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는 여러 가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생각된다. 야당은 세월호 사건을 빌미로 장외투쟁에 골몰하느라 국정을 뒷전으로 미루고 여당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악법에 손발이 묶여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다. 국회의원들은 수개월 동안 법률안 하나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세비는 물론 명절 상여금까지 받아가 국민들로부터 거세 비난을 받더니 이제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라 한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여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국회는 단통법 제정 이유를 '소비자 후생 배분 왜곡의 시정’과 '가계통신비 인하 및 자원 낭비 억제’를 거론했다. 즉 '단말기 보조금은 모든 이용자의 요금 수익을 바탕으로 재원이 마련되나 보조금 지급이 번호 이동을 한 일부 이용자들에게 집중됨으로써 소비자간 후생 배분이 왜곡되고 있고, 동일 단말기 구입자 사이에도 어느 시기에 어디에서 구입하느냐에 따라 보조금이 천차만별로 달라 이용자간 차별이 심화되고 있으며 단말기 가격 변화도 예측할 수 없다.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고가 요금제 의무 약정을 강제하고 있어 이용자는 단말기를 싸게 사기 위해 불필요한 고가요금제에 가입하여 통신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동통신사업자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어 빈번한 단말기 교체를 불러오고 이는 가계통신비 증가와 자원낭비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단통법의 주요 내용은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용자의 가입 유형(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요금제, 거주지역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을 할 수 없고(제3조),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입자 평균 예상 이익, 이동통신단말장치 판매 현황, 통신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이동통신단말장치 구매 지원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결정, 고시하고 이동통신사업자는 위 상한액을 초과하여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고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규모 및 재원 등에 관한 자료를, 이동통신말말장치 제조업자는 장려금 규모와 이용자가 이동통신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구입하는 단말장차의 출고가를 각기 미래창조부 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번호이동 등의 경우에도 방통위가 정하는 한도 이상 보조금 지급할 수 없고, 이동통신회사와 단말기제조회사는 지원금, 장려금 규모 및 재원을 정부에 신고하라는 것이다.
 
국회는 단통법을 제정하면서 이동통신요금 및 단말기 가격 인하를 기대한다고 하였으나, 이동통신요금도 단말기 가격도 내리지 않았고 지원금만 줄어들어 소비자들은 통신비용만 늘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고 휴대폰 판매는 격감하여 시장 자체가 붕괴될 지경이다. 과도한 보조금 지급을 걱정하더니 미래창조부 장관이 통신사, 휴대폰제조사 관계자들을 불러 보조금 지급을 올리라고 압박하는 일까지 생겼다. 기본적으로 보조금을 제한함으로써 통신사용요금을 내릴 수 있다는 사고가 잘못된 것이다. 국회는 이동통신회사가 주는 보조금 상한선을 제한하면 마케팅비용이 줄어들게 되므로 요금인하 여력이 생긴다고 생각하였겠지만, 상당수 이용자는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통신회사를 잘 바꾸지 않고 있는데 이동통신회사가 이용요금을 내릴 요인이 없다. 게다가, 종전 제도 하에서 보조금을 많이 받은 소비자는 그냥 그러한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정보 수집 및 시세 변동을 잘 포착한 노력의 대가로 그런 혜택을 누린 것이다. 또 번호 이동을 하는 소비자들도 최신 휴대폰으로 바꿀 때 출고가격대로 사는 대신 보조금을 받아 낮은 가격에 이를 사고 그 대가로 일정한 기간 특정 이동통신회사와 이용약정을 하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단통법은 이동통신회사와 이동통신단말기 제조회사에게 각기 보조금, 장려금 지급규모, 출고가를 모두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그런 사항은 각 회사들의 영업에 관한 사항이므로 정부가 그 내용을 모두 알아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정부는 차라리 제4이동통신회사를 허용하고 조기 시장 정착할 수 있도록 하여 이동통신회사 간 경쟁을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급기야 단통법상의 보조금 지급 상한제를 폐지하는 개정안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의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이를 부인하고 똑같이 보조금을 주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 포퓰리즘적 시각에서 입법한 악법의 대표적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한편 11월 21일부터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새민련의 최재천 의원이 대표발의한법안으로 그 입법이유를 '기존의 도서정가제는 발간 후 18개월이 지난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므로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하게 되었으므로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출판 산업을 진흥하기 위하여 도서정가제를 강화한 것’이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도서는 정가의 15% 이내에서만 할인이 가능하고 가격할인은 10%만 할 수 있으며 나머지 5%는 다른 경제상 이익으로 제공하게 하고 18개월이 지난 도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가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18개월이 지난 책도 원칙적으로 15% 이상 할인혜택(현금할인은 10%뿐)을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시장경제의 기본을 인식하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출판사 또는 서점마다 경영사정이 다르고 책의 판매실적에 따라 각자 회사의 상황을 감안하여 할인판매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회가 나서서 일정 가격 이상 할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이다. 국회가 무슨 근거로 각 출판사들 또는 서점들이 자유롭게 책정하여야 할 도서의 판매가격을 규제한다는 것인가? 새로운 도서정가제를 지지하는 분들은 도서의 할인 경쟁으로 인하여 골목서점이 사라져간다는 것,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게 하여 국민의 독서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공급하고 일정한 가격으로 판매하게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이다. 일반적으로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상 허용되지 않지만 도서가 문화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실용도서와 학습참고서를 제외한 일반도서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되고 있고 18개월이 지난 도서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되지 않는다. 전국 어디서나 책값이 동일하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체제하에서의 경쟁을 부인하는 것으로 정당하지 않고, 도서가 문화상품이라는 특성이 있다고 하여도 가격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새로운 도서정가제를 시행해도 골목서점의 감소폭이나 증가수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골목서점이 경쟁력을 찾으려면 외국과 같이 주민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카페 형식으로 변화하는 등 대형서점과 차별화하여 소비자에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지 가격 경쟁 자체를 막거나 억지하겠다는 것은 결코 옳은 방향이 아니다.
 
국회는 단통법이나 도서정가제 개정법률 같이 시장경제의 경쟁을 억제하는 법안을 만들지 말고, 그 시간에 차라리 이적단체해산법 등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한 법률이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같이 시급한 현안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차기환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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