명운동을 벌였고, 선암사 입구의 문화공간에서는 MBC 이상호 기자의 ‘다이빙벨’이 상영됐다.

강원 속초에서는 속초YMCA 주최로 청소년 150여명이 속초엑스포광장에 모여 세월호 추모 메시지 적기와 인간 리본 만들기, 거리 행진 중 4분16초 동안 가만히 있기 퍼포먼스 등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와 4·16가족협의회 등 2천여명이 모여 문화제를 열고 세월호 선체 인양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세월호를 인양하라’ ‘정부시행령 폐기하라’ 등의 구호가 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유가족들과 참가자들은 오후 7시부터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를 점거한 채 ‘진상규명 반대하는 박근혜 정부 물러가라’, ‘세월호를 인양하고 실종자를 가족품에’, ‘쓰레기 시행령 폐기하라’ 등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유가족 일부 인사를 포함해 20여명은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연행되는 등 세월호 1주기 추모제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전형적인 정치투쟁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에는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 시위, 제주 해군기지 등 주요 이슈 때마다 단골로 참여한 단체들이 대거 포함돼, 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대책위가 정치적 동맹 관계라도 맺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은 줄곧 제기돼 왔던 문제다.

KBS 추적60분 ‘세월호 실종자 가족…멈춰버린 1년’ 은 공교롭게도 이 같은 과격한 정치투쟁이 있은 날 밤에 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송됐다.

이날 집회는 박근혜 정부 퇴진 구호가 난무한 가운데 경찰의 캡사이신 최루가스마저 동원될 정도로 과격했다. 그러나 방송된 추적60분의 내용은 너무나 가슴 아픈 실종자 가족들의 사연만이 구구절절했다. 밤 10시 15분부터 시작된 추적60분의 애절한 방송은 결과적으로 이날 오후에 있었던 추모행사의 정치성과 과격성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한 셈이었다.

KBS의 대표적 탐사보도프로그램 추적60분의 ‘세월호 실종자 가족…멈춰버린 1년’ 방송 그 자체를 문제 삼기는 힘들다. 세월호 선체 인양의 국민 여론도 높은 상황에서 이를 강조하는 실종자 가족의 아픔을 다룬 그 자체도 딱히 비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 아쉬움은 남는다.

특히 KBS 추적60분 제작진이 세월호 참사 1주기 전체를 돌아보는 의미있는 방송보다 실종자 가족의 아픔에만 초점을 맞춰 선체 인양만 강조한 것이 그렇다. KBS 제작진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진영과 교감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편으론 정치적 오해를 사기 딱 좋은 내용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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