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이 기자]  KBS가 2014년 연말정산과 관련하여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내보내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일 근로소득자 1,619만 명의 연말정산을 전수 분석한 자료를 발표한 가운데 그간 논란이 된 ‘13월의 세금폭탄’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자 많은 언론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것과 다른 보도행태인 것이다.

앞서 KBS는 2013년 세법개정에 따라 기존 소득공제 방식이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논란이 된 이른바 ‘13월의 세금폭탄’에 대한 각종 괴담 등 관련 리포트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 바 있다.

KBS는 7일 방송된 ‘뉴스9’ ‘연봉 5,500만 원 이하 205만 명 세금 늘어’ 제하의 리포트에서 “정부가 근로자 천6백만 명의 실제 세 부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분석해 결과를 내놨다”며 서두를 시작했다.

근로자 85%가 세부담 같거나 줄었는데, “세금내는 근로자만 놓고 보면”이라고 보도한 KBS 

연말정산 논란에 대해 “이번 연말정산 파동의 핵심 쟁점은 연봉 5천5백만 원 이하 근로자까지 세금 부담이 늘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한 해당 리포트는 “정부가 연말정산 자료를 분석해보니, 이 구간 근로자 1,361만 명의 세 부담은 평균 3만천 원씩 줄었다”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세법을 개정하면,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늘고 서민층의 부담은 늘지 않을 거라던 당초 예측이 맞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리포트는 “문제는 연봉 5천5백만 원 이하 근로자 중에도 2백만 명 이상은 세금이 평균 8만 원씩 늘었다는 것”이라며 “세금을 내는 근로자만 놓고 보면 4명 가운데 1명 꼴로 세금이 늘었으니, 정부의 약속과는 다르지 않느냐는 불만도 일리가 있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연봉 5,500만 원 이하 근로자 중 85%가 세 부담이 같거나 줄었고 나머지 15%는 세 부담이 평균 8만 원 증가했다”는 팩트에 기반 한 정확한 사실 대신 “세금을 내는 근로자만 놓고 보면”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부의 주장이 틀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관점을 동원한 셈이다.

실제 6.6명 중 1명꼴에 불과한 세 부담 증가자를 “4명에 1명 꼴”이라 지적한 KBS는 그래프까지 동원했다. 그래프는 세 부담 증가자가 15%가 아닌 24%로 표기됐다.

kbs 보도 캡처

그러면서 해당 리포트는 “세금이 늘어난 2백만 명을 따져보니, 공제 축소의 영향이 집중된 1인 가구와 다자녀 가구, 아기를 낳은 가구 연금저축 가입가구 등이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평균적인 세 부담만 따질 게 아니라, 납세자의 유형별로 세심하게 사전 설명을 했다면 혼란과 반발이 줄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어떻게든 작은 흠이라도 꼬투리 잡겠다는 식의 KBS보도, 전체 사실 보도한 MBC 

그러나 정부의 사전 설명이 부족했다는 해당 리포트의 지적도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연말정산을 담당한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19일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동일구간(총급여 5,500만 원 이하) 내에서 공제항목 또는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개별적인 편차는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저소득층 지원 확대, 근로장려세제, 자녀장려세제 확대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BS의 이 같은 보도는 언론이 부풀린 대로 대중에게 공포를 준 ‘세금폭탄론’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됐음에도 정부의 발표에 대해 굳이 작은 흠이라도 찾아보겠다는 식의 보도행태인 셈이다.

이에 반해 MBC는 같은 날 ‘뉴스데스크’ ‘말 많았던 연말정산…연봉 5500만 원 이하 “세금폭탄 없었다”’ ‘세 부담, 저소득층 줄고 고소득층 늘고…세금 1조1500억 ↑’ 제하의 리포트를 통해 “85%는 세금이 그대로이거나 감소했고 나머지 15%, 205만 명은 평균 8만 원 정도 세 부담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예상과 7일 발표된 실제 수치를 비교하며 “세금폭탄이라던 일부 시민단체의 예측과 달리 정부 추계가 대체로 맞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사안에 대해 KBS와 MBC의 보도가 이처럼 완전히 다른 행태를 보인 것이다.

MBC 보도 캡처

KBS보도의 문제는 보도본부 장악한 언론노조의 문제 

일부의 특수한 사례를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등 이 같은 ‘침소봉대’ 식의 보도는 결국 KBS 보도를 장악한 언론노조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일베 기자’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현재 KBS를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KBS본부노조(언론노조KBS본부)의 입김이 보도 전반에 걸쳐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현재 KBS는 KBS본부노조와 반대세력의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2010년 703명으로 시작한 KBS본부노조는 왕따, 협박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노조원 영입을 통해 현재 1500명가량의 조합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확보된 인원의 힘과 이들을 외부에서 도와주는 전국언론노조, 민언련 등 좌파시민단체를 포함한 야권 전체 지원 하에 그 영향력은 KBS 사장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면서 “이들에게는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흑백논리만 존재할 뿐, 어떤 문제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 중요하지 않다. 자신들의 진영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이기에 무조건 나쁘게 몰아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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