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광주를 잇는 호남고속철도가 오는 3월 개통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의 오가는 시간은 2시간 39분인데 비해,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이동 시간이 1시간 33분으로 단축된다. 소요 시간이 종전보다 1시간 6분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교통수단 이용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속버스와 항공업계가 비상이다. 호남고속철도 개통 시, 서울~광주 구간 고속버스에서 고속철도로의 전환율은 37.6%로 나타났다. 이에 고속버스 업계는 침대버스 도입 등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글로벌 시장 개척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항공업계의 경우 김포와 광주를 오가는 항공 수요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항공 여객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53.5% 가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호남고속철도 오는 3월 개통 예정, 경제적 효과 기대돼

확실한 건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해 여러모로 경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속 400km 운행을 실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철도기술의 수출까지 내다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최근 코레일은 호남고속철도의 운행편 중 일부가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운영 계획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호남고속철도의 하루 운행 편수를 기존 62회에서 82회로 늘리는 대신, 이 중 약 22%인 18회는 서대전역을 경유케 하겠다고 한다.

이럴 경우 호남고속철도 구간에 일반 선로인 '서대전~계룡' 구간이 추가돼 서울 용산에서 광주까지 운행시간이 1시간 33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늘어나 기존 계획보다 45분이나 더 소요되기 때문에 ‘저속철’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유 계획을 철회하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대표적인 이유다.

서대전역 경유, 수요냐 시간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지만 호남선 이용객의 3할 이상이 서대전역을 이용하는 상황이고 오히려 다양한 노선을 통해 시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대전역을 경유하자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그리고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으면 인근 상권이 공동화 현상으로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호남고속철도의 서대전역 경유 논쟁은 한마디로 ‘수요냐 시간이냐’로 압축된다.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기존 계획안보다 더 많은 니즈를 충족시키겠지만, 그만큼 소요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지역 이기주의 차원에서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은 득표 욕심에 과할 정도로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중이다. 정치인들은 지역 이기주의의 유혹에 빠진다면 실리를 얻긴 커녕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 정당에 대한 지지도만 떨어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특정 지역별로 편을 나눠 서로의 이해관계만 갖고 목소리를 낸다면 단순히 소모전으로 전개되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상처만 남을 것이 자명하다.

지역 이기주의 극복하고 합리적인 방안 마련할 필요 있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에 얽혀 5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동남권 신공항이 지금은 어느 정도 진척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월 19일, 해당 광역시 및 도의 단체장들이 모여 1시간 넘게 논의한 끝에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동남권 신공항의 전반적인 결정 사항을 정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지역 간 논의를 넘어 정부에 결정을 일임하겠다는 뜻이다. 무조건 정답이라곤 할 수 없지만 정부가 관련 전문기관에 문의해서 신중히 결정하도록 한다고 하니 참고할만한 사례임엔 틀림없다.

호남고속철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상생 발전의 길도 도모해야

한편 국토교통부는 서대전역 경유 건을 포함한 호남고속철도 운행계획을 검토하여 2015년 2월 중에 인가할 예정이다. 정부는 속히 합리적인 업무 추진을 통해 국가적인 차원의 손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 간 호남고속철도를 건설하는 데 국민 혈세를 대략 9조 원이나 쏟아 부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문제다. 더불어 지역 이기주의도 지양해야 한다. 그동안 온갖 국책사업에 지역주의가 개입되어 효율성을 저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를 계기로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 발전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정성우 |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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