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를 뽑는 대회가 한창이지만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더 눈길이 가게 되는 건 그나마 여기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높은 첨탑 안 딴 세상에 사는 청와대에 울화가 치밀어 바라본 야당이란 곳이 케케묵은 구태의 향연을 잔치랍시고 벌이는 꼴을 보고 있자니 기도 안차는 국민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40%대가 깨지고 30%까지 가더니 그나마 이것마저 깨진 29.7%를 자랑하는 대통령의 대단한 ‘소통 능력’에 두 손 두 발 든 이들은 야당의 그야말로 ‘도찐개찐’ 모습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자기네끼리 열심히 패권 다툼하는 야당은 그렇다 치고 여당은 또 어떤가. 대표는 있되 리더십은 자취를 감춘 실종 상태로 국민은 이 혼란에도 여당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 추락에 김무성 대표의 책임이 아주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 “그렇게 해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로 선출되고 나서 그가 한 말은 이거였다. “국민의 쓴소리를 들어 정부에 가감 없이 전달함으로써 정부와 국민 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던 말도 오래된 것 같지만 불과 보름 전의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고 했는데 대통령 지지율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고 정부와 국민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더니 연말정산 파동으로 허언임이 드러났다. 따지고 보면 김 대표가 거의 유일하게 존재감을 드러냈을 때는 수첩파동 때였던 것 같다. 청와대에 제대로 된 쓴 소리가 필요할 땐 변죽만 울리고 그렇다고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닌 이 어정쩡함. 이럴 거면 굳이 김 대표가 아니었어도 됐다. 차라리 서청원 대표였다면 당청 소통이라도 됐겠지 싶을 정도다.

가장 어려운 시기 무거운 책임 맡은 원내대표단의 적임자는 누군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장관, 수석들과 티타임을 갖는 모습, 극장 나들이 한 번 보여주는 것으로 소통의 책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여기는 듯한 대통령과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지 못하는 흐릿한 대표가 이끄는 정부여당의 막중한 역할과 책임이 바로 원내대표단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막강한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국민이 바라는 요점은 못 찾고 헤매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새누리당 차기 원내 대표는 차기 총선을 이끌어야하는 막중한 책임까지 지고 있다. 답답한 청와대, 그 못지않게 답답한 야당과 어떻게든 소통하면서 국민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이끌어서 지지를 다시 얻어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아야 한다. “쓴 소리보다 옳은 소리를 하겠다”는 이주영 의원과 ‘당 중심’을 외치고 나온 유승민 의원 모두 일단 그런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두 사람 중 어떤 이가 선택될지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 하의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이 반드시 지녀야할 필수 덕목은 소통이 어려운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혹은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갖춰야 한다. 연말정산 파동에서 보듯 정부의 덜 익은 정책에 대해서는 브레이크를 걸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계파 간 이해가 충돌할 때 완충지대나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의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와대의 지시나 떠받드는 하수인 역할에 머문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도록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 미래비전이 있어야 한다. 현 정부 하에 새누리당은 당 대표도 원내대표단도 지금껏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에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두 의원의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 인물에 대해선 별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 특히 청와대와 대통령 싸고돌기 바빴던 친박 인사가 이 시기에 당에 어떤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친박 원내대표단 한계 넘어 조해진 의원처럼 비전 있는 인물로 구성돼야 

새누리당은 그동안 원내수석부대표 자리를 윤상현, 김재원 등 친박 핵심들이 맡아왔다. 원내대표에 유승민, 이주영 두 친박 인사 중 누가 되더라도 원내수석 자리를 친박 인사가 다시 맡거나 이도저도 아닌 자기 색깔 없는 인물이 맡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온갖 종류의 친박 타령에 시간을 보내다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 있다. 이젠 마치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김기춘 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란 늪에서 허우적대는 청와대의 고집을 견제하면서도 당청, 여야와 친박 비박 간 무리 없이 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의 혁신에 앞장서는 합리적 보수 인사로, 오래되고 구태한 당의 이미지를 깨는데 앞장서 왔던 인재가 필요하다. 하마평에 오르는 조해진 의원이나 김세연 의원 등은 그런 역할을 잘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조 의원은 친이계, 비박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계파를 넘어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야당 의원들이 칭찬하는 보기 드문 인물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 통틀어 두루두루 인정받고 원만한 타협을 할 줄 아는 재능은 지금 이 분열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방위 간사로서 언론에 해박한 면은 지금 새누리당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인재를 멀리에서 찾을 게 아니라 가까이서 찾을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꼬꾸라진 현실을 냉정히 판단해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단은 이후 미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강하고도 부드러운 리더십 있는 인물들로 구성돼야만 한다. 그것이 많은 국민이 여당 원내대표 경선에 바라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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