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새누리당이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구체적인 복지재원 마련 방안도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 경제활성화와 같은 불확실하고 막연한 방법론에 기대 복지를 확대하더니 정권이 출범한지 절반도 안 돼 한계에 이르고 말았다. 여당 내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놓고 찬반 논쟁이 일자 일부는 당이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양이지만 반대로 보면 포퓰리즘에 찌든 새누리당의 현실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중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건 언론에 대해 아무 개념이 없는 새누리당의 암담한 현실이다. 최근 총리후보자가 기자들을 모아 놓고 매우 어리석고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무개념한 여당 전체 분위기의 한 단면이 반영된 것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기자들이 날카로운 이를 감춘 것도 모르고 함부로 말을 내뱉다니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녹취록이 야당에 흘러간 걸 탓하는 여당을 보기 민망할 정도다.

언론·방송 현실에 무지한 새누리당의 어처구니없는 공약 

새누리당이 언론과 방송에 아무 개념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건 이 사건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한겨레신문이 최근 기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손 놓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비판한 일이 있다. 그 근거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공약집을 들었다. 필자는 그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약집에 실린 방송통신 정책에 야당과 언론노조가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내용이 버젓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 정책-새누리의 진단 : 방송은 공공성을 지닌 미디어이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로 독립성, 중립성 침해 논란 발생-새누리의 약속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새누리의 실천 : 방송법 등 개정” 공영방송 지배구조 때문에 방송 중립성이 침해받고 있으니 고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언론노조가 때마다 “약속을 지키라”고 외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 대선 공약집에 어처구니없는 이런 문구들을 집어넣은 이는 도대체 누구인가.

▲ 새누리당 방송통신 정책 공약

물론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로 인해 방송 독립성과 중립성 논란이 그치질 않는다는 사실은 맞다. 그리고 일부 그런 측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여당 다수 야당 소수라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마치 김·노 정권에선 대단히 공정했던 방송사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들어와 독립성과 중립성이 망가졌다고 주장하는 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영방송이 여야 정치권의 입김을 떠나 중립성과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 진심이라면 공영방송 지배구조 뿐 아니라 방송사를 지배하는 또 다른 한 축인 노조의 편향성을 시정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장치까지 마련돼야 한다. 그런데도 노조의 편향성엔 눈을 감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만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구장창 떠드는 건 공영방송사를 언론노조와 야당에 넘겨주어야 한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집에 그런 내용을 집어넣었던 것이다.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언론노조를 일방 편든 방통위의 MBC 권고사항 

이렇게 표만 쫓다가 어이없는 약속까지 무책임하게 내뱉었던 새누리당이 언론과 방송 현실에 무관심하고 무지한 상태라는 증거는 또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작년 MBC에 내렸다는 재허가 권고사항 얘기다. 방통위 야당 추천 고삼석 상임위원이 밝힌 내용이라는 ‘PD저널’ 기사가 사실이라면 방통위 역시 방송사 문제와 현실을 아무것도 모르는 또 하나의 무개념 집단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방통위는 2013년 12월 9일 MBC에 방송 사업 재허가를 결정하며 “2012년 파업에 따른 조직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MBC가 조직개편을 하고 이 과정에서 ‘PD수첩’ 주역 등이 소외되자 MBC언론노조를 비롯해 야당과 좌파단체들이 반발했다. 그러자 방통위는 재허가 권고사항 이행 점검에 나섰고, 그 결과 2014년 12월 31일 △MBC의 성과중심 조직개편은 노사갈등을 발생시킬 소지가 있고 △직무와 무관한 전보 조치와 교육발령 등은 조직 문화뿐 아니라 방송제작 차질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현재의) 노사 협의로는 (노사)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엔 미흡하다 등의 판단을 방통위에서 내렸다고 한다.

“MBC의 권고사항 이행조치가 미흡한 만큼 우리(방통위)의 권고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는 게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의 주장이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MBC에 내린 권고사항은 방통위 전체 의견으로 봐야 맞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방통위가 도대체 MBC 내부 문제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방통위 권고사항이 순전히 MBC언론노조 측 입장 위주의 내용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성과중심 조직개편이 노사갈등 발생시킬 소지가 있다고 주의를 준 것이나 현재 노사 협의가 노사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엔 미흡하다는 방통위 권고사항은 노조를 편드는 아주 황당한 주장이다. 조직안정화가 깨지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노조의 책임은 전혀 거론하지 않고 몽땅 MBC 사측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방통위의 이런 시각에 여당 측 위원들도 정말로 동의했는지 믿기 어렵지만 PD저널 기사와 고삼석 상임위원의 발언만 보면 믿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니 정부와 여당이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 언론노조 정체와 본질 문제 모르면 자멸할 수도 

공영방송사 언론노조 소속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어난 총리후보자의 발언 실수나 대선 공약집에 실린 황당한 방송정책 공약으로 공세나 당하는 새누리당의 한심한 모습은 모두 언론과 방송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서 나온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통위가 MBC에 내린 일방적인 권고사항도 그렇다. 표만 된다면 그 공약이나 정책이 낳을 파장과 후유증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 여론 흐름만 따라가는 천박한 습성,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소위 진보의 주장이 맞는 것인 줄 알고 따르는 개념없는 오렌지 행태가 낳은 현상이자 결과이다. 본인에 대한 비판 기사 막는 일에만 혈안일 뿐 방송과 언론 현실은 나몰라라 무관심한 태도, 언론노조와 방송사 양측 사이에서 자기 체면이나 차리며 양비론, 양시론이나 펴는 비겁하고 나약한 인간들만 쏙쏙 뽑아 중요한 자리에 내다꽂는 새누리당의 습관적 행태가 낳은 결과이다. 방통위나 공영방송 이사회와 같은 중요한 자리에 애국심이나 문제점을 파악하는 전문성보다 한 자리를 노리는 인물들로만 앉힌 거듭된 오판의 산물이다. 단언컨대, 새누리당은 당 차원에서 방송사 언론노조 문제의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자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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