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올해 방송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들을 앞두고 있다. 공영방송사 사장과 이사회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돼 새 인물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8월에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9월에는 KBS와 EBS 이사회 이사진이 바뀐다. 11월엔 KBS, EBS 사장 임기가 끝나 새롭게 선임에 들어간다. 보도전문채널 YTN은 두 달 뒤인 3월에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이렇게 올해 교체될 방송사 이사회와 그들이 추천할 신임 사장들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방송을 지휘하게 된다. 과거 노무현 탄핵방송이나 광우병 보도에서 보듯 극도의 편향된 방송이 어떤 짓을 저지르고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종편이 활개를 치는 현재에도 여전히 지상파 공영방송사의 구조와 인사 문제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만 할 사안이다.

필자는 그 중 8월로 예정된 방문진 이사진 교체에 특히 주목한다. 현재 MBC에 불만이 높은 야당 측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성 인물로 채워 넣을 게 뻔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과연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MBC를 제대로 관리, 감독할 인물들을 추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는 얘기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권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알음알음 자리를 채워 넣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많고 많은 사람 중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의 절친한 친구를 추천 인사랍시고 이사진에 넣고, 아름다운 가게 이사장 출신을 이사진에 꽂아 넣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 때 MBC 부사장을 했던 이도 있다. 이들은 MBC 전임 사장 해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들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정권과 MBC 경영진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출세에 대한 욕망이나 기회주의 성향은 강한지 몰라도 공적 의식은 부족한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인사 실패 김문환 이사장의 꼴불견 행태

특히 김문환 이사장과 같은 사람은 자기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국회 방문진 업무보고와 같은 자리에서 MBC의 문제를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패션에 대해 과잉 보도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고작 “박근혜 대통령 패션 보도는 더 강조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하는 수준이다. 임명 배경에 친박 인사들과의 인연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본인 처지를 안다면, 아니 방문진 이사장이 그저 자신을 빛낼 장식용 자리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MBC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김문환 이사장은 야당 의원들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과 뻔히 예상되는 질문에도 답변 한 번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제와 같은 행사는 꼬박꼬박 참석하고 해외 출장은 뻔질나게 다닌다. 해외 출장에서 뭘 배우고 온다는 건가.

이명박 정권이 인사한 전임 이사장이 논문표절로 물러나고 박근혜 정부가 인사한 김문환 이사장의 이런 한심한 행태를 보니 앞날이 더 걱정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김문환 이사장 역시 논문표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디어워치연구진실성센터가 김 이사장 서울대 법학 박사 학위 논문과, 국민대학교 법학논총에 게재된 논문의 표절을 적발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이런 ‘건수’가 생겼을 때 평소 같았으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방문진 이사장을 공격했을 좌파매체들도 조용했다. 어처구니없지만 여권이 다수인 방문진은 2014년 진흥사업 관련 광고를 메이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미디어스, PD저널, 기자협회보 등에게만 줬다. MBC와 여권에 공격적인 이들 매체들이 김문환 이사장에게만 유독 조용한 호의를 베푼 데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 있는 게 아닌지 필자 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 황당한 건 “나를 공격한 매체에는 광고를 줄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의 자질이나 공적 인식이 어느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날이 걱정되는 박근혜 정권

미디어스와 PD저널, 기자협회보 등이 방문진 광고를 받았다면 폴리뷰와 뉴스파인더, 미디어워치 등의 우파매체들도 당연히 받았어야 했다. 비단 김문환 이사장 뿐 아니라 방문진의 여권 이사들에게도 그런 인식은 없다. 그런 인식이 있었다면 김 이사장을 핑계로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야당과 언론노조, 민언련, 언노련 등이 서로 밀고 끌어주고 하는 동지의식으로 똘똘 뭉쳐 싸우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부분이다. 너무나 잘난 방문진 여권 인사들이 동지 의식이 없는데 굳이 보수우파 매체들이 동지 의식을 찾을 이유는 없다. 그들 문제는 그들이 알아서 해가면 될 뿐이다. 다만 2015년 중요한 이슈들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정권에 아부 잘하는 재주 외에 자리를 장식이나 출세의 도구쯤으로 여기는 무개념한 인사들로 공영방송사 경영진과 이사진들로 채운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정권이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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