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검토

1. 개정안의 내용
 
유기홍 의원을 포함한 23명의 국회의원이 지난 11월 18일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대학의 입학금 폐지다. 현재 대학은 고등교육법 제11조에 의거 등록금 이외에 신입생으로부터 입학금을 받고 있다. 발의한 의원들은 “학교의 설립자·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이하 "등록금"이라 한다)을 받을 수 있다.”는 고등교육법 제11조제1항을 “학교의 설립자·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입학금을 제외한다. 이하 "등록금"이라 한다)을 받을 수 있다.”로 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조 10항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입학금 징수 제한에 따른 학교의 손실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을 신설한다. 그리고 현재의 10항을 제11항으로 한다.
 
요컨대 대학으로 하여금 신입생으로부터 입학금을 받지 못하게 하고, 만약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학재정 손실을 정부가 보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2. 입법 배경
 
최근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대학 입학금 징수에 관해 비판이 많았다. 비판의 요지는 입학금의 징수 목적, 산정 근거 및 사용 용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입학금이 과도하게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입학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어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에 학생 및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명목으로 입학금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3. 평가
 
대학이 신입생에게 입학금을 받는 이유는 재학생들과 달리 신입생을 받아들이는 준비를 하는데 여러 가지 행정비용이 든다. 그래서 재학생의 등록금과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점에서 입학금을 폐지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용어를 쓰던 신입생들에게 재학생의 등록금보다는 더 많이 부과되는 것이 맞다. 외국의 많은 대학 역시 입학금을 받는다. 미국에서도 명시적으로 입학금(matriculation fee)을 받는 대학이 많다.
 
쟁점이 되는 것은 산정 근거 및 사용 용도가 불분명하다는 부분이다. 입학금의 산정 근거 및 사용 용도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입학금을 단순히 입학과 관련된 비용 지출에만 한정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은 입학금도 등록금 수입의 일부로 다른 수입과 합하여 대학 운영 전반에 사용한다. 따라서 그 사용내역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입학금의 산정 근거 및 용도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는 데는 입학금을 받더라도 입학금이 입학과 관련된 비용지출에만 한정되어야지 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느냐는 의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입학금을 입학과 관련된 비용지출에만 한정하려면 지금 대학에 가해지고 있는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 대학이 입학금을 등록금 수입의 일부로 다른 수입과 합하여 대학 운영 전반에 사용하는 것은 등록금 규제 때문이다. 대학도 재정이 확보되어야 운영 가능하다. 대학이 등록금에 의존하여 운영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을 규제하기 때문에 대학이 그나마 입학금을 올려 충당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입학금이 입학과 관련된 비용지출에만 한정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등록금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 입학금까지 금지하는 것은 가격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꼴이다. 가격규제의 폐해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만약 여기에 입학금까지 금지한다면 대학재정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등록금을 규제하고 입학금을 금지하는 가격규제는 입법배경에 나타난 것처럼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가격규제는 지금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대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가장 큰 피해자는 가난한 대학생이 될 것이다. 가격규제로 인해 재정수입이 줄면 가난한 학생으로 가는 장학금이 줄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재원이 부족하게 되면 대학의 발전과 양질의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줄게 된다. 우수교수를 확보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교육과 연구에 대한 투입이 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결국 그 피해는 대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국내 대학교육이 질적으로 저하하면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은 외국 유학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유학을 갈 수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부유한 집안의 출신일 것이다. 부유한 대학생들은 유학을 떠나고 부유하지 못한 사람은 국내의 대학을 다니게 되어 질이 낮은 교육을 받은 그들은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게 된다.
 
등록금을 규제하고 입학금 부과 금지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재단전입금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은 등록금 이외에 대학운영비를 조달할 수 있는 원천이 거의 없다. 동문들을 통해 들어오는 기부금이 일부 있을 뿐이다. 더구나 수많은 규제로 인하여 수익사업을 통한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
 
등록금 수준은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학생 입장에서는 높다고 할 수 있고 대학 입장에서는 낮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어떤 재화나 서비스든 그것을 구입하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될 수 있으면 적게 지불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제공하는 측은 될 수 있으면 많이 받으려고 한다.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경쟁이다.
 
중요한 것은 대학생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여 등록금이 높다고 규정하고 대학 등록금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대학 간의 경쟁이 제대로 되고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다. 경쟁이 있으면 대학들은 될 수 있으면 낮은 등록금으로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경쟁 구조가 아니다.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학 설립운영, 수익자산운용, 학사운영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교육, 연구, 재정적으로 부실한 대학들이 존속하고 있다. 경쟁이 존재한다면 가능한 한 학생들의 부담을 적게 하면서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여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통해 많은 재원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경쟁 하에서는 단지 등록금으로만 대학을 운영하려고 하는 대학은 존재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학의 발전과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대학등록금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 가해지고 있는 수많은 규제를 풀어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등록금 억제와 입학금 금지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커다란 해를 끼칠 것이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입학금 징수 제한에 따른 학교의 손실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이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도 입학금 금지에 따라 대학 재정이 열악해짐을 우려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가 대학의 부족한 재정을 보전해주는 것은 가난한 사람이 부자에게 지원해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금은 국민들로부터 걷은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그 세금에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가계보다 더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과 대학을 다닐 형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낸 세금도 들어 있다. 정부가 세금을 이용하여 대학을 지원해주는 것은 결국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이 형편이 나은 사람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4. 결론
 
입학금 금지는 가격규제의 일종이다. 그리고 등록금이 규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학금까지 금지하는 것은 대학등록금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가격규제는 부작용만 키운다는 것이 수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다.
 
어떤 형태로든 재학생의 등록금과 다른 형태의 입학금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입학금을 금지하더라도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 입학금의 산정 근거 및 사용 용도를 정확히 알고 싶으면 먼저 대학에 가해지고 있는 등록금 규제를 폐지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대학은 정치권과 언론이 문제 삼지 않도록 입학금을 단순히 입학과 관련된 비용에 맞춰 산정할 것이다.
 
입학금 금지는 대학발전과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입학금 금지와 같은 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입학금 금지와 같은 규제를 만들지 말고 오히려 현재 가해지고 있는 등록금 규제를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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