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연 기자] 종합편성채널 탄생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만담 수준의 시사프로그램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나 토론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을 지칭하던 본래의 '시사프로그램'의 위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정통 시사프로그램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왜곡과 시사프로그램 전체 하향평준화를 이끌고 있는 종편의 여러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감시 역할을 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주로 여러 명의 패널이 출연, 연예인 신변잡기나 자극적인 사건·사고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들 프로그램은 시사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연예가 중계’에 가까운 콘셉트로, 이를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과연 이게 시사프로그램인가?’라는 의문에 빠지게 만드는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종편사들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TV조선 프로그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중에서도 <돌아온 저격수다>와 <황금펀치>는 단연 압권.

▲ TV조선 저격수다 방송 화면 캡처

비판받는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 “연예인 프로그램이냐” 시청자 불만 폭주 

<돌아온 저격수다>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꼬집는 저격수'를 기획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치·경제·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보다는 각종 사건·사고와 연예인 신변잡기가 주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을 저격하겠다는 것인지 프로그램의 이름을 알쏭달쏭하게 만든다.

6일 방송된 <돌아온 저격수다>는 방송 시작부터 SBS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 뽀뽀미션 논란, JTBC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동성애 키스 논란, 가수 유희열 씨 콘서트 중 수위 높은 성적 발언 논란 등을 다루며 마치 TV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어 주요 주제로 나온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과 관련해서는 도봉산 컨테이너에서 발견된 군사기밀 등 방산비리 자체보다 성관계 동영상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해당 동영상이 과거 김학의 법무부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과 유사하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잠시 시사프로그램의 면모를 보이는 듯 했으나 이어지는 발언은 이와 거리가 먼 내용 일색이었다.

이들은 방산비리 문제에서 벗어나 뜬금없이 그룹 GOD 출신 가수 김태우 씨의 과거 소속사 분쟁 이야기와 배우 클라라씨 사건을 연관 지었다. 연예계 관련 ‘찌라시’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들로 점철된 방송 내용은 약 20여 분간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이규태 회장의 비밀 컨테이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방산비리관련 자료임이 분명함에도 그보다 성관계 동영상 자체와 이규태 회장이 운영하던 엔터테인먼트 사업 관련 내용만 부각시킨 이들은 약 10여 분 간 방산비리 관련 이야기를 진행한 후 또다시 김태우 씨와 클라라 씨의 신변잡기로 논점을 옮겼다. 해당 주제의 방송 시간 중 3/4을 이러한 내용들로 채웠다.

이전 회차 방송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예인 관련 소식이나 자극적인 사건사고를 다루지 않은 방송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던 것.

해당 방송의 시청소감 게시판은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네티즌들은 해당 방송에 대해 "연예가 중계로 돌아왔나" "연예인 얘기는 연예프로그램에서 다뤄주길" "저격수다 연예가 중계로 개편?"등 가십거리 방송으로 전락한 <돌아온 저격수다>를 시사프로에서 빼 달라는 요청 등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줄을 이었다.

<황금펀치> 역시 <돌아온 저격수다>와 비슷한 방송 행태를 보이고 있다.

6일 방송된 황금펀치 193회는 '얌전해진 모터쇼?' '독수리 아빠vs펭귄 아빠' '남북 저격수 대결'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송 시간 대부분을 시사프로그램이라고는 볼 수 없는 신변잡기로 일관했다. 그나마 시사프로그램다운 주제인 '문재인vs권노갑'에 대해서는 단 10분 정도만을 할애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황금펀치>의 프로그램 컨셉을 '시사코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부르고 있다. 기존 시사프로그램의 틀을 깨는 ‘수준 낮은 방송’이라는 다소 비하의 의미로 비꼰 것이다. 거의 매 회차 마다 연예인을 패널로 불러놓고 영양가 없는 노변정담을 이어가는 것도 이러한 비판에 한 몫 했다.

해당 방송의 시청소감 게시판 역시 비판 댓글 일색이다. 네티즌들은 “대한민국이 연예인만을 위한 나라입니까? 연예인 2세나 스타 근황에 대한 내용은 지겹습니다” “연예인들의 이야기는 연예프로에서 다루도록하고 여기서는 하지 맙시다. 완전 3류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느낌입니다”등 시사프로그램이라는 이름과는 전혀 다른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종편 시청률 지상주의 편성의 한계, 결국 자기 목 조르는 것” 

이와 관련해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종편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 오로지 '시청률을 위한' 편성 밖에 하지 못하는 종편의 한계”라며 “기존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주더라도 좀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본심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 매체 간 경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는 방송사의 한계에는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답을 경쟁력 있는 수준 높은 컨텐츠 개발이 아닌 자극적 소재에서만 얻어내려 하는 행태는 자기 목을 스스로 조르는 것”이라며 “이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방송사가 어떻게 좋은 방송사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돌아온 저격수다> <황금펀치> 외에도 수많은 '자칭' 시사프로그램들은 이 같은 시청자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이를 방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심의를 통해 방송프로그램의 품질을 유지해야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기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무를 방기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있는 종편 채널들은 공공재인 전파를 남용한 주범이자 공범”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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