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주요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중도 보수·중도 진보 성향의 내용으로 채워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파격 연설이 여야 모두에게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법인세 정상화 ▲새누리당은 재벌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 ▲단기 경기 부양책 폐지 ▲창조경제는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 등을 주요 내용으로 ‘서민 편에 서는 새 보수’를 역설한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야당은 '명연설'이라며 환영했고 여당은 “당의 입장과는 괴리감이 있지만 신선하고 좋은 의견이 많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수 새 지평 선언’ 유승민 단독플레이 강조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9일 <與 때리고 野를 칭찬… 유승민式 '제3의 길'> 제하의 기사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의 ‘공약가계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유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당의 원내대표가 ‘세수 부족 등으로 더 이상 공약 가계부를 지킬 수 없다’고 자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선일보는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의 주된 기류는 ‘증세는 최후 수단’이고,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며 복지를 위한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말한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김무성 대표 간에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는 2011년 7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용감한 개혁’이란 이름으로 보수의 개혁을 주장했다. 당시 주장은 이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좌(左) 클릭'을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한 조선일보는 유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에 대해 “‘내년 총선 등에서 새누리당이 나아갈 제3의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교섭단체 대표’ 연설임에도 당의 전반적인 입장이 담겨있지 않고, 자신의 소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면서 “유 원내대표는 당 정책위, 원내부대표단과 한 번씩 회의만 갖고 연설문 초고 집필부터 2주간 혼자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당 전체 아닌 유 대표 개인의 소신이 크게 작용했던 점을 강조한 것이다.

동아일보 “‘보수의 새 지평 선언’ 유승민, 강한 포퓰리즘이란 의구심 든다” 

동아일보는 9일 <‘보수의 새 지평’ 선언한 유승민, 새 포퓰리즘은 안 된다> 제하의 사설을 통해 “유 원내대표가 포퓰리즘으로 달려간다는 의구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이 ‘중부담 중복지’인지, 이를 위해 증세를 할 수 있는 상황인지, 그 부담은 어떻게 나눠 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정치·사회적으로 논의가 분분할 수밖에 없다”면서 “근로자의 31%가 소득세 한 푼 내지 않는 마당에 대기업과 ‘가진 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면 된다는 식의 유 원내대표의 주장이 책임 있는 보수정당의 정책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장과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구조개혁이 기득권 세력의 반대와 관료사회의 무능 때문에 지연되고 있는데도 선거를 염두에 둔 유 원내대표가 포퓰리즘으로 달려간다는 의구심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반응부터 떨떠름하다”면서 “당정청 논의는커녕 당내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은 채 증세와 복지 확대를 논의하자며 여야 합의기구를 제안하는 식이어서는 어제 선언이 유승민만의 ‘단독 쿠데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유 원내대표의 말에서 진정성을 찾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그의 문제 제기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 내에서 먼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과 구조개혁의 방법론을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 국회에서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을 거쳐 합의 도출을 시도하고, 합의가 안 될 경우 각 당의 정책-노선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지적했다.

‘좌클릭’ 유승민 칭찬하고 한편으로 경계한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8일 <유승민, 보수판 ‘제3의 길’ 실험인가?> 제하의 기사를 통해 “‘꿈꾸는 보수’로의 첫걸음인가, 혼자만의 ‘백일몽’인가”라며 서두를 시작했다. 야당의 환영을 받은 유 원내대표에 대해 보수언론과 마찬가지로 ‘단독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경향신문은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기존 노선을 조목조목 ‘좌클릭’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꿈꾸는 ‘보수의 상’을 제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여권은 보수판 ‘제3의 길’로 접어들지, 또 한번의 ‘구호’만 남길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의 복지 정책과 경제 정책에 대해 “원내대표 당선 전부터 ‘민생정책은 왼쪽으로, 안보·국방은 오른쪽으로’를 표방해 왔다”고 밝힌 경향신문은 “이날 연설은 보수정당의 ‘새로운 변화’를 공식 화두로 제시한 의미가 있다”면서 “그의 ‘꿈’이 현실이 되려면 내부에서부터 ‘확장’을 꾀해야 한다. 여전히 당내 보수적 시각이 주를 이루는 만큼, 내부 공감대 형성이 ‘제3의 길’ 실현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야당에선 ‘명연설’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 원내대표의 ‘좌클릭’으로 복지 아젠다를 여당에 선점당한 지난 대선의 실패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면서 야당 일각의 분위기 변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더 강한 연설에 놀랐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정책 차별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야당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새정치연합 한 초선 의원의 말을 전한 경향신문은 “야권에선 ‘찬사를 보낸다. 드디어 보수가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다’(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호평과 함께 ‘말뿐이어서는 안될 것’(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이라는 경고음도 나왔다”며 유 원내대표가 선언한 ‘좌클릭’ 행보가 실제 정책행보로 이어져야 한다는 압박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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