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8일 열린 '왜 오픈프라이머리인가'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내 친노(親盧) 강경파의 집요한 공격에 만신창이가 된 채 낙마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주가가 오를 조짐이다. 

[정도원 기자] 아이러니한 것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비노(非盧) 진영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강경파 중의 강경파'로 자리매김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에 가까운 대변신이다.

이렇게 되자 오는 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이 먼저 접근해 러브콜을 던졌다.

박지원 비대위원과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본래 '박남매'라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18대 국회 법사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대여(對與) 공격수로 활약해 왔다.

그러나 이상돈 중앙대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을 둘러싸고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친노 강경파의 강공에 의해 핀치에 몰려 있을 때, 박지원 비대위원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외면했다.

당시 박지원 비대위원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충분한 당과의 소통 없이 (이상돈 교수 영입) 결정을 한 것은 환영받을 일은 되지 못한다"며 "나 역시 박영선 위원장과 오랫동안 가까워 '박남매' 소리를 듣는 그런 관계이지만 소통의 부족과 여러 가지 결정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냉정히 선을 그었다.

게다가 박지원 위원은 당시 탈당설에까지 휩싸여 있던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향해 "리더십 문제로 삼진아웃 탈퇴를 하라는 이야기는 건강한 정당에서 나올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 이후, 정치권에서는 양자 사이의 관계가 서먹해졌다는 관측이었다.

일부 매체에서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 밑에서 원내대변인을 맡았던 측근 박범계 의원과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묶어 새로이 '박남매'라 지칭하는 등 '박남매'라는 용어의 의미 자체가 변화할 기미도 있었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이 8일 열린 '왜 오픈프라이머리인가'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지원 비대위원이 먼저 나서서 여전히 '박남매'임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박지원 위원은 8일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 '한국적 제3의 길'에서 주최한 '왜 오픈 프라이머리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 첫머리에서 대뜸 "우리 박영선 대표와 나는 박남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머쓱한지 "남매가 꼭 사이 좋을 때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싸울 때도 있고 그러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영록 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박범계 전 원내대변인과 김승남·남인순·윤후덕 전 원내부대표 등 박영선 전 원내대표 시절 원내당직을 맡았던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당내에 박영선 전 원내대표 지지세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지원 위원으로서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기 위해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지지가 필요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반 여건도 박지원 위원과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손을 잡을만한 상황이다.

당대표 경선에서 3인 컷오프 적용이 유력한 가운데, 김부겸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 정세균·박지원·문재인 '빅3' 중의 한 명도 컷오프 통과를 장담 못한다는 관측이 정치권에 파다하다.

객관적으로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기는 쉽지 않다. 박영선 의원실 관계자도 "전당대회에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이 출마한다고 해서, 끝까지 장고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표와 최고위원의 분리 경선으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1명은 대표에, 1명은 최고위원에 출마한 뒤 사실상의 러닝메이트로 서로 표를 몰아주며 치르는 것은 충분히 실행 가능한 방안 중의 하나다.

박지원 위원이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의 '박남매' 부활을 강조하고 나선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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