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기자]  미디어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이라면 한국기자협회가 11일 부랴부랴 <언론사 사장에 외부 인사 속속 등장> 이란 기사를 내게 된 그 속내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의 코미디나 다름없는 YTN 사장 인사를 물타기 하려고 언론사 사장으로 외부인사가 오는 것쯤은 별것 아니라는 듯 여러 사례가 있다며 친절히 설명해주는, YTN 인사 비판론자들에 대한 반박, 해명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지적처럼 아무리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도 이번 YTN 사장처럼 “화공과 교수에 역사학 가르치게 하고 군대 경리병과 출신 장교에 특전사령관을 맞기는 꼴”과 같았던 황당한 경우는 일찍이 본적이 없다. 이런 기가 막힌 인사를 물타기 하려면 기자협회라고 별 수가 있었겠나. 평소 입만 열면 신념처럼 떠들어 대던 스스로의 주장, 논리이지만 안면을 싹 바꿀 도리밖에. YTN 노조를 돕고 해고자를 복직시키기기 위해서라면 박근혜 정부의 가소로운 낙하산 인사라도 조준희 사장 내정자를 나서서 안 거들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양심 있는 언론학자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국민들은 이번 YTN 사장 인사가 잘못됐다고 하나 같이 이야기 한다. 이런 인사를 할 때마다 해도 너무한다는 사람, 현 정권의 수준을 의심하는 사람, 좌파와 똑같이 냉소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아무리 보수우파라지만 말도 안 되는 인사에 박수만 치고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노조 입장에선 이보다 더할 나위 없이 잘된 인사는 또 없을 것이다. 평생 은행 일을 하며 살아온 조준희 내정자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언론분야에서 그는 백지상태나 다름없다. 방송사 생리나 보도 시스템이나 더더군다나 방송사 언론노조가 어떤 집단인지,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와 같은 고차원 방정식은 더더욱 모른다. 방송사 사장으로서 가져야할 지식과 노하우와 표현하기 힘든 각종 스킬들은 몇 년 시간을 보낸다고 배워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내정되자마자 오케스트라 지휘자 노릇하겠다고 하니 잘만 구슬리면 해직자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노조로선 이 얼마나 신이 나는 인물인가.

문화일보·서울신문의 경우와 YTN 인사 사례는 비교할 수 없는 다른 문제다 

미디어오늘이나 미디어스처럼 기자협회가 조준희 내정자를 위해 기꺼이 반박 기사를 내주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문화일보의 이병규 회장도 외부인 출신이고,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도 외부인 출신이니 조준희 전 행장이 YTN 사장이 되는 것쯤은 아무 문제가 아닌가? 정말 그런가? 문화일보 사주(社主)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현대그룹 출신의 인사가 외부인사인가? 정부의 지분이 60%가 넘는 서울신문 사장에 정치인이나 다름없는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관료 출신 사장이 온 것과 같은 사례인가? 기재부는 서울신문의 최대 주주 중 하나다. 사기업인 문화일보에 이 신문을 만든 재벌그룹의 인사가 온 것이나 정부신문이나 다름없는 서울신문에 관료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온 것과 YTN에 조준희 전 행장이 사장으로 온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기자협회가 뻔뻔하게 동일 사례로 든 두 곳은 외부인사가 사장으로 온 게 아니라 사실상 내부인사를 발탁한 경우다. 어느 날 날벼락처럼 전혀 무관한 엉뚱한 인물을 YTN에 낙하산으로 꽂아 넣은 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노조와 척을 졌느냐 아니냐로 정의를 떠드는 수준이 김영란법을 불렀다 

기자협회가 이렇게 궁색한 논리까지 끌어다 YTN 사장 낙하산 인사를 방어하는 이유는 이미 언급했든 우리 모두가 안다. 내부출신이건 외부출신이건 언론을 알건 모르건 노조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줄 수 있는 인사만을 원하고 그들은 그걸 ‘정의’와 ‘공정’이란 이름으로 포장한다는 사실을 안다. MBC에 입사해 MBC에서 잔뼈가 굵은 MBC 사장을 정권의 낙하산으로 두들겨 패 내쫒고 KBS 출신 사장을 보도 개입 누명을 뒤집어 씌워 퇴출시키며, 연합뉴스에 입사해 연합뉴스와 함께 늙어온 사장 내정자를 불공정 보도 인사니 편파 인사니 하면서 내정되기 전부터 줄기차게 공격하는 이유도 안다. 반면 YTN 낙하산 사장 내정자를 기자협회와 언론노조가 스스로 얼굴에 똥칠을 해가며 보호하는 이유도 안다. 노조와 척을 졌느냐 아니냐에 따라 한솥밥 먹던 자기네 식구도 한 순간에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되고, 뚱딴지같은 낙하산 인사도 ‘외부출신’ 인사로 그럴듯하게 포장되는 이유를 안다.

국회가 김영란법에 민간언론사를 집어넣는 황당한 짓을 벌여도 ‘기레기들에 대한 당연한 귀결’로 여기는 싸늘한 민심엔 기자협회나 언론노조의 이런 지독한 노조이기주의와 편향성도 역할을 했다. 겉으로는 정의와 공정과 평화와 온갖 근사한 명분들을 독점하면서 안으로는 노조이기주의와 조직 논리에 절어 정치권력과 결탁할 수도 있고 논리고 양심이고 뭐든 다 내다 버릴 수도 있는 언론의 진짜 민낯 때문이다. 그래도 최소한 일관성은 보여야 한다. 되지도 않은 엉터리 기사로 YTN 낙하산 인사를 정당화하려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 기자협회는 물론 언론노조는 지금 계산기를 두들길 게 아니라 언론을 똥으로 여기는 이 정부의 말도 안 되는 인사를 비판해야 한다. 최소한 언론의 비판을 두려워한다거나 존중하는 태도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이 정부의 막가는 태도를 비판해야 한다. YTN은 어쩌다보니 구멍 난 인사 한자리 메워주고 마는 곳이 아니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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