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오는 3월이면 YTN 배석규 사장의 임기가 끝난다. 2009년 구본홍 사장이 노조와의 싸움에서 패퇴하고 중도 사퇴하면서 대표이사에 선임된 배 사장은 2012년 한차례 연임 후 총 5년 반 정도의 임기 동안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임기를 마치게 된다. 배 사장의 거취는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YTN 주주들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분명한 건 배 사장이 임기동안 전임 사장처럼 무기력하게 노조에 끌려 다니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임 구본홍 사장이 사퇴하기 몇 달 전인 2009년 6월 중순 YTN 노사가 체결한 ‘공정방송을 위한 YTN 노사협약’은 지금 돌이켜봐도 가관 중 가관으로, 배 사장이 상대적으로 전임보다 얼마나 뚝심이 있는 인물인지를 보여준다. 당시 공정방송 협약 내용은 한국기자협회의 기사에도 잘 나와 있는데, 한마디로 평가해 노조는 경영진의 상왕이고 경영진은 노조의 호구 수준이었다.

YTN 노조 호구 증명서에 사인했던 구본홍 사장의 치명적 실수 

지금은 그 노사 협약이 파기된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만일 그 협약대로 YTN이 굴러갔다면 멀쩡한 국무총리 후보자를 친일파 매국노로 둔갑시켰던 KBS 보도쯤은 우스운 각종 왜곡보도가 판을 쳤을지도 모른다. 당시 노사가 합의했던 공정방송 협약 내용을 보자. △사장의 공정보도 준수·공표 의무 △정례회의 2회·임시회의 3회 미개최시 보도국장 신임투표 △공방위의 해당자 징계·보직 박탈 결정시 사장의 ‘존중 의무’ 등 제재안 포함. ‘어떠한 간섭이나 압력을 배제한다’는 명목으로 사장 포함 경영진을 공방위 심의대상에 집어넣고 사장과 보도국장에게 공정보도 준수, 공표 의무 등을 적시해 놓아 노조가 보도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측이 협약에 규정한대로 정례회의, 임시회의를 개최하지 않을 경우 보도국장 신임투표를 하고 사장은 그 결과를 수용해야만 한다. 노조가 보도국장을 입맛대로 갈아치울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 협약에는 협약을 어겼다는 이유로 노조가 특정 인물에 징계나 보직박탈·변경을 요구할 경우 인사위와 사장은 그대로 따라야 하도록 만들어 놨다.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고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경영진이나 보도국 임원들을 역시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노조 측 공정방송추진위 간사를 편집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YTN 노조와 언론노조 측은 이 결과를 두고 “진일보한 협약”이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필자는 도대체 구본홍 사장은 어떤 정신머리로 이런 노사 협약에 합의해줬는지 알 길이 없지만 온전한 정신상태라면 도저히 사인할 수 없는 그야말로 YTN을 노조가 지배하도록 허락한 항복 문서나 다름이 없다. 구 사장은 이런 미친 협약서를 작성한 뒤 몇 개월 후에 사퇴했고, 구 사장 뒤를 이은 배 사장은 이 협약을 전면 폐기했다. 솔직한 말로 구 사장 체제로 계속이어졌다면 YTN에서 어떤 황당한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MBC언론노조 이상 가는 YTN노조, 차기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 

유난스러운 MBC언론노조에 가려져 있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강성 중 강성 YTN 노조의 정치투쟁은 MBC언론노조 못지않다. 낙하산 사장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2008년부터 시작된 노조 집행부의 싸움은 7년째 이어지고 있고, 출근을 막고 사장실을 점거하고 생방송에 난입해 손팻말을 들고 기습시위를 해대는 조직이다. 시청자에 자기들 주장을 알리겠다는 이유로 아나운서 앵커 기자들이 검은 리본, 검은 옷을 입고 방송을 하는 집단이다. 국상도 아니고 자기들 파업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해 방송을 그런 식으로 사유화하고도 도대체 뭐가 부끄러운지도 모르는 그런 무리들이다. 대체 무슨 이유로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놀라고 그런 불쾌한 장면을 봐야하나. 해고 판결을 받자 대법원을 향해 당당히 “X까”를 외치는 전 노조 간부를 보면 YTN 노조 집행부에 어떤 전통이 흐르고 있는지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음 달에 있을 사장 선임은 노조의 이런 구습, 악습에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구본홍 전 사장과 같이 특보출신이라는 약점이 잡혀 노조에 일방적으로 당하고 끌려 다니는 나약한 인물이어선 안 된다. 대신 오랜 시간에도 광폭한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았던 배석규 사장이나 김백 상무, 류희림 YTN플러스 대표이사와 같이 노조를 잘 아는 뚝심 있는 인물이 YTN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매체 환경 변화 속에서 역할이 좁아지는 YTN의 위기를 잘 해쳐나갈 수 있는 방향설정의 능력과 함께 목표의식이 분명한 인물이어야 한다. 특히 언론노조로부터 ‘YTN 5적’이라는 모멸적인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노조의 공정보도 주장이 왜 허구인지 위선과 모순을 잘 알고 지적했던 김백 상무와 류희림 사장과 같은 인물들은 YTN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임에 틀림없다. 내달 개최될 YTN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어떤 리더십이 YTN에 필요한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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