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 기자]  KBS 이사를 지낸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을 YTN 사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전문성을 벗어난 낙하산 YTN 사장 인사에 유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10일 인터넷 매체 ‘미디어펜’에 기고한 칼럼에서 황근 교수는 언론 문외한인 조준희 전 행장을 YTN 사장으로 낙점한 인사에 대해 “화공과 교수에게 역사학을 가르치게 하는 꼴이고, 군대로 따지면 경리병과 출신 장교에게 특전사령관을 맞기는 것과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황 교수는 먼저 “지난 주말 방송사에 근무하시는 몇 분과 어울렸다.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던 중에 한 참석자가 ‘저희 같은 PD들도 이제 앞으로 은행이나 금융권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하는 것”이라며 “무슨 소린가 잠시 생각해 보니, 최근 있었던 YTN 신임사장이 평생을 금융계에서 근무하다 온 것을 두고 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황 교수는 “1998년 이후 몇 번의 여·야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한국사회는 정치적 배려차원에서 이루어진 ‘낙하산 인사’로 몸살을 앓아왔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차기 대권을 노리는 유력 대권후보자 주위에는 적지 않은 전·현직 언론인들이 모여들었고, 또 대선캠프에는 많은 언론인들이 ‘언론특보’니 하는 직함을 받아들고 활동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때문에 새 정부가 집권한 직후에는 수많은 언론계 출신 인사들이 각종 언론기관 혹은 유관단체들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른바 ‘낙하산 논란’을 일으켜왔다.”며 “물론 아무리 유능하다 하더라도 정치가 모든 사회분야를 모두 집어삼키고 있는 블랙홀 같은 한국사회에서 ‘정치적 줄’을 대지 않고 절대 발탁될 수 없다는 변명이 분명 일리가 있다. 또 설사 정치적 줄을 타고 발탁되었다 하더라도 이들이 언론이나 유관 분야에 오래 근무했던 분들이라는 점에서 면피를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처럼 ‘낙하산 인사’를 아주 관대하게 보더라도, 이번 YTN 사장 인사는 파격을 넘어 파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화공과 교수에 역사학 가르치게 하고 군대 경리병과 출신 장교에 특전사령관을 맞기는 꼴”

황 교수는 “마치 대학으로 따지면, 화공과 교수에게 역사학을 가르치게 하는 꼴이고, 군대로 따지면 경리병과 출신 장교에게 특전사령관을 맞기는 것과 같다. 물론 전공이 다르고 병과가 틀리다고 해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번 YTN사장 인사를 문제 삼는 이유는 방송사 CEO는 방송인들만 해야 한다는 순혈주의나 파벌의식 때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 언론 특히 국가를 비롯한 공적 영역이 소유 또는 경영하고 있는 언론사들의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계속해서 글을 통해 조준희 전 행장을 YTN 사장으로 선출한 것이 왜 잘못된 인사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들을 지적해 나갔다.

황 교수는 “무엇보다 많은 공적 성격의 언론사들은 몇차례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내부적 정치 갈등구도가 구조화되어 버렸다. 때문에 정권교체기 때마다 새 경영진과 구성원들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작년에 있었던 ‘문창극 총리후보 보도’나 최근에 방송된 ‘뿌리 깊은 미래’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대표적 사례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또 노조를 중심으로 한 구성원들의 조직이기주의도 개혁되어야 할 문제”라며 “물론 이 두 요인은 상호 복합되어 좀처럼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되어버렸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이런 갈등구조 아래 공적 언론사들의 CEO로 취임한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개혁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결국은 구성원들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언론사라는 독립성이 강조되는 조직·규범적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그런 폐해는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언론사의 속성과 구성원들을 몰랐던 방송사 사장들이 취임해 결국 노조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이른바 ‘야합’을 함으로써 언론사의 편파보도나 노조 이기주의가 더욱 극심해진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황 교수는 이어 “물론 이번처럼 언론과 전혀 무관한 인사가 도리어 특정 연고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 더 잘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오랫동안 구조화된 내부 병폐들은 아무리 유능하다 하더라도 외부인사가 단기간에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YTN 사장에 은행장 낙하산 임명’이 박근혜 정부 언론 인식이라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

계속해서 그는 이번 YTN 사장 인사와 같은 비상식적인 인사가 이루어진 데 대해 “그러면 이런 파격을 넘어선 파행적 인사는 왜 나온 것일까?”라며 “추론컨대, 언론영역에 활동해온 인사들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 아니면 언론 영역 자체의 고유성이나 전문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언론불신 인식에서 나온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인식에서 나왔든 언론과 언론인들이 반성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전직 은행장이 방송사 사장이 되는 상식을 뛰어넘는 파행적 인사가 이루어진 이유는 현 정부가 언론계 인사들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언론 영역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황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이든 언론 자체든 현 정부가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런 것이라면 이건 정말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요즘 들어 조금 퇴색되었다고 하지만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고 한다. 그것은 정치권과 정치인들이 언론의 전문성도 전문성이지만 언론 영역의 독자성을 인정해주는 ‘대자적 존재’로 보라는 뜻일 것”이라며 “어쩌면 이번 인사는 언론은 ‘권력의 도구’로 보고 싶은 우리 정치권의 속내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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