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국회의원 떨어져본 경험이 있는 게 다행이다. 떨어져본 경험이 있어야 얼마나 민심이 무섭고 총선에 얼마나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지 고려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가 너무 무풍지대였는데 그래서 약간은 피상적이고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을까” 이건 새누리당 원내대표 후보 이주영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홍문종 의원이 유승민 후보를 두고 한 얘기다. 에둘렀지만 텃밭에서 손쉽게 당선된 유 의원이 선거에 대해 알면 얼마나 잘 알겠느냐는 뜻이다. 수도권 홍 의원 입장에서 보면 유 의원이 편한 길을 걸어온 듯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친박 실세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 홍 의원이 할 말은 아니다. 선거의 여왕 소리 듣던 박근혜 대통령도 텃밭에서 치른 선거 경험을 발판으로 대통령까지 됐다.

홍문종 의원의 ‘대구 무풍지대’ 발언을 지적하는 이유는 홍 의원이야말로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떨어져봐서 아는데 민심이 무섭다”는 사람이 아직도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떠들고 있다. 담배 값 인상이나 ‘세금폭탄’을 안긴 연말정산과 같은 것도 국민 80%는 증세로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국민들이 증세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마당에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떠드는 일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세율 인상이나 세목을 신설한 게 아니니 증세가 아니다? 세율이 인상됐든 아니든 세목이 늘어났든 아니든 국민 입장에서 돈이 더 나가는 건 어차피 똑같다. 꼼수증세를 해놓고도 증세가 아니라는 정부의 이런 말장난이 국민 분노를 더 부추기는 것이다. 홍 의원이 진심으로 민심이 무섭게 느껴졌다면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지키겠다고 국민을 기만할 게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에 이런 민심을 전하고 바로 잡아야 맞다.

친박 간판 외엔 콘텐츠 없는 홍문종 의원의 안일한 현실인식 

이주영 원내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홍 의원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청와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고 당도 지지율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이주영 후보가 말씀하신대로 옳은 소리, 되는 소리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정치적 판단에 의해, 국민의 일시적인 여론 얻기 위한 말이나 행보보다는 당내 화합 통해 당과 정부가 같이 어려움 헤쳐 나가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당과 정부, 국민 모두에게 좋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떨어져도 일시적인 여론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금 추락한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정권 처음부터 인사실패를 거듭하고 당을 대통령 공약 실현을 위한 부속기관쯤으로 여기던 인식이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근본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위기는 얼마든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증세없는 복지’ 헛소리를 하면서 ‘옳은 소리, 되는 소리’를 하겠다는 홍 의원 말은 더더욱 믿기 어렵다.

유승민 후보에게 ‘대구 무풍지대’ 운운하는 홍문종 의원이야말로 친박 실세 완장 하나 믿고 민심 무서운 줄 모르는 정치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의 정치 이력을 보면 친박 간판 외엔 별다른 콘텐츠를 발견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아버지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되고, 첫 출마 땐 금품을 살포하다 의원직 박탈 직전까지 간 일도 있었다. 17대 총선 앞두고는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기도 했고, 2006년엔 당이 골프자제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수해골프를 쳤다가 국민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사면복권 받아 2012년 19대 총선 앞두고 복당해 공천 받아 당선됐고, 친박 실세로 현재까지 오고 있다. 국회의원에서 떨어져본 것 외에 정책통, 경제통으로 통하는 유 의원에게 민심을 모른다고 가르칠만한 이력은 보이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국회의원에서 떨어져 보고도 홍 의원은 지금 민심이 원하고 가리키는 걸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모른 척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과의 괴리 좁힐 콘텐츠로 위기를 돌파해야 할 차기 원내대표단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는 누가 뭐래도 민심을 읽고 당과 정부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 대통령에게 쓴 소리도 못하고 된 소리는 더더욱 못하는 이들이 원내대표단을 이끌 때 가장 고통스럽고 피해받는 존재는 국민이다. 당이 앞장서서 잘못 가는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들로,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야 한다. 홍 의원 주장처럼 당만 잘 돼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국민에게 잠깐 동안이라도 박수를 받자는 게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당도 살고 대통령과 청와대의 부담을 줄여주는 길이자,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모두 혁신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할 시기다. 대통령의 추락한 지지율은 그 필요성을 증명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다.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단은 지금 이대로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당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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